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에 말한다. 통일부 장관은 인도적지원사업체 CEO가 아니다

2020-07-24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7월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관 내정자의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꼬인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는다’이다. 청문회 학점이 F이기 때문이다.

많은 혹자들은 무난한 답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일부 장관의 자격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 하는 그런 관점에서 냉철하게 보자면 이인영 장관 내정자는 정치인 이인영의 답변으로는 A인지 모르겠으나,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답변은 분명 낙제점이다.

두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미래통합당은 어차피 이인영 장관 내정자가 어떤 답변을 내놓던 간에 ‘청문회 보고서 채택 불가’를 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그렇다면 이인영 내정자는 지금 꼬여있는 남북관계의 ‘판을 흔드는’ 그런 답변을 내놓았어야 했다.

내용은 이렇다.

①남북특사 ‘간다, 안간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어떤 내용-북이 수용할 만한 내용-으로 특사를 갈 것인가에 더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다. 왜냐하면 내용이 없이는 특사를 가고 싶어도 북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답변은 아무런 의미 없는 메아리이다.

답변은 이러했어야 했다. ‘꼬인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반드시 특사로 갈 것입니다. 해결책을 갖고서 말입니다.’

②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의 부재이다. 정치인 이인영만 있었다. “한미워킹그룹이 제재와 관련해서 부분적으로 풀어내는 기능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장관의 답변은 이러했어야 했다.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반드시 대통령님께 한미워킹그룹의 불필요성을 건의할 것이며, 만약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철도연결 등과 같은 민족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부당한 간섭을 배제할 것입니다.”

③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정치인 이인영의 모습뿐이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저는 주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주둔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면 ‘주둔이 맞다’라고 하면 될 일을 ‘맞다고 정리(강조, 필자)하고 있다’라는 애매한 표현을 써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것이 그 예다. 큰 정치인은 아닌 듯 하다. 큰 정치인은 소나기를 피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맞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주무부서 장관의 견해는 어떠해야 했었나?

당연히 반대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다른 부서의 장도 아니고, 통일부(강조, 필자) 장관이다. 그렇다면 평화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요인들과는 싸워야 한다. 그런데도 ‘동북아 힘의 균형’, ‘작전지휘권’ 운운하면서 마치 자신이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의 흉내를 왜 낸단 말인가.

④내정자 모두발언을 전부 읽어봤다. 곱씹었다. 결론은 ‘통일’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은 일정정도 환영할 수 있으나, 전체적인 답변문맥으로 볼 때 ‘통일부 장관’보다, ‘평화부 장관’에 맞는 듯하다. 온통 ‘평화타령’뿐이었다. 마지못해 말미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평화통일 담론이 필요”하다면서도 결론은 역시 평화타령으로 결론짓는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을 시야에 넣고 남과 북이 공존하고 함께 번영해 나가기 위한 4단계 한반도 평화경제(강조, 필자) 로드맵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보겠습니다.”

통일부 장관에 대한 직무를 엄중히 생각했다면 그런 립 서비스, ‘2045년을 눈에 넣겠다’와 같은 아무 의미 없는 발언보다는 오히려 ‘6.15공동선언 2항 합의문을 한 단계 버전업된 이행계획을 반드시 마련해 내겠습니다’가 맞다.

⑤필자가 여러 글,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인영 내정자는 무얼 해야 하나?”(<통일뉴스>, 2020.7.22.)에서 지금 꼬인 남북관계의 핵심은 ‘합의문 약속’불이행이라 했다. 그렇다면 이 꼬인 남북관계 정국을 푸는 핵심열쇠는 ‘합의문 약속이행’에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소신 있는 답변보다는(모두발언 포함) 코로나-19를 빙자한 인도적, 의료적 지원 등에 중점 된 교류협력에 답변의 방점이 있었다. 그렇게 백날 해봐야 남북관계가 풀리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더 근본적 문제점은, 통일부 장관이 왜 적십자나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통일부의 핵심(역점)사업인양 생색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관련 단위들을 잘 추동시키고 통일부는 지원만 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직접사업’이 아닌 사업에 목숨 바쳐 마치 그런 것을 하는 것이 통일부인양 스스로 통일부의 위상을 낮춰버리는 장관 사고가 과연 정상적인가? (이 의미를 ‘인도적 지원·교류 사업이 필요 없다’로 오역하지는 말아 달라.)

열 백번 곱씹어 봐도 통일부가 그런 인도주의 사업을 하는 사업체(혹은, 단체)는 아니지 않은가.

훨씬 중요한 민족의 운명과 미래를 제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막중한 국무위원이다.

그런 장관이라면 그런 장관답게, 이상도 좀 크게 갖고, 배포도 크고, 통 크게 사고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데도 지금 당장 뭔가 생색낼 수 있는 사업을 찾다 보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현안문제에 집착하는 못난 장관이 되어버렸다.

결론은,

‘위 다섯 가지에 대한 무거운 성찰 없이는 이인영 장관 내정자도 결국 내정자 딱지 떼자마자 아무 할 일 없는 식물통일부 장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북에서는 이미 그 결론을 갖고 상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다.

해서 제발 단 하루 통일부 장관을 하더라도 (판문점)시대의 요구, 통일부의 위상에 걸맞는 장관직을 수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