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꿔보는 신나는 통일꿈 ‘여행을 떠나요’
뭐든 헤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는 건 눈물로 달뜨고 미소로 행복한 일이다. 원래 하나였기에, 그래서 한 몸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던 과거를 간직했다면 만남의 기쁨은 더한 것이리라.
헤어짐이 오래 될수록 그리움도 크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그리움들을 풀어내는 게 꿈이고 꿈을 꿀 수 있기에 희망도 있는 것. 우리의 분단이 그러하다. 한 동포, 한 민족, 한 혈육이기에 보듬고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둘로 갈라져버렸다.
스스로 싫어서가 아니라 세계정세의 회오리에 휘말려 애달프고 피 끓는 이별을 하고 평생 한의 멍울을 가슴에 안고 사는 이산가족들이 가지는 단 하나의 꿈, 통일.
드럼뮤지컬 ‘여행을 떠나요’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원하는 통일의 꿈에서부터 출발한다. 극중에서 분단은 없다. 이미 하나의 민족이자 하나의 국가로 남도의 땅 제주에서 북녘의 땅 평양을 지나 소월이 ‘진달래꽃’을 노래했던 영변의 약산까지 막힘없이 이어진다.
물론 통일열차는 만주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지구의 반대편까지 가는 꿈을 이어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요’에서는 한반도 남과 북을 잇는 통일열차로도 충분히 흥겹고 감동적인 여행의 묘미를 보여준다.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터널이 만들어졌다는 설정을 통해 제주와 남원, 평양, 영변 약산을 거치면서 4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거기에는 남녀의 사랑과, 동료애, 친구 간 우정, 부부간의 애정, 이별의 안타까움과 회한이 담겨있다. 통일열차 출발역인 제주에서는 맡긴 짐을 잃어버리면서 일어나는 남남북녀의 깨알 같은 사랑이야기가 해녀춤과 전통민요 ‘너영나영’과 함께 펼쳐지고, 성춘향과 이몽룡이 있는 사랑의 고장인 남원역에서는 첩보원이 된 춘향과 몽룡의 동지애를 첩보과정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평양역에서는 이수일과 심순애 그리고 김중배를 어릴 적 친구로 설정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변치 않는 우정을 담아내고, 전쟁으로 헤어졌던 부부가 다시 만나 젊은 시절의 사랑과 헤어진 시절들에 대한 회한을 그린다.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의 하나로 조폭의 여걸 중간보스와 부하들이 보여주는 해프닝이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데, 이처럼 ‘여행을 떠나요’는 즐거운 웃음코드를 통해 우리의 통일도 ‘통일열차’처럼 ‘시원하게 길을 뚫고 달려가자’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예전 통일호 열차가 실제로 있기는 했지만, 통일익스프레스에는 ‘빨리 통일을 이루자’는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조국의 분단 현실을 넘어 ‘통일’이라는 우리민족의 꿈을 심각하지 않게 드럼을 비롯한 각종 악기와 아카펠라, 탱고, 군무에서 영화 패러디까지 버무려서 한 상 오지게 차려낸 드럼뮤지컬 ‘여행을 떠나요’는 극과 극의 어색한 연결고리, 구성이 모호해서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는 첩보 씬, 드럼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는 다소 빈약한 타악기 구성, 배우들이 힘겨워 보이는 협소한 무대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봐야하는 뮤지컬이다.
‘통일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그래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통일열차를 타고 유라시아대륙을 오가며 세계에 그들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게 하고 싶다면 이 뮤지컬은 꿈을 키워낼 또 하나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오 만원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 가는 곳 없는데
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은 왜 못 가
우리 민족 우리의 땅 평양만 왜 못 가
경적을 울리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꿈속에라도 신명나게 달려 볼란다
우리의 꿈 우리의 희망 통일만 된다면
돈 못 벌어도 나는 좋아 이산가족 태우고 갈래
- 신형원의 ‘서울에서 평양까지’ 1절 가사
뮤지컬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데 한동안 인기리에 불려졌던 ‘서울에서 평양까지’ 가사가 귀에 걸렸다. ‘여행을 떠나요’는 택시로도 갈 수 있고 열차타고도 갈 수 있는 그날을 더욱 그리워지게 만드는 통일뮤지컬이 분명하다.
한편 드럼뮤지컬 ‘여행을 떠나요’는 오는 28일까지 대학로에 있는 이랑씨어터에서 공연되며 전석 2만원으로 김기홍, 윤가현, 이수진, 김보겸, 조정훈, 조석준, 임연주, 박다솜 등 역량 있는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종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고동엽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고 신화극장, 한강아트컴퍼니, 김지호, 조재현씨가 공동제작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