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셀프면죄 타령하는 일본정부

데스크칼럼

2021-01-09     현장언론 민플러스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진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사진 : 뉴시스]

한국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2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강제징용판결이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이번 위안부 판결은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판결을 인정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일본정부는 “주권면제론”을 내세워 한국재판부가 일본 정부행위를 재판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추후 행정집행단계에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갈 여지를 남겼다.
일본이 자기 범죄를 부인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 “주권면제론”까지 들고 나온 걸 보면 그 다급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알 수가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의 행위에 재판권을 갖느냐’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역지사지로 보면 한국정부의 행위에 대해 일본 법원 역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좀 복잡한 쟁점이다. 이럴 경우에는 베트남 법원도 한국정부에 재판을 제기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이른 바 “인권문제”를 앞세워 자주적인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현상도 국제법적 논리로 허용하는 뜻하지 않는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지난 날 국제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주권국가의 행위”를 다른 국가의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절대적 국가면책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사관 시설 임대 등 상업적 사항이나 보편적 인권에 관한 사항은 “주권행위”와 분리해서 재판할 수 있다는 “상대적 국가면책론”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재판에서 한국 재판부는 판결 근거로 “일본제국이 비준한 조약 및 국제법규를 위반”했다는 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재판소 헌장에서 처벌하기로 정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국가면제 이론을 근거로 타국의 개인에게 입힌 손해를 피해갈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명판결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 법원이 다 해결할 수 없는 역사문제가 따로 있다.
한국 법원이 위안부 문제가 당시 일본제국주의가 비준한 조약 및 국제법규에 위반행위라고 지적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한국법원이 여기까지밖에는 더 갈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실은 을사보호조약, 한일합방조약 등 당시 일본제국과 대한제국이 맺은 국제조약자체가 국제법상 조작문서이고 불법문서라는 점이 아직 양국간 그리고 국제적으로 확정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한국법원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민중, 한국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만약 일본제국의 대한제국침략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확정된다면 이에 따른 식민지 침략행위의 일환으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는 자동으로 불법적 강제동원, 성노예 동원 행위로 될 것이다.

일본정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걸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다 해결된 사안이고, 부족한 것은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국제법 질서는 과거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세력이 만들어놓은 강자들의 질서이다. 걸핏하면 일본정부가 독도쟁점 같은 것을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도 여기에는 일본정부의 우군으로 움직이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세력의 동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가 이런 셀프면죄를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정부가 법적 정당성, 도덕적 우월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을 끌어들여 반소반공, 반북반중 군사패권질서를 세우기 위해 한국민중의 이익을 훼손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들은 위안부, 강제징용배상문제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아직도 재일조선 우리학교 탄압, 한반도 재침략 기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군국주의 부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진전은 고사하고 어떠한 한일관계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이번에 한국법원은 열악한 한미일동맹 등의 국제질서, 제국주의 잔존세력의 영향아래 있는 보수적인 국제법 질서속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일본 제국이 체결한 조약 등에도 위반하는 행위이자 전후 인도주의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절묘한 판결을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뛰어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결은 65년 한일협정을 폐기하고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확정하는 한국정부의 노력과 우리 민중의 투쟁 속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