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엔 패권 약화 국민에겐 안전 위협 트럼프에겐 재선 실패

북이 많은 것을 잃는다고? 고장난 레코드 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의 김영철 아태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대판 붙었다. 싸움판을 만든 건 북이었다. 지난 7일 북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한 것이다. 싸움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걸었다. 중대한 시험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우리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김영철 위원장은 맞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언론은 주로 트럼프 편 드는 사람들 입장만을 보도해주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대북대결주의자답게 가장 먼저 나섰다. 11일 VOA에 ‘미-북 외교의 기회의 창이 닫히면 대북 제재가 이어져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경제발전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제재가 유지되면 북이 해외 투자와 무역에 접근할 수 있는 제약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끼어들었다. 북의 추가 도발 시 북의 고립, 특히 국제사회의 경제적 따돌림이 잇따를 것이라고 했다. 북이 해외 투자를 받지 못할 것이고, 외교적, 경제적 투자 목적을 위한 국제적 접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군사적 측면을 강조했다. 미국이 군사 활동과 취소된 훈련을 다시 시작할 것이며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내 전쟁세력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 반북전문가들 틈으로 한국인 한 사람도 기꺼이 끼어들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이다.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고립돼 있다가 작년에서 올해까지 5번이나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식량도 100만 톤’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는 ‘만약에 이번에 미사일을 쏘면 시진핑 주석은 좋든 싫든 안보리 추가 제재를 해야하고 정유나 원유도 못 주게 된다’며 북이 경제적으로 잃을 것이 많다고 했다. 자주 그랬었다. 미국 내 반북전문가들의 논리와 입장에 언제라도 충실한 전문가였다.

모두 다 십 수년 전부터 귀 따갑게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다. 반북대결주의자들이 애용하고 있는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대표적인 논리들이 또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출몰하고 있는 셈이다. 단언컨대, 북이 핵보유 전략국가 된 지금엔 전혀 통할 리 없는 완전 비현실적 논리들이다.

‘새로운 길’, 이전과는 완전 다른 전략

며칠 남지 않은 내년 정세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북미대결전 정세는 언제라도 그렇듯 북이 주동한다. 북은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안은 채 '새로운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물론, 전제가 있다. 다음 주에 방한하는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판문점으로 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 보여줄 ‘새로운 셈법’이 없었을 경우다.

북이 ‘새로운 길’로 간다는 건 북이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 대해 대결과 대화를 동시에 병행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6.12북미공동성명으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했으면서도 여전히 대화와 대결을 병행하고 있는 미국의 투트랙 전략에 맞서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틀리진 않다. 그러나 북의 투트랙 전략은 미국의 투트랙 전략과 질적으로 다르다. 종국적으로는, 투트랙 전략으로 포장돼 있는 미국의 대북적대전략을 무력화해 북미대결전을 속도 있게 종식시키겠다는 전략구상이 북의 투트랙 전략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북은 사실, 많이도 참았고 많이도 기다렸었다.

북미가 서로 투트랙 전략으로 대충돌을 하게 될 때 그 손익계산이 어떻게 될지 계산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생 산수실력이면 충분하다. 북은 김영철 위원장이 말했듯 잃을 게 없다. 그러나 북은 현실적으로는 명시적으로 말 한 적이 없기는 하지만 얻을 게 더 많다. 이와는 달리 너무나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은 미국이다.

북이 가려는 새로운 길에서 첫 번째 전략이 핵전력 강화다. 북은 핵전력 강화로 핵과 미사일 발전 수준을 최정점에 올려 놓게 된다. 북이 지난 7일 동창리 발사장에서 했다는 ‘중요한 시험’에서 그 징후를 엿볼 수 있다. 북은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시험’이라고 했다. 그 이후 북이 그 시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모르는 전문가는 없다. 인공위성용 액체로켓엔진시험이거나 아니면 ICBM용 고체로켓엔진 시험이었을 것이다. 둘 다, 발사체의 추력을 높여 탑재할 탄두 무게를 늘리는 기술이다.

기존 ICBM급에 사용된 액체로켓엔진인 ‘백두산 엔진’을 클러스터링(결합)하는 시험이었다면 대형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준비작업이 된다. 추력이 높은 만큼 한 개의 위성이 아니라 여러 개의 위성을 동시에 올릴 수가 있다. 이것이 갖는 경제적 가치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크다. 전문가들은 고체로켓엔진 시험이었을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싣고 있다. 북이 2017년 11월 29일 쏴올린 ICBM 화성 15형 재진입체 탄두부는 둥글고 뭉툭한 외양이었다. 지난 10월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도 마찬가지였다. 다탄두 미사일이 갖는 특성이었다. 다탄두 ICBM는 핵 소형화 기술과 고체로켓엔진이 있어야 가능하다. 북은 핵소형화를 오래 전 완료했다. 북이 ICBM용 고체로켓엔진을 보유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탄두 ICBM은 현존하는 핵무기 중에서 가장 강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여러 개의 탄두를 지구 궤도에 올려서는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장소를 향해 내리 꽂을 수 있어서다.

대형 인공위성 발사 준비든 다탄두 ICBM 발사 준비든 이것들은 북의 핵전력 강화가 미국 내 전쟁세력의 심장에 내리 꽂히는 직격탄이라는 것을 확정해준다. 미국 내 전쟁세력이 타격 받을 건 구체적으로 미국이 쥐고 있는 핵 패권이다. 인공위성 발사 혹은 다탄두 ICBM 발사로 미국의 핵 패권이 치명적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미국 내 전쟁세력이 북의 핵전력 강화로 타격받을 핵 패권 영역은 이 뿐이 아니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북의 핵확산 가능성이 주는 타격도 있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이처럼 펜타콘의 밤을 악몽의 밤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펜타곤은 아주 오랫동안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게 될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미국 내 전쟁세력들 뿐만 아니라 미 국민들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미 하와이 주민들이 북이 핵무력 능력 고도화를 진행하던 시기 때 미사일 대피 훈련을 하면서 익히 경험했었던 끔직한 공포이다. 미 국민들은 이때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안보위협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가 트럼프에게 가할 타격은 더 구체적으로 치명적이다.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에게 북의 핵전력 강화는 민주당의 탄핵공세 보다 더 심한 악재다. 외교안보치적이 없는 트럼프에게 북의 핵전력 강화는 구체적으로 필시 재선 실패를 선물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북이 일상적으로 벌이는 그 핵전력 강화를 어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초 집중하고 있던 때인 2017년 9월 초, 북에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 주한미군 가족들을 비롯해 한국에 거주하는 민간인 소개령을 내리려 했었다. 사실상 전쟁 준비였었다. 놀란 건 북이 아니라 펜타곤이었다. 군 장성들이 사색이 돼 말렸다. 백악관 고위 관리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트럼프의 구상은 그렇게 좌절되고 말았지만 펜타곤을 패닉상태에 빠졌던 펜타곤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할 것이다.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핵보유가 갖는 정치안보적 위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북의 새로운 길에서 핵전력 강화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전략이 북중러연대다. 북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사회주의연대이자 반제연대이다. 미국은 북중러연대 또한 막을 수단도 방법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감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수가 없다. 북의 핵전력 강화로 약화된 미국의 패권은 북중러연대로 인해 더 크고 깊은 약화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도달할 것은 필연이다. 세계의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미 제국주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는 이유다.

북의 새로운 길은 아울러 자력자강에 기초한 사회주의경제 발전의 길이다. 북이 하게 될 인공위성 발사 그리고 원산, 마식령,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세계적인 관광벨트 구축 등이 그 초보적 징후들이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철회되지 않고 있는 복판에서 진행될 것들이라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들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가할 수 있는 대북경제제재 카드를 더는 갖고 있지도 않다. 북의 자력자강은 애초,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는 가운데 경제개발을 촉진해가는 전략자산이다.

미국이 살 길은 단 하나, 새로운 셈법

북의 새로운 길은 필연적으로 북미대화를 동반하게 돼 있다. 곧바로 뒤에 두거나 면밀히 보면 보이는 위치인 좌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고도의 전략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북은 언제라도 미국에 압박을 통해 대화를 강제해왔었다. 북의 새로운 길이 동반하고 있을 대화는 다름 아니라 3차 북미정상회담이다. 주관적 희망이 아니다. 북의 새로운 길은 예컨대, ‘북의 전략적 지위에 중대한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면서 당장엔 미 투트랙 전략이 맨 앞에 세우고 있는 ‘대결’을 무력화시켜 없애고 말 정밀한 타격력이기 때문이다. 정세가 알려주고 있듯 설계도와 작전도는 물론 시간표까지도 다 정해져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해야될 일은 너무나도 분명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 ‘비지니스 마인드’를 한껏 높이는 일이다. CEO출신이니만큼 사업가다워야 한다. 세상의 초등학생들도 해낼 수 있는 손익계산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대북외교안보의 치적으로 삼아 대선에 나서려는 것은 단언컨대, 오산이다. 그 셈법은 핵보유 전략국가 북에게 더 이상은 통할 수가 없다. 문제는 6.12북미공동성명 이후 곧바로 폐기했어야했던 대북적대정책을 지금껏 유지한 것에 있다. 그 대북적대정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미국의 투트랙 전략이다. 미국의 투트랙 전략은 정세에 더 이상은 조응하지 않는다. 스스로 없애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미국에게 재앙을 차려줄 것이 투트랙전략이다. 국가엔 되돌이킬 수 없는 패권 약화를 국민들에겐 치명적인 안전위협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낙선이라는 재앙을 차려주게 되는 것이 미국의 투트랙 전략 혹은 대북적대정책이다. 현실을 똑똑히 봐야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크리마스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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