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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하나 내준다고 안잡아 먹을까[장창준 세상돋보기] 더 이상의 외교 패착은 허용될 수 없다

이란 군사령관을 암살한 것은 트럼프의 대선 전략이다. 자신은 결코 나약하지 않다, 미국 역시 나약하지 않다, 미국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단결해서 더 강해져야 한다는 “America First” 전략의 실행이다.

트럼프는 이미 2019년 재선 도전 출정식에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재선 슬로건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호소력을 확대할 새 정책이나 화합의 어젠다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고, CNN 역시 “행사장의 청중은 지난 4년간의 똑같은 메시지를 들었다”고 혹평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야 했다. 이란은 최적의 대상이었다. 오바마의 모든 것을 거부했던 트럼프는 오바마의 업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이란과의 핵합의를 깼다. 미국은 이란의 혁명수비대와 그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을 테러 관련 단체로 지정했다. 이번에 암살당한 카젬 솔레이마니는 쿠드스군의 사령관이었다. 솔레이마니는 9.11 사건 이후 미국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테러단체의 ‘수괴’였던 것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트럼프의 대선전략이지만 그것을 잉태한 것은 미국의 대외정책이다. 미국의 중동 전략이 중동의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솔레이마니는 그 ‘무질서와 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는 이라크, 시리아, 예멘,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군사, 테러조직을 지원해왔다. 중동 반미 연합 전선의 중심에 솔레이마니가 있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솔레이마니가 기획하고 있는 공격을 저지하고, 미래에 미국인을 노리는 이란의 대리군(軍) 공격이나 쿠드스군의 직접 공격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이 임박했다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미국이 내놓지 않는 이상 예방전쟁은 명백히 불법이다. 한 국가의 요인을 암살할 만한 명분이 되는 ‘임박한 위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미국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 국제법적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시인한 셈이다.

최근 해리스 주한미대사의 공개적인 호르무즈 파병 요청이 있었다.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면서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호르무즈 파병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지난 해 7월 새로 취임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의 방한 때 파병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정부 역시 파병을 사실상 결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2월 12일 한국 정부는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아덴만 해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청와대의 설명과는 달리 이미 호르무즈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청와대의 기류 변화가 엿보인다. 2020년 1월 9일 개최된 NSC에서 “중동 지역에서 조속히 긴장이 완화되고 정세가 안정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12월에 언급되었던 “국제적 노력에 기여”한다는 표현이 “국제사회의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역시 최근 “미국의 입장과 우리의 입장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심사숙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한미동맹을 외교정책의 기준선으로 삼아왔던 지금까지의 한국 정부의 행태로 보나, 지난 해까지 보였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보나 심사숙고의 결과는 파병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세 차례 치명적인 외교정책의 실패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는 사드 임시배치였다. ‘임시’배치이건 ‘정식’배치이건 사드는 배치되었다. 사드는 뺄래야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임시배치가 유지되든지 정식배치로 전환되든지 여부만 남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한미워킹그룹회의에 참여한 것이다. 워킹그룹회의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0(제로)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개입과 간섭의 통로가 된 것이 한미워킹그룹회의였다. 세 번째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 방침의 조건부 유예이다. 지난 해 12월을 유예기간으로 설정했지만 유야무야 넘어갔다. 사실상 지소미아는 연장된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사고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서도 지배적이었다. 최근 방위비분담금 관련해서 한미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위해서라도 호르무즈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한다면 이는 네 번째 치명적인 외교정책의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잔치집에서 받은 떡을 남매에게 먹이기 위해 바삐 길을 가던 엄마는 깊은 밤 산중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겠다는 호랑이의 감언이설에 속아 엄마는 떡을 내준다. 그러나 떡을 모두 먹은 호랑이는 엄마를 잡아먹고 남매까지 잡아먹었다.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떡 하나 내줬다고 해서 방위비분담금에서 양보할 미국이 아니다. 더 이상의 외교패착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호르무즈 파병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와 국민의 궐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창준 정치학 박사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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