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 빈민스토리(22)

1. 2019년 12월 4일 동작구청의 행정대집행은 불법이었다

2019년 동작구청에서는 전철역 앞에서 좌판을 펼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인을 상대로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강제철거는 수협에 맞서서 싸웠던 상인들에게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동작구청이 상인들에게 한겨울 얼음물을 뿌리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행정대집행법’은 1954년 제정된 이후, 65년간 인권침해의 대명사가 되어 왔으며 무엇보다 강제집행수단을 동원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상생’은 바로 이런 때 사용하는 단어지만 실제 현장과 멀리 떨어진 단어가 되었다. 한때 서울시는 용산참사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2017년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해 한겨울 “강제퇴거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구태의 정치와 행정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에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2018년 겨울 마포구 아현동에서는 젊은 청년 박준경이 철거와 재개발지역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강제철거 예방 대책은 주거지역에만 적용될 문제가 아니다.

2019년 12월 4일 동틀 무렵, 동작구청에서 고용한 용역반들은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복장으로 나타나 나이 든 상인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폭행을 일삼고 심지어 칼을 꺼내 천막을 찢고 훼손하며 난동을 부렸다. 현장을 지휘·감독할 관계 공무원인 구청 직원과 경찰은 직무를 유기했다.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지침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경비용역 신고를 생략했고, 일출 전 집행금지조항을 어겼으며, 집행개시선언과 집행책임자 증표제시도 모두 생략한 채 강제철거를 진행했다. 동작구청의 불법 집행으로 인해 현장의 매대 다수가 파손되고 물품이 훼손되었으며 상인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으로 인해 부상자도 발생했다.

동작구청이 관련 법률을 무시하는 불법 집행을 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0월 이수역 노점 강제철거과정에서 행정대집행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어 기관 ‘주의’ 조치 및 관련 공무원 대상 교육을 명받고, 서울시 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강제적 방식 동원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2. ‘주민참여기본조례’에 따른 시민청구 공청회를 거부한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참여와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서울특별시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차로 2016년 12월 서울시의회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고 서울시도 문제를 시인하고 ‘관리업무를 담당할 별도의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노량진 구수산시장 상인은 또다시 서울시민 5천 명의 서명을 일일이 받아 ‘서울특별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2차 시민청구 공청회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과 관련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었고, 공청회의 주제가 서울시 중요 정책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공청회 개최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 시민청구 공청회 거부의 쟁점과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1) “조례에 따른 공청회의 요청은 감사청구 등과 같이 구체적인 행정력의 동원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서울특별시 주민참여 기본조례’ 에 따르면 시민청구 공청회에 대해 5,000명의 청구요건에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시민청구 공청회는 행정의 판단이 아니라 ‘공론장’ 개최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서울시의 행정적 판단이자 공론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서울시는 근거 없이 조례에서 정한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주1) 함께살자 노량진구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활동 중

또한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처분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고, 같은 법 제26조에 따르면, 행정청이 처분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처분에 관하여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그 밖에 불복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 절차 및 청구 기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알려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서울시는 해당 조례에 의해 청구된 공청회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누락하였다. 즉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 시민공청회에 대해 반려의 사유로 제기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며 무엇보다 ‘행정절차법’에서 정하고 있는 행정처분의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적인 처분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동일 사안을 놓고, 2016년 9월 27일 정책토론회는 노량진 구수산시장이 서울시의 정책사업 대상이 되고, 2019년에는 갑자기 정책사업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서울시민 6,021명이 연서명 해 청구한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정책공청회’를 서울시는 공식적으로 거부하였다.

3. 노량진 구수산시장은 농안법상 서울시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

▲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서울시 관리·감독에 있어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17조 4항’에 따라 서울시는 업무 규정과 운영관리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중앙도매시장의 업무 규정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노량진수산시장을 포함한 전국의 11개 중앙도매시장은 모두 농안법 규정에 따라 광역지자체가 개설하고 관리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담당 부서인 도시농업과는 “서울시는 형식적 개설자일 뿐이고, 실질적 개설자는 수협이기에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주도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개설한 또 다른 중앙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서울시 자회사인 서울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시장관리자로서 관리 업무를 맡은 점과 분명히 비교되는 지점이다.

일각에서는 서민의 주요 먹거리인 농수산물 시장가를 결정하는 중앙도매시장의 모든 운영과 관리를 수협과 같은 생산자협동조합이 진행하게 되면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거나 가격안정은 기대할 수 없고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공공장소를 둘러싼 이윤 추구 자체가 목적으로 변질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농수산물 가격안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중앙도매시장의 개설자이며 관리책임자로서 서울시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4. 노량진 구수산시장 부분존치를 통해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량진 구수산시장 공동대표 윤헌주 씨는 이렇게 전한다. “수십 년 동안 시장을 살리고 유지했던 상인들이기에 이곳의 ‘점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상징적인 건물을 중심으로 ‘부분존치’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구시장 부지의 부분존치를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인은 총 80여 명으로 이들 평균나이는 60세 내외이며, 평균 장사 기간은 30년에서 40년입니다. 대부분 한평생 노량진 구수산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생계를 이어왔고, 상권 형성에도 이바지했다는 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인들의 실질적인 ‘점유권’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구수산시장은 서울시 ‘문화유산’이란 점에서 부지의 일부 존치는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문화유산의 구체적인 장소라 할 수 있는 사적지 ‘월파정’ 주변은 전체 1만 8천 평 면적의 약 1.3%인 240여 평으로 역사적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공간이다. 또, 멀리 전철역에서 노량진 구수산시장을 바라볼 때 우뚝 솟아있는 굴뚝은 수산시장 인접지역 자리임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 주는 곳이다. 이곳은 시민들의 과거와 기억이 녹아 있는 곳으로 최근 옛것을 찾고자 하는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관광 명소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또, 신시장과 구시장 부지 양방향 모두 가까워 방문객의 편의성이 높아 양쪽을 연결하는 데 매우 적합한 공간이며, 현대식 신시장과 오래된 구시장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모두가 공존상생하는 시장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노량진 구수산시장 공동대표 한상범씨는 또 이렇게 전한다. “저희도 2016년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비를 들여 일본의 도쿄에 있는 츠키지 시장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1935년 니혼바시의 어시장과 쿄바시의 청과물시장이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여 개장한 이 시장은, 넓이 약 7만 평으로 일본 도매시장 가운데 취급물량이 가장 큰 오랜 전통 시장입니다. 여러모로 노량진수산시장과 닮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1980년대 초부터 정비와 이전 계획이 나와 지금껏 논의를 거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하루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스페인의 보케리아 시장은 재생사업과 현대화 사업의 성공사례로 잘 알려 있습니다. 두 시장 모두 기존의 구성원이 고통받지 않고, 전통을 살리는 방법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노량진 구수산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시장을 중도매인시설인 경매장과 소비자 부대시설로 활용하고, 구시장도 오랜 세월 판매상인이 입점해 영업해온 공간이기에 부분 존치하라는 것입니다.”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인 노량진 구수산시장의 갈등은 이제 상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논의기구로 서울시, 수협중앙회, 노량진 수산시장 구시장 상인으로 구성된 ‘3자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노량진 구수산시장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상인들의 생존권이 보장되며, 경제적 가치 증대는 물론 서울시민의 공익에 부합하도록 재활성화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겨울 육교 위에서 떨고 있는 상인들을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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