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한다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총선 출마지역 선정이 또 미뤄졌다.

종로 출마를 저울질하던 황 대표는 용산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지만 공식발표는 없었다.

이 사이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게 될 종로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 총리와 문재인 정부 총리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종로 빅매치는 무산 될 듯 보인다.

현 대선 선호도 1위인 이 전 총리를 꺾을 경우 청와대로 직행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황 대표가 왜 종로출마를 피할까?

지난 3일 열린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이유로 ▲황 대표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1대1 구도를 굳히면 전국 선거를 이끌 수 있다 ▲적장(이 총리)이 와서 싸움을 걸었는데 이걸 외면하고 쉬운 데로 가겠다는 건 황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 ▲황 대표가 험지를 오롯이 수용함으로써 영남(TKㆍPK)의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험지 출마를 공언했던 황 대표가 종로 출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컷오프(공천배제) 물망에 오른 TK(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본인은 종로를 피하면서, 왜 TK 의원들은 밀어내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당내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결심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 종로에 출마했다 떨어지는 날엔 당내 입지는 물론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황대표의 고뇌가 묻어있다.

당 일각에선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같은 승부사는 아니라는 실망섞인 불만도 나온다.

한편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여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황 대표는 5일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저희 당과 저의 총선 행보는 저의 판단, 저의 스케줄로 해야 한다”며 종로 출마 요청에 당장 응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또한 이날 자유한국당 당원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 황 대표 대신 김무성 의원이 종로에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 김 의원은 패배해도 범 보수 세력의 선거 승리에 불리하지 않지만 황 대표는 다르다는 논리다.

순천에 지역구를 둔 이정현 의원의 전격적인 종로 출마 선언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대표였던 이 의원을 종로로 보내 이 전 총리와 맞붙게 함으로써 황 대표를 용산 등으로 뺄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의원이 5일 출마기자회견에서 밝힌 “자유한국당이 (종로에) 후보를 낸다는 그 이야기는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한 것도,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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