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본 평화포럼 후지모토 야스나리 대표

지난 15일, 71돌 광복절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8.15평화대회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코리아국제평화포럼엔 발제자들 외에도 미국의 반전평화운동단체인 ‘글로벌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브루스 개그넌씨와 일본의 평화포럼 대표인 후지모토 야스나리씨가 참여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자국에서뿐 아니라 국제연대를 통해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 활동가를 만나 국제연대운동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 먼저 소개를 부탁드린다.

“1955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고 18살 때부터 도쿄에서 대학을 다녔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교원이 됐는데 담당이 일본 역사였다. 방과 후에는 야구팀 코치도 겸했다. 교원생활을 하던 중 조선소 노동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조선소 노동자 중에 기관지 질환을 앓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헌법이나 생명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임원이 됐다. 평화포럼을 조직해 평화인권반핵(핵무기, 핵발전소) 운동하고 있다.”

- 대표를 맡고 있는 평화포럼은 어떤 단체인가?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게 우리 단체다. 지방에 조직이 있고 그 조직마다 열심히 운동해오고 있다. 평화포럼이란 단체는 이런 (반전평화)문제로 운동하는 단체로는 (일본에서)가장 크다. 200만 정도의 회원이 있다. 일본의 양심적 노동조합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체다. 노동운동과 연계돼 평화운동까지 이어지는 단체다. 노동조합이 평화운동을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번에는 8.15광복절이라서 한반도 통일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자 1000인 원탁회의에 잠깐 참석하고 평화나비 ‘위안부’ 집회 등 여러 집회를 돌아봤다.

일본에서는 ‘역사인식’이라고 하는 역사왜곡 관련 운동도 하고, ‘위안부’ 문제라든지, (일제 시기)강제동원의 사실을 알리고 있기에 그런 집회에 참석했다.”

- 한국은 광복절이 일제로부터 해방을 이룬 독립기념일이고 일본에게는 패전일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어떠한가?

“이런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 대부분은 많이 알고 있지 않다. 일본은 (전쟁에서)미국에 졌다고 생각하지 아시아(중국이나 한국)에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미국이나 유럽을 강자로 동경하고, 아시아에 대해서는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극이다.

8.15는 나로서는 일본인이 역사를 반성해야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본에서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만 대세라, 그런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전쟁의 원인과 진실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그런 날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 1965년에 한일협정을 맺으며 강제동원 문제를 타협했고 이번엔 일본이 준다는 10억 엔으로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한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과 사과를 원한다. 이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이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은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일관계 문제가 있으면 미국이 개입한다. 군사동맹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미국이 일본이나 한국에 ‘위안부 문제 해결하라’는 식으로 개입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 그러다보니 한국 피해자들의 마음을 무시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 일본에서도 미군 문제, 엑스밴드레이더 소음 문제 등으로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역주민들은 열심히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교토나 아오모리 지역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하지만 엑스밴드레이더 문제나 한국 사드문제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일본의 지역주민들은 잘 모르는 걸로 안다.”

-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은 전범국가다. 그러나 독일의 반성 모습과 일본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는 비판이 있다. 한국민들은 이에 대해 분노하는데 평화운동을 하면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짚어가고 있는지.

“얘기했다시피 정부 차원에서 보면 독일과 일본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일본의 경우 왜 어떻게 전쟁이 일어났는지, 국가권력이나 이런 문제를 일으킨 주체들에 대한 역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쟁에 패배했던 해에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전쟁에 졌다는 사실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권력의 문제를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 게 이런 (과거사 반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결과를 빚었다고 본다. 전쟁을 일으킨 사회가 어떤 사회였는지 우리가 잘 생각해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 일본 내 조선적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현재 조선적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 내)차별이 심하다. 대표적인 것은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조선학교만 배제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우리는 일본 사회를 위해서라도 차별은 반대해야 한다. 조선학교 차별을 용납한다면 일본 국가에 의한 탄압을 용납하는 것이다. 차별을 용납하는 구조와 사회라면 그게 무엇이든 반대해야 한다.”

-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하나는 한국 국민이 갈망하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또 하나는 일본이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는 지금의 구도를 벗어나 아시아 지역 내에서 유럽연합 같은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것이 이뤄진다면 평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국제적 연대가 중요하다.”

- 끝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민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한 가지 말씀만 전하자면 일본에서도 한일 과거사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일본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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