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충돌로 ‘동물 국회’가 재연되자, 26일 임시국회 개회에 앞서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에 “대한민국 국회의원다운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 한국당이 동참할 차례다”면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을 통해 정책적 차이를 좁히면 국회를 정상화 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또 20대 국회가 법안 처리율 30.6%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최악의 국회’가 된 책임을 한국당에 떠넘기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한국당의 총선 전략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당은 총선에 ‘30%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30%의 지지만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는 계획.

‘30%전략’이 성공하려면 2가지 필수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투표율이 60% 미만이어야 하고, 또 하나는 한국당 지지자는 빠짐없이 투표해야 한다.

한국당은 투표율 저하를 위해 ‘정치혐오’를 조장한다. 일은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는 국회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국당은 어떤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관심이 없다. 단지 ‘동물국회’에 혐오를 느낀 국민들이 ‘모조리 꼴도 보기 싫은 국회의원, 투표하러 안 간다’는 마음만 갖게 하면 작전 성공.

실제 한국당이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수처 설치법’이나 ‘연동형 선거법’의 경우, 이미 한국당의 요구대로 법안이 만들어진 셈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2천명 이내로 줄어 실질적인 고위 공직자 수사가 어렵게 됐고, 수사권 독립의 핵심 사안인 공수처 위원장 인선도 국회, 특히 야당 추천 권한이 강화됐다. 일각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법이 이미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법 개정도 ‘비례 한국당’ 창당을 선포하면서 연동형의 의미가 사라졌다.

‘민식이 법’으로 불거진 한국당의 민생법안 외면도 실제 한국당의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라 민생법안을 두고 ‘물고 뜯는’ 국회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혐오를 조장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당은 투표율 저하를 위해 ‘정치혐오’를 조장함과 동시에 ‘누가 돼도 똑같다’는 여론을 확산한다.

한국당은 ‘남북관계 파탄’과 ‘지소미아 연장’,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소미아 연장을 두고 “큰소리치던 문재인도 미국에 꼼짝 못 한다”고 몰아가고,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방위비분담금도 결국 인상할 터, 자랑하던 남북관계도 한미 워킹그룹에 발목 잡혀 파탄 났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경제는 점점 악화하고, 조국대전에서 확인하듯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을 보게 해? ‘누가 권력을 잡으나, 되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가 자유한국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 유보로 이어져 투표장을 찾지 않게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은 ‘30%전략’ 관철을 위해 현 지지율 30% 고수와 지지자의 결속력 강화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당이 조국대전에 이어 패스트트랙 정국까지 연이은 장외투쟁과 단식농성, 철야 삭발 투쟁을 이어가는 데는 반문(재인) 지지층을 결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다.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에 방해된다는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든 태극기 부대’를 끝까지 안고 가면서 보수우파의 길을 조금도 수정하지 않았다.

한때 민주당 일각에서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의 지지세 확장을 막아 제 발등을 찍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한국당의 총선전략을 읽지 못한 오산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의 ‘30%전략’을 간파한 새로운 총선전략을 수립하지 않는 한 21대 총선은 자유한국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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