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전쟁터로 내주고 받은 SLBM, 자랑할 일인가?

자주의길 (5) 미국 국방수권법

2021-09-17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회

미국의 하원 군사위원회가 지난 2일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를 통과시켰다.

한국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3가지로 ▲ 주한미군 병력 하한선 유지 조항 삭제 ▲ 서방 첩보 연합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 한국, 일본, 인도, 독일 등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것 ▲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역외로 확장시킨 것 등이다.

주한미군 병력 하한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에 비용을 강요하며 돈을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한 것을 의회가 가로막은 것이다.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은 성급히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처럼 국회 차원에서 명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주한미군이 철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울부짖는 모습에 실소가 나온다.

이보다 주목할 부분은 파이브 아이즈 확대와 주한미군의 역할변화를 명시한 대목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내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 국가가 맺은 첩보 동맹이다. 이들 국가는 첩보 자산과 정보를 공유한다. 시작은 1943년 미국과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체결한 통신첩보협정이며 이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추가되었다. 이후 공산주의권 감시, 탈냉전 시대에는 자신들을 뺀 전 세계, 현재는 대중국 감시 활동 등 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 정보를 수집, 공유하고 있다.

한편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파이브 아이즈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조정하는 초국가적 첩보조직으로 변질했다. 각자의 헌법을 회피해 각국의 국민을 감시하고 도청했으며 미국의 NSA가 독일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파이브 아이즈에 동참하게 된다면 미국으로부터 첩보 자산 추가 구매를 요구받거나 현재도 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국내 감시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역외로 확대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번 미 하원은 국방수권법에서 “미국과 동맹국·파트너들에 대한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한국 내에 현존하는 강력한 주둔군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재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 방어 임무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와의 전쟁을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가능성’ 혹은 ‘방향성’ 정도에 그쳤다면 국방수권법안을 통해 ‘확정’하려는 움직임이다.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참가 문제를 미국 하원이 결정하려 하는 것, 한반도를 자신들의 군사적 목적에 맞춰 마음대로 사용하려는 것은 명백하게 주권침해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미국의 내정간섭에 항의는커녕 미국의 핵심 동맹국 반열에 오른다며 오히려 반기기까지 하는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산 무기와 장비가 군대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없으면 망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외교에서도 미국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허락 없이 한 걸음도 못 내딛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무슨 소용이며, 미국의 작전 계획에 따라 ‘상명하복’하는 처지에서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해 봐야 무엇하겠는가.

▲우리나라가 독자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국방과학연구소가 15일 밝혔다. 사진은 15일 오후 우리 군이 독자설계하고 건조한 최초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는 SLBM.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