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사고사한 이지현씨 부모의 애타는 호소

지난 20일 스페인, 호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 ‘엘사’로 인해 8000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고, 강물이 범람하고, 철도 및 항공 여행이 막히는 등 유럽지역 일대가 쑥대밭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무고한 사람의 생명도 앗아갔다.

한국언론에 단신으로 소개된 한국인 유학생 이지현(32)씨는 20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를 관광하다 강한 바람으로 떨어진 관광청사 외벽의 석재 장식물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지역은 평소에도 관광객이 붐비는 마드리드 시내의 번화가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지현씨의 부모는 곧장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22일, 마드리드에 도착한 유가족은 23일 오후가 되어 간신히 스페인 현지 판사의 영장을 받아 지현씨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딸의 찬 얼굴을 만지며 일어나 같이 집으로 가자고 해도 말이 없구나”라며 슬픔에 잠겼다.

관광청사는 마드리드 주 정부 소유의 건물이다. 지현씨 아버지는 “그 건물의 장식물로 인해 사람이 죽었다면, 정부는 사고에 책임지고, 배상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위무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시신이 안치돼있는 주 정부 산하 법의학연구소에서는 “(시신을)보여 줄 수 없다. 현지 장례업자를 지정해 빨리 장례 절차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경찰 역시 조사의 기본인 현장보존과 증거확보는 커녕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남겼고 원인물질(석재 장식물)은 버렸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엔리케 로페즈(enrique loperz) 마드리드 내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건물은 15년에 안전진단 검사를 통과했지만, 폭풍과 바람이 부는 날씨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관심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마드리드 당국은 “자연재해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 법적 처리가 진행될 때까지 기다려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다.

유가족은 스페인 당국과 마드리드 주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와 어이없는 처사에 주저앉아 슬퍼할 겨를없이 자신의 딸과 같이 ‘불귀의 객이 되는 일이 없도록’, 마드리드가 ‘슬픔의 도시가 되지 않도록’, ‘당국자들이 진심을 다해 세계시민들을 위해 성의를 보이도록’ 스페인과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현재 유가족은 딸 지현씨의 시신을 하루라도 빨리 넘겨받기 위해 마드리드 주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지현씨는 스페인 대학 어학원을 최근 졸업했다. 사고 전날 귀국 짐을 부산집으로 부쳤고, 사고 다음날 친구들과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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