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동자의 책’ 운영 철도노동자 보안법 위반혐의 수사 물의

경찰이 성과연봉제에 관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대응방향 문건을 소지한 노동자를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철도노조 대의원이자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운영자인 이모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자동차)접촉사고가 났으니 나와 달라”는 말을 듣고 집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집 앞에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 형사 9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영장을 제시한 뒤 곧바로 이씨의 자택으로 들어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이씨는 자택에 전문서적과 인문사회과학서적을 포함해 3천여 권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노동자의 책’ 사이트에 갖고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회원이 신청하면 책을 복사해 파일로 보내주고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소지한 서적 가운데 107권을 압수했고 이밖에도 이씨의 컴퓨터와 스캐너, 하드디스크, 휴대폰 등을 압수했다. 이씨가 황당했던 점은 철도노조 대의원대회 문서가 압수수색 목록에 들어가 있고, 더욱이 경찰이 이를 이적문서라고 규정지은 점이다.

해당 문서는 성과연봉제에 관한 노조의 대응방향을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씨는 “왜 이 문건이 압수대상이냐고 물으니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인 이씨가 소지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거 ‘자본주의 타도’ 등을 외치는 노동운동을 조직했다는 혐의로 두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어진 소환조사에서 경찰은 이씨가 2013년 철도 민영화 저지 파업 당시 노조게시판에 파업중단을 반대하는 등의 글을 올린 것을 근거로 “불법 파업을 선전선동하고 파업을 뛰어넘어 정권 타도를 외쳤으므로 이적 사범성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씨는 “보안법 위반자가 삼성을 비판하면 한국경제 위기를 조장해 북한을 이롭게 할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할 것인가”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이번 경찰의 수사는 ‘노동자의 책’에 국한된 탄압이 아니라 9월 성과연봉제 반대 총파업을 앞둔 시점에서 명백한 노동운동 침탈”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노조가 포함된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경우 9월23일 총파업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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