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을 부추겨 동맹을 강화한다”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3) 안보

2022-05-05     장창준 박사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독재와 공포 정치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안보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대결 부추기기

선거시기 논란이 되었던 ‘대북 선제타격’은 윤석열 정부의 공식정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5월 3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선제타격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자위권 차원에서 신중한 판단과 결심을 통해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식어를 빼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사용하려 할 경우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를 판단할 만큼 확실한 정보자산이 없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이 윤석열 정부에 없다. 사용징후를 판단해야 할 정도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데프콘은 격상되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국에 넘어간다. 셋째, 미국은 자칫 북미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한국의 선제공격을 용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북 선제공격 발언을 지속하는 이유이다. 명분이 없지는 않다. 북한이 최근 ‘선제타격’을 연상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북한은 주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 한국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 역시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는 외면하고, ‘선제타격’으로 해석될 만한 메시지만 주목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결적 상황을 원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긴장을 바란다. 북한을 자극하여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대결적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인수위 발표 국정과제에서 북한 비핵화(국정과제 93), 북한인권재단 출범(국정과제 95)을 강조한데서도 엿보인다. 북한 비핵화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신호이다. 대화의 조건은 사라지고 대결의 조건이 형성된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상적’ 남북관계(국정과제 94)이다. 그들의 대북정책 리스트엔 ‘대화’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맹 강화하기

5월 3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보고서는 교묘하게 서술되어 있다. 킬체인 등과 같은 군사체계 구축에서 한미동맹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국정과제 보고서에 명시된 킬체인, 다층방어체계, 압도적 대량응징보복(국정과제 104)은 한미동맹 없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교묘한 수법은 서론에 해당되는 “시대적 소명” 대목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이익블록화’라는 낯선 단어를 표현한데서도 확인된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그들의 진짜 목표인 ‘동맹 우선주의’를 은폐시킨다. 구글링에서 검색 결과조차 나오지 않는 ‘이익블록화’라는 신생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국정과제 96)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해 말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민주주의는 미국을 선택하고, 중·러를 배제시키는 이데올로기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하면 ‘동아시아 외교’는 실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교’는 속임수이다. 윤석열 정부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 국가’일 뿐이다.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한중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국제규범에 기반한 한러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만 남는다.

대결 부추기기 정책은 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동맹 강화는 정세를 더욱 격화시킨다. 그것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한미 정례 연습을 강화하고, 연대급 이상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는 것(국정과제 105)을 보고서에 담았다.

대결과 동맹 확장하기

윤석열 당선인은 푸틴 대신 젤렌스키와 전화통화를 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는 우리 국방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미국은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고, 윤석열 정부에게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이 러시아로 확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이미 중국 혐오 발언을 한 바 있다.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듯이 중국도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대결 부추기기 역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명백한 조짐이 있다. 한미 사이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1단계 전략기획지침(SPG), 2단계 전략기획지시(SPD)가 이미 합의되었다. 마지막 작전계획 수립 단계만이 남았다. 물론 명분은 북한의 핵위협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지난 해 12월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하자마자 미국 내에서 “새로운 한미 작계에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속도로 보아 올 해 안에 한미 작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의도하는 바대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바대로 새로운 작전계획에서 대중국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은 중국으로도 확장되는 것이다.

대결의 확장은 동맹의 확장을 초래한다. 한미관계의 포괄적 전략동맹화(국정과제 96)는 중국과 러시아 포위 봉쇄망 구축이다.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국정과제 104)은 사드 추가 배치 혹은 도입을 시사한다.

동맹의 확장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국정과제 105)하겠다는 방침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윤석열 당선인은 한일 동맹론자인 김태효를 국가안보실 1차장 및 NSC 사무처장으로 내정했다. 김태효는 이명박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서 ‘악역’을 노골적으로, 적극적으로 자처할 것이다.

위험한 시대의 위험한 정부

신냉전적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미국을 한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대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군사적 수단이 선택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신냉전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한 만큼 우리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마저 미국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어떤 고려도, 신중함도 없이 동맹 우선주의를 선택했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가 등장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