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 빈민스토리(25)

▲ 아프리카 세네갈의 노점상 [사진 : 필자 제공]

세계 각국의 노점상 정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경제적 변화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데 어느 나라든 노점상은 공식적인 경제부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생계 방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불안정 노동층과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실업대책이나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 한 다양한 연령층에서 노점상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점상 발생의 책임이 구조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단속·철거함으로써 노점상들의 '생존수단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유지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해 왔다. 

특히 저개발 국가는 도시화에 따라 가난하고 일자리가 부족한 농촌을 떠난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유입됨에 따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노점상과 같은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노점상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증가는 도시 개발의 방해 요소로 보고 세계 곳곳에서 폭력적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적 단속은 과거 관을 통해서 이루어지던 것이 한국의 용역반과 같이 민간 사설 경비용역을 이용하는 것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각 구청 내 ‘야타이 문제 대책반’을 가동하고 있거나 홍콩의 행정원 환경위생국의 상근직원으로 이뤄진 ‘노점상관리대’처럼 막대한 사설 경비인력이 투입되거나 이를 위해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위와 같은 배경 아래 많은 나라와 도시에서는 한국보다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노점상 허가제’를 정책적으로 병행해 나갔다. 이러한 노점상 관리대책의 출발도 처음부터 자치단체와 정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의 오랜 저항과 시민사회 단체 그리고 진보적인 정치 세력의 협력을 통해 생존권을 영위할 수 있도록 쟁취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노점상허가제’를 둘러싼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정책이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실제 부정적인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노점상은 경제적 변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듯이 경제적 안정기에는 노점상이 감소하여 나가지만 현재와 같이 전 세계적인 장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점상은 새로운 도시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인도의 벵골로의 경우 6개 구역의 853개를 합법화하고 있으나 허가되지 않는 노점상은 생존권이 침해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일부 허가받은 노점상에게 치안까지 담당하게 해 새로 발생하는 노점상을 노점상이 단속하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도 오래전 대부분의 주에서 조례를 통해 허가제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역시 늘어나는 노점상을 포용하지 못하고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노점상의 관점에서 보면 참담할 정도로 거리에서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 빵을 파는 인도의 노점상 [사진 : 필자 제공]

이제껏 살펴봤듯이 각국에서 진행되는 ‘노점상 허가제’도 하나의 방편일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가의 문제를 던진다. 이미 몇 차례 언급했지만, 한국은 1989년 한차례 가로가판대 사업을 추진하여 허가된 노점상 정책을 다뤘지만 1997년 IMF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점상으로 실제 정책의 성과는 크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오세훈 전서울시장 의 ‘도시디자인사업’의 일환으로 등장한 노점관리대책인 허가제1)는 실제 노점상단체의 진로를 위협하고 노점상 생존권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책이 되고 있다. 

* 주1) 노점상관리대책은 실명제 그리고 최근 노점상 가이드라인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상생보다 규제안에 더 접근하고 있소 노점상감축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노점상 정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노점상의 역기능으로 지적이 되는 거리 질서, 환경, 위생 등등의 문제도 하나의 뚜렷한 기준이라기보다는 각 나라의 조건에 따라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위생 관념이 철저한 소위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거리에 펼쳐있는 먹거리, 음식의 경우 우리의 상식과 기준에 비춰 열악할 수 있지만 엄연한 하나의 문화인 풍물적인 요소로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한 나라 안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정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유럽의 일부 국가와 도시의 사례 가운데 벼룩시장과 프리 마켓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범위하게 노점상 등 비공부문을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하는 관점에 있어서 한국의 ‘민주노점상전국연합’에서 주장하는 ‘비제도적 자율체계’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자치단체가 제도적 규율로 통제하는 방식보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노점상 당사자와 동반관계를 갖고, 지역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을 최소화하거나 노점상의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정책으로 그리고 도시문화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

다음은 한국의 노점상 빈민운동이 참고할 부분이다. 인도의 인도노점상연합(NASVI)은 전국적으로 노점상 대중을 중심으로 자치단체를 만들어나가고 있으며 이 밖에도 스리랑카 노점상연합, 네팔 노점상연맹, 방글라데시 비공식노동자연맹 등에서 자치단체 활동을 넓혀 가고 있다. 한국의 노점상도 진보적인 정치 사회단체와 유기적으로 연합하여 스스로 생존권을 지켜내고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중적인 자치단체의 전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많은 국가의 노점상은 NGO 단체의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배치되어 활동가에 의해 조직화 관리되고 있거나, 중국처럼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어 한국의 노점상처럼 회원 중심의 대중적인 자치단체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 노점상 조직화 비율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한국의 아동 노점상 문제는 심각하지 않으나 많은 개발국가의 노점상 가운데 여성과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마차에 대한 소유권도 남자에 비해 약하고,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아동의 경우 갈취 등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인도의 ‘SEWA’는 여성 중심의 활동과 지도부를 두고 운영하고 있었으며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2) 마지막으로 한국의 노점상단체도 이들 단체처럼 여성 노점상의 참여와 리더쉽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필요하다.

* 주2) SEWA (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 :자가고용여성연합) 1972년에 창립된 비공식 부문 여성 노동조합.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주에 있는 대도시 아메다바트에 있으며, 6개주 8개구에 회원을 두고 있다. 

이 글은 2002년 2월부터 전개된 ‘국제노점상연합’ 활동과 언론에 보도된 자료에 근거해 작성되었다. 각국의 노점상 문제를 바라보는 제한적인 정보와 극히 부분의 사례를 통해 추론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확대해석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후 각국 노점상 단체와 연대를 추진하며 국제노점상 현황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995년 세계 11개국의 노점상이 모여 최초로 노점상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한 활동 전개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통하여 ‘노점상 벨라지오 국제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선언글을 첨부한다.

가난한 행상과 실업, 강제이주, 이민, 그리고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노점상들이 도시 지역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도 도시 정책자들과 계획자에게 방해물로 치부되고 있다. 노점상은 지역 정책입안자들에 의하여 정신적 육체적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폭력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개인적인 권리와 경제적 권리 역시 박탈되고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노점상이 필요로 하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거의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행상들과 노점상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그리고 건설적인 국가 정책이 되도록 각국의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

첫째 도시계획에 의한 행상구역 제정 등을 통해 상인들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라.

둘째 도시 영역 중에서 이용 가능한 합법적 공간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라.

셋째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확장하라.

넷째 노점상을 도시분배 시스템의 긍정적 일부로 포함하는 것 외에 도시 개발 계획의 특별한 구성요소로 삼아라.

다섯째 합법적 수준에서 지원 서비스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정해라.

여섯째 법규를 만들고 자립시킬 수 있도록 해라.

일곱째 노점상과 행상, NGO 기타 노점상들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합의 장치를 만들어라

여덟째 재난과 자연 참사의 상황에 노점상들의 구제 수단을 대비하고 준비하라.

- 1995년 노점상 벨라지요 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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