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학비 노동자 471명 강제전보’ 항의단식 모르쇠
“학교 옮길 수 있습니다. 쥐꼬리만큼 월급 주는 학교, 여기서 일하든 저기서 일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강제 전보를 막기 위해 21일째 단식 중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문제는 ‘강제 전보’가 아니라 부산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있어요. 완전히 맛이 갔어요.” 지난 10일 부산교육청 앞에서 진행된 ‘강제 전보 저지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에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의 발언엔 거침이 없었다.
“부산교육청이 ‘전보’와 같은 중요한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노조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초창기 전교조를 만들고, 20년 넘게 노조활동을 했던 김석준 교육감이 이럴줄은 몰랐다.”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은 ‘맛이 갔다’는 김재하 본부장의 말을 이렇게 받았다.
부산교육청은 지난달 20일 정기 전보라며 학교에서 일하는 과학·교무·전산실무원 476명을 9월1일부로 전보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반발한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는 강제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학비부산지부는 삭발을 하고 집단 단식을 벌였다. 10일 현재 단식 21일째를 맞고 있다.
“개·돼지도 밥을 안 먹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돌아본다. 하물며, 학교직원이 20일이 넘게 곡기를 끊고 있는 데, 어떻게 교육감이 코빼기 한번 안 보일 수 있나. 자기가 누구 덕에 교육감이 됐는데.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결의대회 사회를 보던 최민정 학비 부산지부 사무처장은 김석준 교육감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1일 여름휴가를 마쳤지만 열흘째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부산지역 초등학교 교장들의 지난 6월11일 회의 결과가 담긴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과 교육청 사이에 체결한 2015년 단체교섭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어서다. 문건엔 교육실무직직원(학교비정규직)의 근무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으로 ▲점심시간 30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킴으로써 근무 공백이 발생함 ▲연차휴가를 부여함으로써 소요예산이 추가로 발생함 ▲학교비정규직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교권 추락’ 현상이 걱정됨 ▲한 학교에서 장기간(10년 이상) 근무함으로써 타성에 젖어 열심히 근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대안으로 ▲단체협약시 학교장 대표 참석 ▲연차휴가시 학교장이 승인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붙임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전보에 의한 순환근무를 의무화함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다른 호칭을 지정하도록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부산초등교장회의’ 문건이 교육청에 전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산학비연대는 “김석준 교육감은 ‘단체교섭을 부정하는 교장의 말을 들을 건지,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말을 들을 건지’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하면서 “9월1일 전보를 강행하려는 것도 교장회의 압력 때문이 아닌가”며 추궁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부산교육청이 2015년 부산교총과 체결한 ‘교섭·협의 합의서’ 제22조에도 학교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전보 방안이 포함돼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필선 학비부산지부장은 “교총과 학비노조는 엄연히 다른 조직임에도 인사와 관련한 타 직의 교섭안을 명시한 것은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는 압력행위”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한철 전교조 부산지부장은 “김석준 교육감은 자신은 ‘진보’가 아니라 ‘합리적인 개혁’ 세력이라고 표현한다. 교육감이 되고나서 보수진영의 지지가 늘었다고 흐뭇해했다”고 최근 김석준 교육감의 동향을 전하면서 “이번 ‘강제 전보’ 사태에서 김 교육감이 ‘참교육, 친노동’이라는 초심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확인하게 됐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