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놀음 보안법 이젠 정말 폐지돼야”

노동시민사회단체들, <노동자의 책> 대표 보안법 탄압 규탄 회견

2016-08-24     허수영 기자

“저들은 투쟁하는 노동자가 전투적 태도와 과학적 사상을 가진 세력과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다시 국가보안법을 끄집어냈다.”

24일 오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함께 외친 말이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대표 이모씨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위해 모였다.

회견엔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과 이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등 각계에서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저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을 결성해 이씨와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며 공동행동 참가 단체들을 더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02년 <노동자의 책>을 열어 이미 절판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수집 보관하면서 요청하는 회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피디에프 파일을 제공해왔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이씨 집에 들이닥쳐 도서 107권과 하드디스크, USB 등을 압수해갔다.

이씨는 이후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에서 4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줄곧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씨에 따르면 서울청 보안수사대는 이 사건을 곧 서울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 같다고 한다.

이씨와 공동행동 회원들이 황당해하는 점은 <자본론> 등 압수물품 가운데 상당수가 시중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국공립도서관에도 비치된 서적이어서다. 이씨는 또 “경찰은 <노동자의 책>에서 주최한 ‘자본론 학습모임’ 또한 사회주의 폭력혁명과 체제전복을 위한 선전선동 일환이라며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이씨와 공동행동은 수사기관의 목적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하나는 공안기관이 사회과학을 학습하려고 하는 일반인과 노동자들에게 현재 구하기 어려운 서적을 공급하는 것을 아니꼽게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이번 수사는 노동탄압이다. 9월27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에 앞서 철도노조 조합원인 이씨를 문제삼아 노동투쟁을 억누르려는 것이다.”

경찰의 압수수색 물품엔 이씨가 소지한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이 발행한 문서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압수수색 영장에도 2013년 철도 민영화저지 파업 당시 이씨가 철도노조 홈페이지 조합원 게시판에 쓴 글을 문제 삼고 있다.

이씨는 “2013년 철도 민영화반대 파업을 앞둔 상황에서도 공안기관이 철도 노동자들의 모임인 ‘한길자주노동자회’를 문제 삼아 기소한 사례가 있다”며 이번 수사도 철도노조에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와 공동행동은 검찰의 기소가 결정될 경우를 대비해 법정투쟁 기금 모금과 홍보활동 등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