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그에 대한 역풍

자주의 세계가 오고 있다(3)

2020-11-09     김장호 기자

미국우선주의의 반격과 역풍(1)

1) 무기현대화를 위한 군사비 증강

2020년 미국은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로 인상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금융위기와 중동전을 끝내기 위해 시도해온 2010년~2015년 감축기조가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 증액기조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주창해 온 ‘미국우선주의의 실체’이다.

▲ 미 공군이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했다. [사진 " 뉴시스]

미국의 군사비1)는 세계 1위로서, 11위까지 10개국의 국방비를 합한 액수보다 많다. 미국 국방비는 한 나라의 세계 전체 군사비의 3분의 1을 넘으며, 국민순생산GDP 대 군사비의 비율에서도 미국은 G7 국가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한다.

2019년에 비해 2백억 달러 증액된 군사비에서 주목할 것은 전체 국방비의 15%에 달하는 1043억달러가 연구개발·시험·평가비에 할당됐다는 점이다. 
특히 우주 분야(총 141억달러)는 신설될 우주군 창설 및 사령부 본부 건설에 7억 2200만 달러, 군사위성통신 보안에 11억 달러, GPS 보안강화에 18억 달러, 우주에 배치된 미사일 경보체계에 16억달러, 탄도미사일 발사대 신설에 17억 달러 등이 배정됐다.
극초음속무기 등 파괴력이 큰 첨단 무기 개발에 26억 달러, 무인자율 무기체계 개발에 37억 달러, 고에너지 무기 개발에 2억3500만 달러의 돈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사일 방어(MD) 전력 건설에는 136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다. 지상에 배치되는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개발에 17억 달러, 37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구매에 7억5400만 달러, 극초음속(HGV) 탐지수단 개발에 1억7400만 달러, 상승(부스터) 단계 요격 수단 구매에 3억3100만 달러, 고에너지 요격 수단 개발에 8억4400만 달러 등이다.

특히 백악관은 국방예산증액관련 최우선 사용처 설명을 통해 북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이라고 콕 찍어 언급했다. 공식 발표문에서도 “북한과 이란 같은 불량 정권과 맞서고, 테러 위협을 물리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경쟁”을 위해 국방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020 국방예산으로 알래스카의 군사기지인 포트 그릴리에 미사일 격납시설(사일로) 20개와 20개의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이 배치된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새나한(Patrick M. Shanahan) 미 국방장관 대행은 2020년 국방예산이 ‘2018년 미 국방전략서’를 구현하기 위해 4가지 부문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 4가지 부문은 ①우주 및 사이버영역 장악 ②지상·해상·공중 영역 지배 강화 ③첨단 군사과학기술 개발 ④전투력 강화 등이다.2) 

미국대선에서 최종적으로 누가 당선자로 확정되든 이러한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미국의 무기현대화 계획은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우선주의의 충돌

▲ 미국 국방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을 담은 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port)'를 발표goTek. 지난 2019년 6월 1일자로 공개된 이 보고서는 지난해 5월 태평양사령부가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된 후 처음으로 나온 지역 전략 보고서이다. [사진 : 뉴시스]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개념은 2010년 클린턴 전대통령이 언급함으로써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일본이 제안하기 시작했으며3),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서 본격화되었다. 지리적으로 인도, 동남아, 동북아, 미국을 포괄하는 것으로써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한 것이다.4)  부시행정부의 중동중시정책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재균형전략(피봇 투 아시아)으로 전환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러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정리되었다.

미 국방부는 2019년 6월 1일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펴내고, 하와이에 본부를 둔 태평양사령부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서 ‘자유’란 미국이 흔히 말하는 인권개념과 유사하며, ‘열린’의 의미는 전략적으로 항행과 비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의미한다.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러시아·북한 등을 이 지역의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는데, 특히 중국을 이 지역의 패권과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동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현 질서를 전복하려 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헤게모니(패권)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하여 지역 국가들을 동맹, 전략적 파트너, 지역(남아시아·동남아·남태평양) 파트너, 역외 파트너(영국·프랑스·캐나다 등)로 구분하고, 그 실현방도로 3자 협력 (한미일·미일호·미인일 등), 아세안, 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지역 안보포럼 등의 다자협력을 추진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협력대상으로 일본·호주는 명확하게 인도-태평양 전략 안에서 역할이 규정되어 있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의 초석’5)으로, 호주는 ‘미래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보장을 위한 협력 대상’6)이다. 반면 한국은 인도-태평양이 아닌 ‘한반도와 동북아에 있어서 평화와 번영의 축’7)이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인도태평양전략은 그 기초가 매우 취약하다.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관건은 인도인데, 인도의 태도가 중층적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선환인도양 연합, 후태평양 협력강화확산이라는 전략이 기본이다. 다만 최근 모디 정부는 동아시아 나라들을 중시하는 액트 이스트(Act East)에 북방정책(Look North)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 중국과 충돌지점일 수 있고, 최근 갈랄계곡 충돌사태처럼 중인국경분쟁 역시 갈등요소이다. 그럼에도 2019년 3월 인도 해군협회 주최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인도는 “자신들의 역할을 결코 대중국 군사적 봉쇄에 두고 있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중국과의 협력과 견제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협력, 갈등, 경쟁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다면적 관계이다.

또 하나의 약점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미중사이에서 양자택을 강요당한다는 점이다.
아세안 등 역내 국가들은 중미간 대결에서 약자택일의 신냉전구조에 빠지는 것을 우려한다. 그 대표적인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신남방정책을 통하여 중미경제협력관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하고자 하였다. 때문에 중국포위와 봉쇄를 의미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참가를 유보하였다. 그러나 2019년 한미정상회담에서 결국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을 선언하였다. 이렇게 되면 신남방정책 과정에서 미중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역내 국가들이 인도태평양전략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도 취약요소이다.
호주와 일본은 미국이 환태평양-파트너쉽(TPP)를 파기한 것에 실망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미국이 TPP를 탈퇴하면서 역내 경제에 관한 발언권을 상실했다고 평가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우선주의라는 경제적 자국주의에 의해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은 일본까지 포함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로 대응하는 형편이다. RCEP에는 ASEAN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더불어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 1억달라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인도-태평양 전략의 경제적 성격을 대폭 강화8)하였지만, 중국의 일대일로가 1조 달라를 투자하고 있는 조건에서 실망만 커졌다.

또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역과 지원이용 문제로 중국과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은 미군이 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응력은 그리 높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지난 4월 B-52H 5대를 괌 앤더슨 기지에서 미 본토 노스다코타주 미노트 공군기지로 철수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하여 해외 미군전력에 대한 축소지향적 재배치 조정계획은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미국의 신뢰감을 약화시키고 있다.

만약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러한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일정한 수정이 불가피하다. 전반적으로 인도-태평양전략 자체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양국간 마찰적 협상보다는 ‘다자협력구도’,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의 경우 TPP를 복원한다든가 하면서 오히려 대중 포위망을 더욱 포괄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에서 움직일 것이다.

3) 중미무역전쟁과 글로벌 불균형의 거대한 조정

팍스아메리카나의 기반이 되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의 경제적 기초는 미중국제분업질서였다. 그것은 글로벌 불균형에 기반하여 중국은 수출국, 미국은 수입국으로 달러환류체계를 형성하는 국제분업체계이자 무역체계였다. 그런데 미국이 미중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장기저성장상태에 빠진 국제경제를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미중무역전쟁은 관세전쟁을 거쳐, 기술패권전쟁, 환율전쟁, 금융전쟁, 군사패권전쟁으로 비화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미간 1차 합의도 시행되기가 어렵고, 코로나19 원인을 놓고도 책임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홍콩보안법, 남중국해와 대만 갈등이 고조되더니, 대선을 앞두고 영사관 폐쇄 등 중미대결양상이 더욱더 전면적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19이후 필수산업의 국산화와 해외투자자본의 유턴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세계경제는 미중간의 국제불균형경제체제로부터 일대일로를 핵으로 하는 유라시아 체제와 미국일본을 핵으로 하고 영국이 결합하는 영미권 경제블럭으로 이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중무역전쟁의 강도에 따라 세계경제는 글로벌불균형 체제의 조정과정에서 심각한 혼란과 파장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대선 이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없는 미국으로서는 더욱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미국내 제조업이 되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중미간 경제주도권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종합적으로 미국의 패권약화에 대응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다양한 시도를 하였지만, 그 성과를 높지 않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동맹간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오바마 대외정책 버전2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이미 오바마 정책의 실패 때문에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미국패권의 몰락은 시간문제이다.

본문주석

1) 항목별로 운용유지비가 2927억달러(41%)로 가장 많고, 인건비 1558억달러(22%), 획득비(무기도입 등) 1431억달러(20%), 연구개발·시험·평가비 1043억달러(15%), 군사건설·군숙소·기타 225억달러(3%)로써 전세계 군사력 유지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다.

2) 유용원군사전문기자. ‘천조국’을 향해! 미국, 2020 국방비 800조원 돌파, 조선닷컴. 20109.03.24.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2/2019032201819.html

3) 연합뉴스, 2017-11-08, 日, 中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국제사회 전파 나서

4) 통일부 공식블로그, 2017. 11. 19.
https://m.blog.naver.com/gounikorea/221143229710

5) the cornerstone of peace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

6) collaborating to ensure the security of the Indo-Pacific region into the future

7) linchpin of peace and prosperity in Northeast Asia, as well as the Korean Peninsula

8) 2018년 8월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 참석 회견 등에서 미국은 아세안과 역내국가들의 양자택일적 우려에 대해 참여폭과 지지기반을 확대하고자 1억달라 투자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