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고문·조작사건 영역1 - 서재일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에서 공개한 반헌법행위 각 영역별 사건과 내용, 반헌법행위자 선정기준 및 이유를 담은 자료 중 세 번째 영역인 '고문조작사건영역'을 1, 2로 나눠 싣는다. 집중 검토 대상자는 ‘반론권과 인격권을 보장하고 열전이 보다 공정하게 제작될 수 있도록 이의신청을 접수’한다는 열전편찬위의 방침을 존중해 공개하지 않는다.[편집자] |
1) 고문·조작사건
고문·조작사건은 1960년대 1차 인혁당 사건, 1970년대의 김대중 납치 사건. 1970~80년대를 거쳐 집중적으로 발생된 간첩조작 사건, 1980년대의 녹화사업과 김근태 고문(민청련),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및 은폐 사건, 1990년대의 유서대필 조작사건 등 독재정권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발생하습니다.
특히 고문·조작사건의 발생은 선거 시기 또는 학생운동의 활동이나 당시 정권의 위기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정통성 없는 정부의 정권획득과 유지, 이에 대한 반대운동, 반공을 앞세운 탄압, 다시 민주화운동의 성장, 공안기구의 확대와 고문조작에 의한 탄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고문을 통해 해당 정권의 입맛에 맞게 조작되었습니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처음부터 혁명공약에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삼아 반공태세를 더욱 강화하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이 있었음에도 ‘반공법’을 제정하고, 중앙정보부를 창설하습니다. 반공법과 중앙정보부는 유신체제, 긴급조치와 더불어 군사독재의 장기집권의 도구로 활용되었고, 공안정국을 조성해 나갔습니다.
전두환 정권도 12.12쿠데타와 광주학살을 통해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부여받지 못한 채 집권한 것이기에 공안기관과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소위 수많은 고문·조작사건을 양산하면서 정권을 유지․강화했습니다.
이처럼 지난날 독재정권은 민주적인 국정운영을 멀리하고 고문과 조작, 정치공작 등 국가폭력을 통해 정권을 유지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이하 ‘중정’ 또는 ‘안기부’), 보안사령부-기무사령부(이하 ‘보안사’), 대공(보안) 경찰, 공안검찰 등 공안관계기관들뿐만 아니라 사법부까지 총동원하여 고문·조작사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이 정권들은 조작과정에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긴급조치, 사회안전법(보안관찰법), 국가보안법(반공법) 등 수많은 악법을 활용했습니다.
1960년대까지 간첩검거가 공안기관들이 내세우는 최고의 업적이었고, 정부 또한 간첩 관련 공안사건을 사회를 통제하면서 정치적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북한의 대남 전략이 바뀌고, 또 7․4남북공동성명 등의 영향으로 예전처럼 많은 수의 간첩이 남파되지 않았습니다.(‘국정원과거사위 종합보고서’, ‘국방부과거사위 종합보고서’ 등 기록 참조)
그렇다고 독재정권이 과거에 경험하고 누렸던 손쉬운 통치술을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공안기관들도 자신들의 존립 기반을 찾아서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바로 고문․조작사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습니다.
2) 고문·조작사건의 성격
과거 독재정권과 공안관계기관은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 강화시키기 위해 국민과 언론을 통제하면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고문․조작사건을 만들었습니다. 고문·조작사건의 가해와 피해성격에 따라 정치공작, 조직사건, 간첩조작, 기타 인권침해 영역으로 구분했습니다.
정치공작영역의 사건은 공안관계기관의 공작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본 것입니다. 민족일보, 김대중 내란음모, 신군부의 언론통제, 유서대필 조작사건 등 개인이나 언론을 대상으로 정권이 갖고 있었던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하여 위법적인 방법 등 공작을 통해 만들어지고 국민들에게 왜곡·선전되는 사건들입니다.
간첩조작사건은 70년에서 80년대에 걸쳐 눈에 띄게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간첩조작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송씨일가 간첩사건과 진도 박동운 일가 간첩사건처럼 월북과 월남자의 가족인 경우, 태영호 간첩사건처럼 납북어부인 경우, 11․12사건과 이헌치, 김양기, 김태홍, 김정사, 차풍길 간첩사건처럼 재일동포와 일본 관련 사건인 경우, 강용주 등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처럼 국내 민주화운동 관련인 경우 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조직(용공조작)사건은 학생운동과 관계되었거나 배후세력으로 왜곡되었고,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조작되었습니다. 1차 인혁당, 남조선해방전략당, 민청학련, 무림, 학림(전 민학련․ 전민노련), 민청련 사건 등 독재정권이 궁지에 몰릴 때 언제나 친북용공단체로 등장했던 사건들입니다.
재일동포와 일본 관련 간첩사건은 우리나라로 건너와 재학 또는 재직 중 간첩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와 취업차 또는 친족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동포들과 접촉한 후 귀국하여 간첩사건에 연루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독재정권과 공안기관들은 월북·남 가족과 납북어부 그리고 재일동포 모국유학생 등을 마녀사냥의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이자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공안기관원들은 그들을 간첩조작의 희생양으로 삼기에 적당하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납북어부와 재일교포 조작간첩 문제가 대부분 70~80년대에 집중된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처럼 탈북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권침해 관련 사건들입니다. 이들 사건은 당시 관련 법과 제도 자체가 헌법에 반하고 인권침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법과 제도를 공안기관들이 활용함으로 인해 수백에서 수천 명 이상의 억울한 피해자들이 발생되었습니다.
긴급조치, 사회안전법(1975년 사회안전법 제정: 피해자들은 형기만료 후 청주보안감호소에 수감, 2년마다 검사의 판단에 따라 새로 보안감호처분을 받아야 했으며, 19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될 때까지 10~16년간의 보안처분을 받았다. 사회안전법은 1989년 보안관찰법으로 대체되었다.), 삼청교육대, 녹화사업, 보안사의 민간인사찰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사건에서 일관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문·조작사건을 만들기 전에 항상 관련 부처들이 법과 제도를 만들거나 손질했고 공안관계기관들은 이 법과 제도를 등에 업고 자의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또한 공안기관은 내사나 불법사찰 등을 통해 사전계획을 세워 준비했고, 사건진행의 경과에 따라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고문 등의 반헌법행위를 자행하였고, 정권유지와 연장의 수단으로 언론 등을 통해 선전하습니다.
이런 반헌법행위들은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와 입을 막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였습니다. 이 맛에 취한 최고 권력상층부와 공안기관들은 조작의 대상을 다양화시키며 더 악의적이고 저급한 조작행위를 반복하였던 것입니다.
3) 고문·조작사건의 반헌법행위자 선정기준과 방법
2015년 7월 반헌법행위자 열전편찬준비위원회의 자료집(누가 반헌법행위자인가?)에 수록된 바와 같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83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신청(13,348건), 대법원 검토 공안․시국사건(224건), 시민사회 선정 인권침해 사건(363건),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7건의 의혹사건과 6개 분야, 예비조사대상 사건 83건),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8개 분야 사건), 경찰청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7건의 개별사건, 3개 분야)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600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162건) 등 국가기관과 사회단체가 조사한 사건과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사건 또는 재심이 진행 중인 사건(진화위 재심권고 사건(73건)과 개별 진행 재심사건(66건))을 검토대상 사건으로 삼았습니다.
열전편찬위원회는 이들 사건 중에서 아래의 기준을 적용하여 집중검토 대상사건을 선정하였습니다.
- 공권력에 의해 정권의 유지·강화를 위해 전국적 혹은 계획적으로 진행된 사건
- 조작사건 발생 당시 언론 등에 대대적으로 선전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된 사건
- 시민단체나 국가기관의 조사 활동 또는 재심을 통해 고문 조작의 진상이 규명된 사건
- 피해자들에게 신체나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가하여 그 향이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전체 사회까지 미치게 된 사건(피해 규모와 정도 등)
고문·조작사건 영역에서는 사건별로 조사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조사보고서에는 사건 개요와 고문·조작과 관련된 행위사실이 들어갑니다. 이 보고서에 따라 반헌법행위 관련자(예비명단)를 추출합니다. 사건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건 당 20명 내외로 예비 명단을 작성 중에 있습니다. 다 합하면 반헌법행위 관련자 예비명단은 2000명 이상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작성된 예비명단을 300명 내외로 압축하는 1차 과정과 100명 내외로 압축하는 2차 과정을 거쳐 반헌법행위자를 선정하려고 합니다. 이 때 선정위원의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한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단계별 비율적용, 피해정도, 시기, 사회·역사성 등을 고려해서 선정할 것입니다.
선정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행위의 자율성과 타율성, 행위의 반복성과 불가피성, 정치․경제적인 이득, 폭력성의 정도 등이 될 것입니다. 특히 과거 확정판결 전후 훈·포장을 받은 자, 반헌법행위와 관련하여 승진 등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혜택을 누린 자, 전체 조작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자 등은 선정 시 중요하게 평가될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고문조작사건 2'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