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1- 마을의 새로운 시작’ 고희림 시인

북한 미사일 견제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온 나라를 강타했다.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드가 실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일 뿐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조 단위의 거액이 드는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정부는 여러 예정지를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경북 성주를 지목했고 물 맑고 산 좋은 성주사람들은 내 나라 내 고향에서 갑작스런 ‘난민’이 됐다. 그러나 성주사람들은 위대했다. 사드배치 발표가 나자 5만 군민이 똘똘 뭉쳐 ‘사드배치 반대’, ‘성주가 대한민국이다’라며 한 달 넘게 투쟁하고 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에서는 성주 사람들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에 힘을 보태기위해 성주를 응원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싣는다. 첫 번째 작품을 대구경북작가회의 고희림 시인이 보내왔다.[편집자]

주소를 클릭하면 시낭송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TUCqjNvDUYc

 

사드1 - 마을의 새로운 시작

            고희림 

 

참외에 묻은 고운 흙이 날아가버리고

벌써 8월이 지나간다

두 손 번쩍 들 줄 알았던 별고을 사람들의

낫 한자루같은 촛불들이

풀풀풀풀 공중으로 올라가 봉화처럼 타오른다

 

무기를 희망으로 부풀리려는 태양이

독뱀의 혀처럼 날름거린다

잊을 수 없는 역사가 뱀꼬리처럼

처연하게 살아난다

 

성벽을 쌓고 만주로 가고 포로가 되고

고문실로 사형장으로 끌려간 무지무지한 학살의 국가였다

언제랄 것도 없이 무기를 팔아주는 국가였다

마을 사람으로 스스로 살아야 했으나

마을의 얼굴에 침을 뱉는 국가가 된 국가였다

 

제국에게 묻고 제국에게 응답하는

국가는 우리에게 너무 부끄럽다

마을마다 미군기지를 만들려고 부산을 떨며

줄곧 저 밖으로 우리를 내모는 국가는

죽지 않을 새처럼 날아다닌다

 

그러니 우리는 마을을 버릴 수 없고, 마을을 키워

조상의 무덤을 그 다음대로 넘겨주며

수절하는 농부!

 

삼십년 된 목수

사십년 된 이발관

70년된 10월항쟁의

붉은 깃발을 매고 오종오종 앉아

살아온 마을은 속도를 이겼다

 

저 말 없는 산처럼 말썽 없이 평화롭게

나비와 꽃을 풀어

온전한 자유로

제자리에서 혼자 뿌리를 만드는

진짜 별,

진짜 마을,

진짜 사람들의

제 마음 속 오랜 탄식으로

있을 수 없는 역사에 빛을 입히려 하나니

보아라

지금이 바로 마을의 새로운 시작이다

 

두고 보아라

어느 마을이든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 마을이든 결코 울지 않는다

저 산과 저 나무의 깊은 뿌리와 함께

가슴과 가슴에 묻은 공산화첩과 함께

어느 마을의 노래이든 그치지 않는다

 

노래는 우리의 노래

내일은 우리의 내일

우리는 무기가 필요없다

이제부터 어느 마을에도 무기가 필요없다

 

 

* 고희림 시인 원주에서 태어나 대구서 자람. 작가세계 등단. 시집, 평화의속도, 인간의 문제, 대가리, 가창골 학살. 10월문학회, 대경 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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