한미일 프놈펜 성명,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 문 열다

은밀한 동맹에서 노골적 동맹으로

2022-11-15     장창준 객원기자
▲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금까지 한미일 군사협력은 은밀하게 추진되었다. 한미일의 역대 어느 정부도 노골적으로 군사협력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11월 13일 그 양상이 바뀌었다. 프놈펜에서 채택된 한미일 성명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지역적 범위도 한반도를 뛰어넘었다. 성명의 공식 명칭은 “인도·태평양 한미일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이다. 그러나 ‘인도·태평양’도 뛰어넘는다. 성명의 첫 번째 소제목은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가 거론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세계 모든 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한미 동맹’이 ‘글로벌 한미일 동맹’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 명분은 5.21 한미 정상회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언급된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이다. 미국이 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를 거부하는 나라들을 위협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의 추진을 합의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신호탄

많은 전문가들이 프놈펜 성명에 대해 ‘3국 공조 강화’라고 분석한다. 틀렸다. ‘3국 공조’ 수준이 아니라 ‘3국 군사동맹’의 추진이다. 군사공조에 비해 군사동맹은 위협의 실체로서 동맹의 대상이 분명해야 하고, 동맹 차원의 군사 협력이 지속성과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위협의 실체 즉 동맹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었다. 북, 러시아의 국가 이름이 명기되었다. 북은 “한반도 그리고 그 너머에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는” 나라로 지목되었다. 러시아는 “잔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전쟁”을 벌인 나라로 명기되었다. 중국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다음 날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추진하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북, 러시아, 중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맞서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프놈펜 성명에서 합의되었다.

다음으로 군사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구체적 방안이 명기되었다. 우선 미국은 “핵을 포함하여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3국이 진행한 연합군사훈련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우리(한미일)의 의지”라고 평가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를 위해 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며, 그 훈련의 목적은 ‘핵무기 포함 방어역량’ 구축에 있다.

3국 군사협력의 구체적 방안은 북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다. 팽두이숙 즉 소머리를 삶으면 소의 귀가 저절로 익는 것처럼,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청와대에서 제공한 비공식한글번역본과 백악관홈페이지에 올라온 영문본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한글번역본에는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억제, 평화 및 안정을 위한 주요한 진전”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영문본에는 “a major step for deterrence, peace and stability”라고 표기되었다. 직역하면 ‘주요한 진전’이 아니라 ‘주요한 단계’이다. step 즉 단계는 연속성을 갖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영문은 ‘주요한 진전’보다는 ‘주요한 단계적 조치’로 의역된다.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이다. 후속 조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미일 동맹은 사실상 공식화되었다. 앞으로 동맹 차원의 군사협력이, 은밀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자위대 개입의 문을 열었다

윤석열 정부 안에 자위대 개입론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1년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도발로 인한 유사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본 자위대의 한국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최소한 1963년부터 모색된 일본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다. 1963년 자위대 통합막료회의는 모의 군사작전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반도에서의 무력 분쟁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자위대 운용 방안을 연구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격은 미군이, 방어는 자위대가 담당한다. 이를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한다.

▲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여 한미 양국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꾸준하게 모색해왔다. 노란색이 일본 자위대 이동 경로이다.(이미지: 뉴시스)

일본의 이같은 계획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1999년 주변사태관련법, 2002년 미일공동 개념계획 5055, 2015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보완되었다. 즉 미국도 이에 동의하고 자위대 한반도 진출에 대한 공동 모의를 진행해왔던 셈이다.

윤석열 역시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자위대 진출 허용 발언을 한 바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 관련 토론이 진행되던 중 한 후보로부터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시)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라고 답변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검토하시는 거냐”라는 질문에 “절대 안하실 거냐”고 되묻기도 하면서 한미일 동맹, 자위대 개입 허용 의사를 피력했다.

일본과 미국이 오랫동안 추진해왔고, 윤석열과 김태효가 공언해왔던 한미일 군사동맹이 이번 프놈펜 성명을 통해 공식화된 것이다. 이로써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문이 열린 셈이다. 한미일이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첫 번째 단계의 조치이다. 이후 단계에서 자위대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훈련이 진행될 것이다. 자위대가 우리 땅에 상륙하는 장면을 목격할 날이 멀지 않았다.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 신설, 칩4동맹으로 가는 교두보 될 것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고도화될 전망이다. 우선 윤석열은 ‘푸른 태평양 동반자’(Partners in Blue Pacific)에 동참할 의향을 피력했다. ‘푸른 태평양 동반자’는 올 6월 24일 미국 주도로 호주, 일본, 뉴질랜드, 영국이 설립한 협력체이다. 쿼드가 인도의 소극적 반응으로 현실적 가치를 상실하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해양세력들간의 협력체로 출범시킨 것이다. 윤석열은 이 조직에 참여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해양세력으로의 완전 편입을 공식화한 셈이다. 대륙국가인 중국,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해양세력, 대륙세력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 반도국가가 갖는 지정학적 장점을 포기했다.

더 나아가 이번 성명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미국, 한국, 일본, 대만)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조치 등 한국 경제의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윤석열 정부 역시 여태 공식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있었다.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는 칩4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한미일 3국이 “기술 리더십을 증진하고 보호”하며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보장”하고, “다양한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는 프놈펜 성명의 문구는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가 결국 칩4동맹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8%를 중국이 차지했고, 홍콩까지 포함하면 60%의 규모를 갖는다. 칩4 동맹에 가입하면 반도체 수출 시장의 60%를 상실하게 된다. 중국 현지에 마련된 우리 기업의 생산설비 시설 역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에 모든 것을 내주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결국 일본의 요구대로 한일 경제 관계가 설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해제를 조건부로 하여 종료 유예 상태였던 한일 지소미아는 북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합의함으로써 일본의 바람대로 정상화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의 문도 열렸다. 아베 총리 시절이었던 2014년 헌법 해석을 변경하여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으니 불과 8년 만에 이룩한 ‘성취’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한미일 군사훈련의 지속과 강화는 한반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의 실체로 인정하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함으로써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군이 참여하는 길도 사실상 열렸다. 이것은 미국의 숙원이었다.

프놈펜 성명 이전과 이후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은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졌다. 한국 경제의 대외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열악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존재하는 한 이같은 참사는 반복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안전과 이익은 치명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