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국 반전평화단체 '글로벌네크워크' 공동설립자 브루스 개그넌

지난 15일, 71돌 광복절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에서 8.15평화대회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코리아국제평화포럼엔 발제자들 외에도 미국의 반전평화운동단체인 ‘글로벌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브루스 개그넌씨와 일본의 평화포럼 대표인 후지모토 야스나리씨가 참여했다.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자국에서뿐 아니라 국제연대를 통해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 활동가를 만나 국제연대운동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 글로벌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브루스 개그넌씨

-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1952년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공군정찰기를 타고 사진을 찍는 일을 하셨다. 소년 시절 그 사진들을 보고 아버지의 경험담을 들으며 자랐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1971년 베트남전쟁이 일어났을 때 공군에 지원했다. 캘리포니아 기지에 있었는데 그곳은 베트남으로 군인을 실어 나르거나 부상자와 사상자 시체를 실어오는 주요 기지였다.

그때 우리 부대는 전쟁의 끔찍한 민낯을 봤고 우리 부대 안에서 ‘G.I.(병사)저항운동’이 생겨났다. 군대 내부에서 반전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옳았다. 평화운동 참여는 내 삶을 바꿔 놨다.

군대 내부에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이 생겨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경험한 자들의 증언이 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 메인주에 산다. 1992년 다른 2명의 동료와 글로벌네트워크라는 평화운동 단체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얼마 전 끝난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하려고 왔다. 한국에 7~8번 이상 왔다. 주로 제주도 강정에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한국은 그 전에 2번 정도 왔었는데 제주도는 2012년 강정기지 반대를 위해 처음 갔다.

강정 해군기지에는 미국 이지스함이 주둔하게 되는데 이 전함들은 미사일방어체계를 탑재한다. 미사일방어체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사드도 그 중 하나고 ‘패트리어트 PAC-3’나 SM-3’가 다 그런 거다.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SM-3다. 이런 이유로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이다.”

- 한국에 와서 여러 집회에 참석하고 연대발언도 했는데 현장분위기는 어땠나?

“발언할 수 있어 영광이라 생각한다. 집회를 주최하는 한국 단체들이 놀랍다. 집회를 진행하는 방식, 특히 문화행사가 많은 것이 다채롭다. 일본, 인도, 남미, 유럽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평화운동에 참가해봤지만 한국의 평화운동 집회방식이 가장 흥미롭다. 여러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서 집회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 반전평화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1983년 플로리다에서 평화운동을 했다. 거주하던 곳 가까이에 나사(NASA) 우주센터가 있었고, 그래서 우주무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미국의 우주무기 문제와 그 심각성을 알게 됐다. 미국 펜타곤(국방부)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우주무기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미국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들을 미 우주무기프로그램에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끌어들여 비용의 일부를 감당하게 하지만 그 나라들은 실제로 통제권이 없다. 미국이 인공위성을 통제하고 지상에서 인공위성과 통신하는 시스템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상호운영(interoperability)이라 표현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상호운영이라할 수 없다.”

-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미국은 한반도의 분단상태 유지를 원한다. 미국이 한국에 주둔할 구실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실제로 미국 정부나 군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는 진짜 이유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마치 미국이 러시아 국경 근처에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서 러시아에게는 “이건 러시아가 아닌 이란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미국은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정권 변화를 원한다. 미국을 경영하는 초국적기업들이 러시아나 중국 시장도 컨트롤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니겠나.”

- 미국인으로서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먼저 미국인들에게 ‘미국의 (대북 및 아시아)정책이 잘못됐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평화통일을 원한다는)한국인들의 생각과 의견을 미국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게 우리가 미국에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비디오, 기사 등 영어로 된 정보와 자료가 더 많이 필요하다. 또 한국 내에서 미군의 주둔을 반대하는 여론을 확장해야 한다.”

-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하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미국의 위선이다. 이란이나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고, 오바마가 반핵 정책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1조 달러를 투입해 신세대 핵무기를 만든 장본인이다. 엔터테인먼트나 쇼핑 등이 미국인의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대부분 미국인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이런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 미국에서 대선전이 한창이다. 어떻게 보는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 모두 미국 무기산업의 협력자들이다. 여론은 트럼프에 대한 경계심 몰이에만 주력한다. 트럼프는 제쳐두고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보다 더 할 거다. 힐러리가 아시아회귀정책의 주요 설계자이자 홍보가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힐러리는 이라크전쟁이나 리비아를 초토화시키는 일 등을 모두 지지했으며 시리아 침공도 지지했다. 이 모든 대외정책 뒤에 힐러리도 있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나는 녹색당의 질 스타인에게 투표할 예정이다. 적어도 질 스타인은 진실을 말한다. 나 같은 사람들은 진실의 편에 서고 싶다. 진실을 밝히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면 그 불이 번져나가며 힘이 더해질 것이라고 본다.”

- 국제평화를 위한 연대활동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주 같은 경우 강정기지 문제를 세계에 알리면서 전 세계에서 동지들을 얻었다. 영어로 된 월간 소식지도 발간하는데 나도 받고 있다. 이처럼 각자의 상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강정 해군기지에 대한 연대도 그렇다. 내가 또 우리 단체나 다른 평화운동이 당장 해군기지 설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변화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그때를 위해 우리 모두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한국인들은 현재 굉장히 위험한 시점을 살고 있다고 본다. 한국인들은 전쟁이 무얼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미국 전쟁기지로 사용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 단체도 이런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미국 내 전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한 가지 어려움이 있다면 현재 미국이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같이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는 소방관이 된 기분이다. 한 곳에서 불이나면 불 끄러가고, 금세 또 다른 곳에 불이나면 또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미국이 여기저기 침공하고 이곳저곳을 폭격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곳에 집중하는 게 어렵다. 그래도 한국, 오키나와, 괌 등지가 미국의 전쟁에 이용되지 않게 하려고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