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반대 실천단’ 꾸린 민주노총, 광화문광장서 최초 미국규탄대회도 열어

방위비분담금 5차 협상을 ‘협상이 아닌 협박’, ‘미국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주권·혈세 강탈의 장’이라고 못 박고, “국민의 대표선수”임을 자처하며 서울에 모인 ‘1박2일 국민항의행동단’.

이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5차 협상 하루 전인 16일 광화문광장에 모여 협상 당일인 17일까지 서울 전역에서 항의행동을 벌였다.

96%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 인상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을 모아 미 대사관, 미 대사관저, 그리고 협상이 열리는 한국국방연구원까지 가리지 않고 미국 협상단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왔다.

국민항의행동단은 서울 중구에 있는 미대사관저 앞에서 17일 오후 항의행동을 시작했다. 주한미국 대사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모인 행동단은 관저를 둘러싼 경찰에 막혀 서한을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행동단은 덕수궁을 지나 광화문 네거리를 향해 행진하며 서울시민들에게 미국의 일방적인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를 알리며 “동맹이냐 날강도냐”,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굴욕협상 중단하라”를 외쳤다. 광화문을 지나는 서울시민이 박수로 응원했다.

해리스 미대사 겁먹게 한 민주노총, 최초 ‘미국규탄대회’ 열어

해가 저물고 1박2일 항의행동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박2일 항의행동을 위해 ‘미국반대 실천단’까지 꾸려 16일부터 국민항의행동의 선두에 섰던 민주노총은 광화문광장 미대사관 앞에 도착해 ‘방위비 협상 중단하라! 미군은 나가라! 민주노총 미국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여는 최초의 ‘미국규탄대회’다.

유경종 실천단장(민주노총 경남본부 통일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양일간 진행된 민주노총 항의행동을 보고했다.

유 단장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실천단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어제 행동을 시작하자마자 ‘미군 주둔비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쓰인 대형풍선을 철거당했다. 경찰은 폭력적으로 진압했고 저항하는 한 명의 동지를 연행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실천단 100여 명이 1박2일 동안 몇 배의 몫을 해냈다”면서 “민주노총의 투쟁에 해리스 대사가 겁을 먹었고 대사관저 앞엔 경찰의 이중차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유 단장은 또 “미국반대 실천단이 오늘로 마감되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분담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날까지, 주한미군이 이 땅에서 나가는 날까지 지역에서도 실천을 이어가자”고 당부했다.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주한미군의 행태를 짚으며 ‘분단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1945년 해방 이후 점령군으로 들어와 우리나라에서 왕노릇, 상전노릇, 주인노릇 했던 미국이다. 74년간 지긋지긋하게 우리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었다. 주한미군 범죄가 횡횡해도 그들이 상전이었고 주인이었기 때문에 처벌도 하지 못했다. 전쟁무기도 원하는 대로 다 사줬다. 이젠 야금야금 받던 주둔비를 왕창 받겠다고 한다. 그들이 아직도 우리의 상전인 줄 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더이상 미국이 우리 상전임을 원치 않는다”면서 “당당한 대한민국을 원하는 우리가 곳곳에 만연한 적폐 중 최고의 적폐 ‘분단적폐’ 미국을 몰아내고 우리사회 근본적 모순인 민족모순, 분단모순 해결에 앞장서자”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주한미군에게 줄 6조는 우리 국민의 생존비용”이라며 “전쟁비용으로 낼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김 위원장은 “6조는 비정규직 노동자 25만 명 이상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비용이다. 우리 세금은 우리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면서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조세를 지키고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서 투쟁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 16~17일 1박2일 간의 항의행동을 벌인 민주노총 미국반대 실천단

“국민이 뿔났다.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규탄대회가 마무리되고 같은 장소에선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가 참여하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강요 규탄 범국민 촛불’이 이어졌다.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뿔난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국민이 뿔났다”, “갑질동맹 한미동맹 필요없다”,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장유진 씨는 “우리가 미군에게 땅도 빌려주고, 전기도 주고 물도 주는데 주인인 우리한테 말도 안 되게 늘어난 군대운영비도 달라고 한다. 우리 국민은 집도 없고, 땅도 없는데 6조라는 돈을 남의 나라 날강도에게 뺏기는 정부는 있을 수 없다”고 당차게 말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황수영 활동가는 6조의 돈은 ‘미국의 전쟁 전략’이 아닌 ‘평화’에 투자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되도 않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며 미군의 군사전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드, 지소미아,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온갖 것들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환경오염 정화비용은 내지 않겠다고 한다. 갑질 중에 상갑질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방위비분담금이란 이름으로 인도태평양전략 수행 비용,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역외 군사비용,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면서 “미군이 아니라 평화에, 동맹이 아니라 평화에 투자하고, 남북교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과 한국 외교부 사이 광화문광장에서 서서 방위비분담금 인상에 반대하는 96% 국민의 ‘승리의 불꽃’을 피우며 촛불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한미 협상단은 이날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내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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