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내외 경제분석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수요부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주요 국가들에서 ‘포용적 성장’, ‘소득주도성장’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대안 경제가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

10년간의 세계경제 대침체국면 속에서, 각 국가들은 한편으로는 보호무역으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울타리를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성장 동력 발굴로, 경제위기를 타개하고자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1. 세계경제

미·중 무역전쟁은 2019년 세계적으로 생산과 무역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 갈등은 먼저 세계 big two(미·중) 국가 간의 상품 거래와 생산을 억제했다. 미국 연준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기업의 5분의 1이 무역 갈등에 대응해 2019년 상반기에 투자활동을 중단했거나 연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중간재를 많이 구매하는 한국과 일본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중간재와 자본재를 위주로 하는 독일도 자동차 등에서 큰 폭의 수출 하락이 있었다. 나아가 기존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제무역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미·중이 2019년 12월 말 무역 1단계 합의에 도달해, 미국은 기존 일부품목에 적용된 15% 관세를 7.5%로 인하하고 추가 관세는 유보하며, 중국은 400~500억 달러 규모(47~59조 원)의 미국 돼지고기와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탄핵 등 대선 국면에서 성과가 필요한 미국과 경제 하강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의 임시적이고 부분적인 타협에 불과하다. 2단계 합의에서는 보다 핵심적인 쟁점과 1차 합의 이행 등을 놓고 다시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으로 미국은 중국의 신산업에서의 추격을 차단하고, ‘중국시장 자본시장 개방’, ‘위안화 평가절상’, ‘지적재산권 강화’ 등으로 미국 기업의 주도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기축통화 달러 패권을 거부하고 위안화의 국제통화 실현’, ‘제조업뿐만 아니라 정보산업 등에서도 미국 추월’, ‘일대일로를 통한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시장 확보’ 등을 목표로, 수천 년간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국을 다시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시진핑의 중국몽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타협할 수 없는 내용이며, 2020년에도 세계 경제와 군사 등의 기준을 새롭게 제정하기 위한 충돌은 불가피하다.

2019년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조업 둔화가 지속되고 세계교역이 급속히 위축됐다. 이는 전자제품, 원자재, 화학제품 가격 하락과 교역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수출주도 국가들인 독일, 체코, 폴란드, 중국, 한국, 대만 등의 성장세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미국은 자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신흥국 정부의 보조금 폐기를 압박하고 있다.

2020년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 창출과 투자가 필요하나, 금융위기 이후 2017년부터 형성된 상승국면은 아래 그림처럼 단기적으로 끝난 상태이다.

2020년에는 고령화와 양극화로 인해 수요부족이 지속되고, 산업구조의 변화로 중후장대(重厚長大, 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장치산업보다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에 기반한 정보산업이 부상하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장치와 자재 등의 설비투자는 약화될 것이다.

▲ 전세계 투자, 소비, 정부지출 증가율(출처 : LG경제연구원(2019) 재인용)

주요 국가들은 경제침체 극복을 위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재정확장 정책을 실시하겠지만, 돈 풀기를 통한 경기부양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세 차례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1.50~1.75으로 이미 제로수준에 근접해 있고, 양적완화로 중앙은행 자산(부채)이 크게 증가한 상태로 통화정책의 효력은 약발이 다한 상태이다. 더구나 중국 상품에 부과된 관세가, 미국 가계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 기업들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의 감세 정책 여파로 2020년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2020년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체제가 타격을 받고 글로벌 실물·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이는 한-EU FTA 체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과 ‘금융 리스크’, ‘양극화’ 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있으므로 2020년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개인소득 향상으로 소비시장이 확대돼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내수위주 정책이 자리잡고 있으며, 국영기업과 국영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국가경제 관리능력이 안정적이고, 단계적인 개혁개방을 지속하고 있다.

2. 국내경제

1) 거시적 흐름

첫째, 한국경제는 미·중 대결 속에서 세계경제 교역감소로 인한 수출 위축이 지속될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지속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둘째,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 인도 등에 추월당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앞세워 플랫폼 등 정보산업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한국과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또한 산업재편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면서, 과거와 같은 하드웨어의 설비투자 필요성이 감소되어 원자재 수요도 떨어질 것이다.

셋째,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부터 연평균 30만 명씩 감소하고, 노년인구는 증가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세수 감소, 내구재 소비감소 등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노년인구는 소득이 없어, 의료서비스와 생필품 소비 외에 소비가 크게 감소한다. 반면 정부의 의료보험, 사회복지, 요양보호 등의 재정지출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 생산가능인구 감소, 노년인구 급증(단위 : 만 명)

 

일본과 유럽에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경제 불황과 겹치면서 경제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1990년 버블붕괴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으며, EU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2010년대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일본은 1990년 버블붕괴와 함께 1994년 고령사회, 2010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구조화됐다. 노년인구 증가로 내구재 소비가 감소했고, 사회보장비(연금, 의료보험, 요양보호)가 1990년에 비해 2016년 두 배로 증가했다.

▲ 고령화시기,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기 경제성장률(자료 : LG경제연구원(2017))

넷째, 2020년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대결구도로 바뀔 경우, 국방비가 보다 증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외국인투자 감소 및 철수, 관광산업 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개발, 대륙철도 연결 등이 저성장 구조를 타개하고 한반도 경제부흥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였지만, 이러한 기회들이 사라지고 오히려 대결과 충돌 위험성이 높아지면 이에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2) 수출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흐름은 글로벌 교역침체와 생산감소로 이어져 한국과 같은 중간재 수출국가에 큰 타격을 주었다.

▲ 글로벌 산업생산과 한국 중간재 수출 추이(출처 : LG경제연구원(2019) 재인용)

수출증감률은 2018년 대비 크게 하락했는데, 2019년 평균 마이너스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요 국가들의 보호무역으로 한국의 수출 부진은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수출 증감률 추이(통관기준 잠정치)

2019년 수출지수를 보면 수출단가와 수출물량 모두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부진 여파는 2020년 고용을 통해 내수로 확산되고 있다.

▲ 2019년 수출지수 등락률 추이(전년 대비 %, 자료 : 한국은행)

3) 기업부문

수출둔화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내수경기까지 부진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579개사의 연결재무제표 분석 결과 2019년 3분기까지 매출액은 1,487조 원으로 2018년 동기간보다 0.3% 증가했으나, 누적 영업이익은 82조 2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38.8% 감소했고, 순이익은 54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2% 줄었다.

또, 코스닥 상장기업도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 증가, 순이익은 2.9% 감소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5.3%)과 매출액순이익률(3.8%)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0.3%p, 0.5%p 하락했다.

또한 한국은행이 12월 발표한 ‘2019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3분기 외부감사대상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증감률(3.5 → -2.8)과,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7.6 → 4.8)은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안정성지표인 부채비율(83.0→83.5)과 차입금의존도(20.3→24.2)는 전년 동기대비 소폭 악화됐다.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8% 감소했으며, 숙박음식업과 운수업도 각각 6.8%, 5.9% 감소되는 등 전반적인 불황이 이어졌다.

영업이익 하락세는 산업군별로 큰 편차가 나타났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여전한 상황이다. 전기가스업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55.8%나 감소했고 부동산업과 운수업도 각각 22.9%, 14.9% 영업이익이 줄었다.

매출액증감률은 제조업이 2018년 6.2%에서 2019년 –3.8%로 크게 감소했고, 비제조업은 2018년 –0.4%에서 2019년 –1.4%로 감소했다.

▲ 매출액 증감률(자료 : 한국은행)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이 9.7%에서 4.5%로 반타작했고, 비제조업은 전년과 비슷하다.

▲ 매출액 영업이익률(자료 : 한국은행)

매출액세전수익률에선 전 산업은 7.2%에서 4.9%로 하락했는데 제조업이 크게 하락했고, 비제조업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 매출액 세전수익률(자료 : 한국은행)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전년과 비슷하나, 차입금의존도((차입금 + 회사채) ÷ 총자산 × 100)는 전 산업에서 소폭 증가했고, 비제조업에선 23.2%에서 29.3%로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자금압박으로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많아질 만큼 기업 경영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차입금 의존도(자료 : 한국은행)

이와 같이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부실 중소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2월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기업 210곳(C등급 59, D등급 151)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 2018년(190곳)보다 20곳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은 주요 업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2018년과 견줘 10곳에서 9곳으로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180곳에서 201곳으로 21곳이나 늘었다.

업종별로는 전반적인 업황 부진 등으로 기계 및 장비제조업 가운데 부실징후기업이 2018년 20개에서 2019년 35개로 큰 폭으로 늘었다. 그 뒤로 ‘부동산’ 19곳, ‘자동차부품’ 17곳, ‘금속가공’ 17곳, ‘도매·상품중개’ 14곳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5년 대비 2019년에는 ‘C등급’을 받은 중소기업 수가 70곳에서 56곳으로 줄었지만, D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145곳으로 대폭 늘었다.

▲ 자료 : 금융감독원(2019), 한겨레신문 재인용(2019.12.12.)

업계 관계자는 “내수부진의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매출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이마저도 물가상승률과 부채 증가율을 따져봤을 때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19년 12월 중소기업의 경영애로 사항에 대한 응답(복수응답)을 살펴보면 ‘내수부진’(61.2%), ‘인건비 상승’(48.7%), ‘업체간 과당경쟁’(41.8%), ‘판매대금 회수지연’(23.6%), ‘인력확보 곤란’(20.1%), ‘제품단가 하락’(18.8%), ‘자금조달 곤란’(18.2%)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불황 속에도 취업자 수가 늘어났지만 고령층 불완전 취업이 많고, 장년층 질 좋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2019년 1~10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대비 27만 6천 명 증가해, 고용률이 전년 동기대비 0.2%p 상승했다. 청년(15~29세 3만6천 명 증가), 여성(19만 7천 명 증가), 고령층(60세이상 41만 7천 명 증가)에서 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나 30~50대 남성의 고용은 둔화(고용률 0.3%p 감소)했다.

재학생(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3만6천 명 증가했는데, 교육서비스, 숙박·음식점, 사업시설관리임대업에서 주로 15시간 미만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자, 여성 등의 일자리는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30~50대 남성의 정규직 일자리는 감소했다.

이는 2018년 일자리 증가 구조와 비슷한 ‘고령자와 비정규직은 증가, 생산가능인구 정규직은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일자리 증가는 수요증가보다는 노동공급 증가가 고용확대가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

4) 산업부문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는 2018년 ‘글로벌 슈퍼 호황’을 누렸으나 2019년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8년 최고의 성과를 냈지만, 2019년은 불황으로 한국경제 전체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3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3조 500억 원, SK하이닉스는 4,72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각각 78%, 93%나 감소했다.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2019년 수출증가율이 2016년(-5.9%) 이후 3년 만에 –10% 수준의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9,375억 원이며, 적자규모가 2018년 같은 기간(1,864억원)의 5배를 넘었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신차 효과와 원화가치 하락으로 2018년보다 나은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판매는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판매단가가 높은 SUV와 친환경차 비중이 높아지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세타2 엔진과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3분기에 각각 6천억 원과 3천억 원이 품질비용으로 깎였다. 또한 중국 시장에선 부진이 지속되어 일부 생산공장을 감축했다.

완성차 업체의 국내 생산규모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도 감소되는 추세이며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에서는 글로벌 메이커에 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한국지엠(GM) 등은 무급휴직,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을 실시했고, 내연기관 위주의 부품업체들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타타대우상용차 등은 큰 폭의 적자로 크게 위축됐다. 2019년 11월까지 국내외 판매가 작년 동기보다 한국GM은 10.0%, 쌍용차는 6.2%, 르노삼성차는 23.3% 감소했다.

▲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 추이(단위 : 만대, 자료 : 각 언론사, 2019년은 추정치)

석유화학업계는 2019년 유가와 정제 마진 하락, 수요감소 등 총체적 요인으로 2018년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였고 2020년에도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실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0% 급감한 3,301억 원에 그쳤다. LG화학도 석유화학 수요부진 등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3,80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줄었다. 삼성SDI는 ESS 화재 여파로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1% 감소했다.

조선업계는 수년간 이어진 불황과 구조조정 끝에 대형 3사 위주로 수주실적이 회복됐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11월까지 누적 수주량(712만CGT)과 수주액(164억 달러)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수주량에서 고부가가치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비중이 38%로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12월 중순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 초대형 원유 운반선 10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잠수함 5척, 해양플랜트 1기 등 60억 달러(7조원) 상당의 사업을 수주해 2019년 목표(84억 달러)의 71%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12월 초까지 71억 달러를 수주해 2019년 목표 78억 달러의 91%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현대삼호)는 11월 말 기준 92억 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수주 물량은 회복되고 있지만, 사내하청과 중소조선소 등의 대규모 감원과 폐업으로 2020년 호황을 앞두고 숙련 인력 등이 부족할 수 있다.

항공업계는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저가항공사들이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대한항공은 2019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70% 급감했다. 국내 저가항공 맏형인 제주항공은 2019년 2분기에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저가항공 에어부산은 2분기에 첫 적자를 내고 3분기에도 영업손실 195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소비 부진과 쿠팡, 위메프, 티몬, 옥션, 지마켓 등 온라인쇼핑 확산과 경쟁 격화 등으로 위기가 발생했다. 이마트는 2019년 2분기에 영업손실 299억 원을 내면서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엔 저조한 흑자를 내었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이 3분기에 61% 급감해 롯데쇼핑은 2019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4%나 줄었다. 홈플러스 등도 비슷하게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유통 및 물류 산업은 인터넷판매 증가,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 확산, 새로운 비즈니스 출현(기존 산업과 대립) 등으로 산업·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업체 간 출혈경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소비부진으로 제 때에 가격을 올리지 못해 단가하락, 저임금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5) 시사점

2020년 한국경제는 아래와 같은 변수에 영향을 받을 것이나 장기침체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수출위주 국가인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 세계경기 회복 여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변수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둘째, 총선을 앞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일정하게 나타날 것이나 실질임금과 소득이 오르는 것이 아닌, 돈 풀기 방식의 단기적 처방이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이 실종되면서 ‘최저임금 인상폭 감소’, ‘특수고용과 플랫폼노동, 임시직 등 불안정노동의 지속적 확대’, ‘제한적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가계소비가 부진할 것이다.

셋째, 디지털기술 등에 대한 투자는 연구개발부문이나 기술기업 인수 등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실리콘밸리 등 해외 연구개발 확대’, ‘외국 기술기업 인수’, ‘노동 배제적 기술혁신’ 등이 추진돼 기업의 투자와 기술혁신이 국내 고용이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로 중후장대 제조업의 설비투자도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넷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0년 국내 건설투자는 2019년 대비 6% 감소한 140조 원으로 6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며, 부동산시장은 전국 매매가격 -0.8%, 전세가격 –1.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주감소 원인은 공공수주는 SOC(사회기반시설) 등에서 증가하지만 민간수주가 주택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연구단체별로 2020년 한국경제 전망에 대한 예측에서 차이가 크다.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한국경제가 2.3% 성장으로 2019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LG경제연구원은 1.8% 성장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글은 후자의 관점에 가깝다. 2018년 2.7% 성장한 한국은 2019년 2.0% 성장으로 하락했고, 2020년에도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주변 조건이 악화된다면 한국경제는 내수불황과 수입물가 하락 등으로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한국경제의 장기침체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보다 세계 대침체국면에서 수출위주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는 것이다. 나아가 제대로 된 소득주도성장에 기반한 내수경제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안정과 실질임금 인상을 보장하고, 대기업의 원하청불공정 갑질을 근절시켜 중소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남북 8천만 경제권의 형성과 동북아 물류기지 건설(대륙철도)은, 한국판 일대일로 사업으로, 한반도 경제부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거대한 기회이다.

또한 과도한 기술결정론과 노동배제식 무인자동화 추구보다는, 사람의 역할을 높이는 교육훈련 강화와 노조참여형 기술혁신(노조의 경영참여와 작업자의 제안에 의한 혁신 등)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해 줄 것이다.

참고자료

- 국회예산정책처(2019.9), “2020년 및 중기 경제전망”
-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19.11), “2020 세계경제 전망”
- 입소스 퍼블릭(2019.10) “침체 예고된 2020년 경제전망과 리스크 분석 및 시사점: 세계 경제에 민감한 한국경제, 성장률 하락 전망” 입소스 코리아의 이슈리포트 제61호
- 하나금융연구소(2019,10), “2020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 한국개발연구원(2019.11), 「KDI 경제전망 2019 하반기」, 제36권 제2호/Vol.36.No.2
- 한국경제(2019.12.12.), “기업들 올해 실적 전반전 부진, 수출·내수 동반 침체”
- 현대경제연구원(2019.11), “2020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 LG경제연구원(2019.9), “2020 국내외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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