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0일] 노동동향브리핑

○ 30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다시 대한문 앞에 섰다. 지난해 9월 해고자 119명에 대한 전원복직 등에 합의하고 남은 해고자 47명이 단계적인 복직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 회사가 일방적인 강제휴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날 대한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쌍용자동차의 사회적 합의 파기”를 규탄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자동차노조, 쌍용자동차 회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9월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합의, 서명했다. ▲해고자 60% 2018년까지 채용, 40%는 2019년 상반기까지 단계 채용 ▲2019년 상반기까지 부서배치 못 받는 복직자는 6개월간 무급휴직 전환 후 부서배치 완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해고자 복직으로 생기는 회사 부담 지원과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 마련 ▲경사노위는 해고자 복직과 지속성장을 위한 정부 추가지원 방안 마련 등이 그 내용이다.

이들은 회견에서 “2018년 9월, 서른 번째 장례를 치르고서야 쌍용차 사장이 국민들께 사과하고, 정부와 노사가 서명한 해고자 복직 합의가 이토록 우스운 합의였는가?”라고 물으며 분노했다. 일방적 강제휴직에 대해선 “노노사정 당사자 합의를 위반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적 합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면 합의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일이지, 국민적 합의를 어느 일방이 파기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노노사정 4자 교섭을 통해서만 새로운 합의를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합의는 위법하고 무효”라는 말도 강조했다.
쌍용차지부는 “노노사정 합의서에 따라 새해 연휴가 끝나고 공장이 가동되는 2020년 1월6일 출근시간에 모두 출근할 것”이라며 “끝내 합의가 파기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쌍용차 회사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사회적 합의 파기 시 “부당휴직 구제신청, 체불임금 지급소송 등 합의를 지키기 위한 법적, 사회적 모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27일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결의대회에 참석한 유가족과 동료들 [사진 : 뉴시스]

○ 한국마사회 한 경마 기수가 마사회의 갑질과 비리를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고 문중원 기수는 지난달 29일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개장 이후 문중원 열사를 포함 7명의 기수, 조교사가 부정경마의 비리 해결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항거했다. 그러나 “열사의 죽음에 대해 마사회는 어떠한 사과나 책임도 지지 않고 마사회의 추악한 비리는 지금껏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지난 21일엔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마사회장 면담을 하러 온 유가족은 문전박대당했고, 이를 막아나선 경찰은 유족을 집단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30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부인 머리채를 잡고 목을 조르는 만행을 저지른 경찰의 반인권적인 폭력행위를 규탄”하고 경찰의 즉각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회견문에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인 문중원 열사가 남긴 요구는 한국마사회의 다단계 갑질 구조에 대한 전면적 개편과 부정과 비리실태에 대한 진상규명”이라고 강조하곤 마사회에 “당장 교섭에 나와 열사 유족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비정상적인 운영체계와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또, 마사회 비리와 경찰의 폭력만행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게도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지난 26일 유족과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제도개선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다음날(27일) 문중원 기수의 운구는 서울로 올라왔다.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택배사에게 대리점 지도감독 의무 부과 “대리점 갑질” 규제 ▲택배사에 택배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의무 부과 ▲‘6년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고용안정 보장 ▲분류작업, 택배노동자 업무가 아니라고 명시 ▲택배노동자에게 휴식 도입 계기 마련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의 실마리를 만들고, 택배서비스 질 향상으로 택배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를 모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에 자유한국당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법안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은 6일 열린 공청회에 대리점연합회, 화물연합회, 용달협회를 패널로 선정했다. 택배연대노조는 화물연합회와 용달협회의 ‘생활물류서비스법으로 택배용 영업용번호판이 증차되면 택배가 자신들 업역을 침범하여 피해를 입힐 것’이라 주장에 대해 “생활물류서비스법은 택배업체와 전속계약을 전제로 발급되는 ‘배번호판’을 화물용달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15조),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57조)에 처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와 어긋난 주장이라고 일갈하는 한편, “고율의 대리점수수료로 택배노동자의 노동대가를 갈취하면서도 어떠한 법의 적용도 받지 않으며 특혜를 누려왔던 대리점장들은 ‘자신들 또한 종사자이기에 택배법에서 대리점 권익보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이런 택배재벌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한국당을 규탄했다.

○ 지난 27일,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이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전교조는 성명을 내 선거연령 하향 논의를 시작한 지 20여 년 만에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9세였던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된 것에 대해 “선거연령 하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사회 정의”, “청소년을 비롯한 민주주의의 확장을 바라는 모든 시민의 염원을 모아 이뤄낸 성과”라고 평하며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시민으로서의 청소년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 : 뉴시스

○ 한-EU(유럽연합)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제13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한국이 이행하고 있는지’ 파악할 전문가 패널이 구성됐다. 이들은 오늘(30일)부터 90일간 활동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EU는 한국 정부가 ILO비준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FTA상의 분쟁 해결 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했다. 이후 EU는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위한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마지막 절차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면서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만큼) 환경 노동권 등 핵심 가치를 수호하는 것도 중요하며, 한국은 노동권에 관한 핵심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결사의 자유 원칙 이행에 관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방기가 초유의 국제 노동권 분쟁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꾸짖고, “전문가 패널이 다뤄야 할 쟁점은 결국 한국 정부가 ILO 회원국이라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라며 전문가 패널들의 ‘전문성, 객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 패널이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면 한국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 패널의 전문성, 객관성에 심각한 의문
13.15조 1항 규정대로 국내자문단, ILO의 정보와 자문을 충실히 구하라

- 한EU FTA 노동권 분쟁 해결 ‘전문가패널’ 활동 개시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

한EU FTA 13.15조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패널이 12월 30일부터 90일간 활동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결사의 자유 원칙 이행에 관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방기가 초유의 국제 노동권 분쟁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한국과 유럽연합이 FTA 13.4조에 명시한 국제노동기준에 관한 약속은 두 가지다. 첫째는 ILO 핵심협약뿐만 아니라 최신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고 둘째는 <일터에서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ILO 1998년 선언>에서 규정된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법과 관행에서 존중, 촉진, 실현한다는 것이다. ILO 회원국으로서 기본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은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며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만큼] 환경 노동권 등 핵심 가치를 수호하는 것도 중요하며, 한국은 노동권에 관한 핵심 약속을 여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이 다뤄야 할 쟁점은 결국 한국 정부가 ILO 회원국이라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유럽연합 양측이 합의한 전문가패널의 구성은 해당 쟁점을 제대로 다룰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한국측이 추천한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통상법 전문가), 유럽연합측이 추천한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Laurence Boisson de Chazournes, 프랑스) 교수, 제3국 출신인 토마스 피난스키(Thomas Pinansky)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미국변호사) 중 누구도 노동법/국제노동기준 전문가가 아니다. 13.15조 3항을 보더라도 전문가패널은 ‘적용대상이 되는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이라는 자격 요건이 명시되어 있다. 국제노동기준에 관한 전문가 한 명 없는 패널이 노동권에 관한 분쟁을 다루기에 과연 적합한가.

우려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패널 의장 역할을 할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바른은 분쟁의 발단이 된 여러 노동사건에서 사용자측을 대리해왔으며 피난스키 변호사 자신은 1992년부터 주한미상공회의소 부의장, 이사, 고문을 역임해왔으며 ‘민감한 노동/고용 사안에서 다수의 국제 기업 및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리’해왔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구성원 소개), 패널 의장이 13장에 규정된 노동기준 준수 의무를 취지 그대로 객관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평소 ‘소신’대로 기업의 이익을 대리할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패널의 전문성과 객관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쟁당사자인 유럽연합과 한국정부의 입장만 아니라 13.15조 1항에 규정된 것처럼 국내자문단, 국제노동기준을 관할하는 ILO로부터 정보와 자문을 충실히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전문가패널의 업무방식은 13.15조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무작위의 개인과 단체의 의견을 매우 촉박한 마감 시한을 두어 구하고 있다.

이번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는 자유무역협정과 국제 노동·환경기준을 조화시키겠다는 선언이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허상에 불과한 것인지를 가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13장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이 유럽연합과 한국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동의 가치인지 장식품에 불과한 것인지를 판가름할 근거가 될 것이다. 전문가 패널은 국제 사회가 지난 100년동안 축적하고 발전시켜온 결사의 자유 원칙에 근거하여, 기업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 서서 활동해야 한다.

2019년 12월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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