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지자도 국회를 통제하고 싶은 요구는 마찬가지더라고요"

21대 총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 ② 민중당 부산 남구을 김은진 후보

2020-02-18     윤하은 현장기자

부산의 항만 물류 거점이 부산신항으로 옮겨졌지만, 이곳은 여전히 화물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또한 미 해군작전사령부, 미 8부두가 있어 한반도 정세가 긴장될 때면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로 지역사회도 시끄러워진다. 작년 이곳에서 시작 된 미군기지내 세균실험 문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미군 부대 세균무기 실험실 철거 남구 대책위 상황실장을 맡았고,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주장하며 민중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김은진 후보를 만났다.

보수의 텃밭이었던 부산에서 남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몇 안되는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이변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국회의원의 특권폐지를 주장하는 후보에게 남구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후보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 지난해 남구에서 탄저균 실험실 문제로 시끄러웠던 곳으로 기억한다. 남구(을)는 어떤 지역인지 소개해 달라.

- 남구 용호동 해군기지 안에 미 해군 작전사령부가 있다. 또한, 감만동에는 미 8부두가 있다. 도심지에 있는 항인데도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면 핵 항모가 들어오고, 주한미군의 무기가 들어오는 관문이다. 그래서 지역의 시민사회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 지금은 비록 부산신항으로 많이 옮겨갔지만, 부두를 끼고 있어 화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나름 노동자 밀집 지역이어서 노동조합도 많다.

*지역에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 알고 있다. 미군 실험실 문제도 마무리되지 못했는데, 이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미군의 세균실험실 문제는 작년 3월 지역주민들의 관심 속에서 시작됐다. 매일 촛불집회도 열고, 부산의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미군이 설명회를 통해 실험을 인정받기도 했다. 전국에 미군기지가 4곳이 있다. 현재 대책위를 중심으로 총선 전후로 부산 민변과 함께 고소 고발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 탄저균 실험실 문제는 언론을 통해서 이슈는 되었지만, 지역에 전면적으로 확산하지는 못했다. 8부두가 위치한 감만동 우암동 주민들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 옆 동네로 가면 관심이 덜하다. 앞으로 과제가 많다.
- 새로운 정치 방식으로 제기된 직접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좋은 의제가 국회 특권 폐지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남구(을)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부산에서 몇 안 되는 선거구 중 하나다. 하지만 주민분들을 만나보면 변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실망이 크다. 여당 야당을 떠나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분노가 높다. 이런 주민들의 분노를 모으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이 그런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은진 후보가 주민들과 국회의원 특권폐지에 대해 대화나누고 있다.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의 힘을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이 운동은 남녀노소가 공감하는 운동이다. 정치적 성향과도 상관없다. 이 운동을 하면서 보수적 입장의 어르신들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사라졌다. 그분들과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라도, 그분들도 자유한국당이 당선되더라도 국회의원을 주민의 힘으로 통제하고 싶다는 요구는 우리와 같았다.
- 이 운동의 장점은 또한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는 것이다. 주민분들 10명을 만나면 7명은 봇물 터지듯이 말씀을 하신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속마음도 많이 알게 되고 배우는 것도 많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국민의 국회 운동이 정치적 지향도, 목적도 불분명한 운동같이 들린다.

- 그렇지 않다.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 없이 정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정치 성향을 떠나  민중권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다.
- 나는 지난 2015년 박근혜 퇴진 범국민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했는데 당시의 경험이 크게 각인되어 있다. 촛불이 시작될 때부터 광화문에 사람들이 넘쳐난 것이 아니다. 아무도 박근혜 퇴진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둘 참여해 힘이 만들어지고, 그 가능성이 확인되니 참여자도 급속도로 늘어나더라, 민중이 먼저 모이고, 정치권이 나중에 모였다. 민중 스스로 힘을 발견하고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 민중 자신의 운동이 된다.
- 국민의 국회 건설 운동도 그런 가능성을 가진 운동이다. 발안 위원에 참여하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누군가 공간을 열어준다면 같이하겠다고 말씀하신다. 촛불이 생각나더라.

*사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라는 주제는 정치권에서도 여러 번 다루어졌다. 새로운 주제라고 하기는 힘들지 않나?

-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사실 여러 서명운동을 하게 된다. 주민분들이 그러신다. ‘맨날 이렇게 서명해도 바뀌는 게 뭐가 있냐’ 그러면서도 발안 위원에 가입해 주시는 것이 또 그런 주민들이다.
- 이전과 다른 점은 예전에는 그냥 좋은 법 만들어두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주민들과 함께 법안 내용을 만들어가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 그리고 실제로 민중당에서 이렇게 시작한 만큼 민중당에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반드시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안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21대 국회 전반을 보면서 대중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운동이 될 것이다.

 

김은진 후보는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총선을 관통하는 정치 이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에서는 총선 이후까지 보면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가?

- 부산 남구에서만 1만 명의 발안 위원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4천여 명의 발안 위원을 모집했고, 2월까지는 7천 명까지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저는 국회의원 특권폐지를 1호 공약으로 채택할 생각이다. 
- 그 외에도 운동본부에서는 발안위원들의 명의로 지역의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 특권 폐지 법안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질의를 보낼 것이다. 그래서 총선을 관통하는 정치 이슈로 만들 것이다. 후보들이 지역주민 1만여 명의 명의로 만든 법안을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모든 후보의 약속으로 만들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의 국회 이름으로 4년간 지역 운동으로 끈질기게 밀고 나갈 생각이다.

*운동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

- 열심히 동참해 주시는 분 중에서 화물 노동자 한 분이 계신다. 교회에 다니시는데, 보수적인 교회다 보니 정치 이야기를 못 하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이 ‘국민 누구나 하는 운동인데 못할 게 뭐냐?’며 교회에서 발안 위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다니던 미용실에도 가서 이야기했는데, 미용실 원장도 다 받아 주시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발안 위원 모집사업에 빠져 드셨다. 그런데 화물 노동자 생활이라는 것이 주중에는 운전만 하시고 주말이 되어야 집에 오신다. 그러다 보니 만남도 쉽지 않고, 지역 활동도 많지 않으시다. 그래서 화물 노동자는 발안 위원 가입용지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에게 발안 위원 가입사업을 하고 있다. 휴게소에서 밥을 먹다 말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늘 식은 국과 밥을 먹는다는 말씀을 들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운동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특권 폐지 후보로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이름으로 몇 번이나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운(?)이 좋게도 큰 경험을 했다. 2014년에는 세월호 대책위 범국민 서명운동본부장을 해 600만 국민 서명을 경험했고, 2015년에는 민중총궐기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10만 민중총궐기를 조직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박근혜 퇴진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광화문 100만 국민대회를 준비한 경험도 있다.
- 이런 경험을 통해서 민중들이 주인 되는 운동이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이번 총선은 지난시기 범국민적 투쟁의 결속 점이 될 것이다. 다른 국회, 다른 시대를 여는 선거다. 민중당과 함께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을 그런 변곡점에 있는 운동으로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