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분석기사 ‘눈길’… 학교측 ‘불통’과 ‘순혈주의’도 비판

▲ 사진 출처 : 이화여대 홈페이지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둘러싼 학내 분규가 이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것은 교육부가 돈줄을 틀어쥐고 일방적으로 대학의 구조조정과 학제 재편을 압박하면서 대학사회 전반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 설립을 둘러싸고 경찰력 투입으로까지 번진 이화여자대학교 학교-학생간 갈등사태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핵심 요인이란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일보는 2일자 1면 <정부, 돈줄 쥐고 대학 통제… 梨大 사태 불렀다> 제목의 기사에서 “이화여대 사태로 표면화하긴 했지만 정부가 주도한 대학 구조조정 작업은 그간 학내 의견 수렴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진행돼 왔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 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사례로 “역대 최대 재정지원사업으로 알려진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사업”을 꼽았다. 올해 5월 해당 사업 참여대상으로 선정된 21개 대학엔 올해부터 3년 동안 매년 50~15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일찌감치 치고 나간 중앙대도, 학과 개편을 시도한 경희대와 인하대 등도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고 한다.

“반면 이화여대는 정부 재정지원사업들을 싹쓸이했다.” 한국의 보도에 따르면, 3월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 사업을 따내 3년 간 96억원의 정부 예산을 확보한 데 이어 5월엔 연간 50억원 안팎이 지원되는 PRIME 사업 참여 대상으로 뽑혔다. 지난달엔 이번에 문제가 된 평단 사업(연간 30억원가량) 참여가 결정돼 대학가에선 ‘재정지원사업 3관왕’을 달성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학문을 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재학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결국 학내 분규 사태까지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 이화여대 사태 관련 2일자 한국일보 기사 제목들[ 출처 : 한국일보 홈페이지]

학내 분규사태의 근본원인이 바로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란 얘기다. 그럼 왜 정부는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일까?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요구는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가시화했다고 한다. 한국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부실화하고 그 여파가 학생에게 피해로 돌아가면 교육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는 재정지원사업을 경쟁 구조로 재편하면서 대학들의 복종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지원으로 재정의 15% 안팎을 충당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사업을 따내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였다는 것.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이유로 학내 조정 과정이나 소통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한국은 또 “대학 본연의 가치와 존재 이유보다는 대학을 직업훈련 양성소로 탈바꿈하려는 정부의 시장만능주의도 사태를 키웠다”며 “산업 수요와 관련한 쪽으로만 정부가 재정지원을 집중해 인문ㆍ사회과학과 순수 자연과학 분야가 위축되면서 결과적으로 고등교육의 황폐화가 본격 진행됐다는 것”이라고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은 이어 ‘이화여대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학교측의 ‘불통’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뤘다. “내부 갈등은 학교가 추진하는 재정지원사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잇따라 배제된 학생들의 소외감에 학교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한 구성원들의 감정적 요인까지 겹쳐 폭발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른바 ‘순혈주의’ 문제도 제기했다. 한국은 “갈등 배경에는 ‘국내 최고 여대’라는 이화여대생들의 자부심과 프리미엄, 이른바 ‘이대 순혈주의’가 학교 구성원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일련의 사업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결국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무엇인가’의 물음으로 귀결된다. 한국은 ‘이화여대 사태’를 바라보는 일각의 따가운 외부 시선을 전하면서 “대학이 교수·학생 등 학내 구성원의 것인가, 아니면 (지역)사회의 것인가 근원적인 대립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생각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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