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힘으로 주민의 뜻대로’ 주민고충해결 사례 - ① 광운대역 육교 안전 문제

‘민원처리’와 ‘고충해결’, 그 차이

민원처리
[민원] 주민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
[처리]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지음.

고충해결
[고충] 괴로운 심정이나 사정. ‘어려움’으로 순화.
[해결] 제기된 문제를 해명하거나 얽힌 일을 잘 처리함.

기존의 정치는 주민이 민원을 넣고 이를 접수하게 되면 주민이 요구하는 바를 정치 이권에 따라 행정기관이 정리하여 처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민중당 노원주민직접정치운동본부(운동본부)는 주민의 민원을 접수하게 되면 ‘주민의 괴로운 심정과 사정’을 공감하고, 이 고충을 ‘주민의 요구’에 따라, ‘주민의 힘을 발동’하여 해결해 나가는 중입니다.

‘주민에게 권력을’, ‘우리가 직접정치 하자’는 구호를 들고 있는 운동본부는 지난해부터 노원에서 주민의 집단적 힘을 키우고 주민권력을 높이는 방식의 주민직접정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600여 명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민요구안’을 결정하고, 지역 정치인들을 다 불러모아 요구안 실현을 촉구하는 <주민대회>를 성사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해 10월, 서울 노원구 중계 등나무 근린공원에서 열린 제1회 노원주민대회. 600여 주민들이 참가해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주민요구안’을 결정했다.

운동본부가 벌이고 있는 ‘주민고충해결운동’ 역시 ‘주민이 권력을 갖는’ 직접정치운동입니다. 기존의 정치처럼 주민의 민원을 대리해 해결해주며 주민에게 칭찬을 받고 치적을 쌓는 일이 아닙니다. 주민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운동본부는 이 문제를 면밀하게 파악해 정보를 제공합니다. 주민들은 이 정보를 습득해 해결 방법을 찾고, 주변에 자신과 같은 고충을 겪거나 해결에 공감하는 주민을 조직하며 주민의 힘으로 집단 민원을 제기해 행정기관 등을 움직입니다. ‘대리’하거나 ‘청원’하지 않고 직접 우리가, 주민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게 하는 하나의 직접정치운동입니다.

“백날 가도 어차피 안 돼”에서 “이건 조금 다르네”가 되기까지

“여기에도 말해보고, 저기에도 찾아가 봤는데 안 돼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당장 문제를 뚝딱 해결해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민원만 찾아다니는 기성의 정치권들. 그들은 해결하지 않는 일들. 주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진짜 고충, 오래 묵은 현안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노원 월계동에도 오랜 현안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해결하겠다’고 외치지만 누구도 마땅히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그 중 하나인 월계동 광운대역 육교는 1989년에 만들어져, 30여 년의 세월 동안 월계1동과 3동을 이으며 주민과 함께한 다리입니다. 육교 하루 통행량이 1만 명에 달합니다.

▲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육교

오래된 만큼 주민들에게 친근한 길이지만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걱정과 불안의 길입니다. 낡고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안전 문제가 발생할 염려 때문입니다. 난간 벽이 기울고 콘크리트 틈이 벌어지는 등 눈에 보일 정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육교를 이용하는 많은 주민들은 그동안 개별로 구청에 문의도 넣기도 하고, 무수하게 보수 공사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나 민원을 제기한 사람에 한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을 계획 중이라 그때 할 것이다’라는 안일한 답변을 들을 뿐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 주민들에게 정책제안을 받을 때부터 들어 온 현안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역 정치인들이나 구청은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인 만큼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않고 미뤄두고만 있었습니다.

운동본부는 주민고충해결운동을 시작하며 이 문제는 개발 시점을 기다리며 미룰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로, 육교를 이용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육교의 안전 상태를 인지해야 하고, 반드시 주민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결에 돌입했습니다.

▲ “안전진단 결과 C등급” 육교의 안전문제 상황에 대해 알리는 현수막.

먼저, 구청이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에게만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는 육교의 안전 상황에 대해 모든 주민이 알 수 있도록 육교 주변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출퇴근시간엔 이를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드렸습니다.

‘안전진단 결과 C등급, 광범위한 결함 발생, 그러나 안전에 문제없음, 내년에 다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는 구청의 황당한 답변을 빠짐없이 알렸습니다.

그러자 주민들의 원성이 쏟아졌습니다. “걸어 다닐 때마다 불안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기억해주세요”, “신속히 복구 수리·재건축하길 바랍니다” 등 111명의 주민이 육교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주민의 의견을 모두 모아 구청에 접수하고, 부구청장과의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고, “재개발 등의 핑계로 이 문제를 미루지 말고, 결함이 있는 현재 상태를 즉시 보강”하고, “주민이 알기 쉬운 용어로 육교 안전 점검 결과와 보강공사 시기 및 방식, 근본적인 안전 대응 방향에 대한 안내판을 작성해 설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노원구청과의 면담. 주민들의 요구를 그대로 전했다.

구청은 ‘상반기 내에 결함이 있는 부분 보수·보강’, ‘안내판 즉각 설치’ 등 주민 요구 사항을 모두 이행하겠다 약속하고 주민의 안전을 1번으로 챙기겠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6개의 안내판이 설치되었습니다.

주민의 의견을 모으기 시작한 후 주민의 집단적 요구에 구청이 이행을 약속하기까지 단 일주일의 시간이었습니다. 월계동 주민들은 작지만 주민들이 힘을 모아 구청에 일을 명령하고 시행하게 하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주민들은 “백날 가도 어차피 안 돼”라고 여겼던 일을 “이건 조금 다르네”하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월계동 육교 안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주민의 힘으로 주민고충해결운동의 작은 한 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육교 안전을 위한 더욱 지속적이고 세심한 감시, 추가 조치를 위한 제기가 필요합니다. 이 역시 주민의 힘으로 시작됩니다.

 

▲ 월계동 광운대역 육교 실태(왼쪽), 주민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안내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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