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실현 전략 제언

윤곽을 드러내는 새로운 길과 북미정상회담 (1)에 이어서 두번째 편이다.

4. 방위비 급증과 주한미군 철수 

한국의 방위비 급증은 이미 2016년 트럼프대통령 대선 공약으로도 제기되어 당시에도 주한미군 감축(철군)논란이 일었고, 지난 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트럼프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 그 이유는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도 돈을 좀 내고 있으나 미국이 너무 많이 내고 있다." 고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방위비 문제를 연계할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의도는 3일 트럼프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한미군 계속 주둔이든 철수든 어느 쪽도 갈 수 있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을 더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한미군을 방위비 협상과 연계한 데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사안을 분리시켜 주한미군 주둔은 계속될 것이고, 방위비 증액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탐욕이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단선적이다. 

방위비 급증과 주한미군 철수 연계의도에 대한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넘쳐난다. 이들 역시 역사상 처음 무리한 방위비 증액이 결국 동맹간 균열을 일으켜 미군철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1일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해 "일부러 거부당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주한) 미군 철수 구실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보도했다. 또 대북적대적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한국석좌교수 조차도 지난달 23일 워싱턴포스트(WP)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이 곤경’에 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 실패를 구실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방위비 관련 주목할 사항은 트럼프정부가 방위비 항목에 역외 전략자산 전개비용과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비용 그리고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과 순환배치 주한미군 감축의 명분이 될 것이다. 미국이 급하게 방위비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연말 시한 내 이 문제를 한미간의 협의 결과로 매듭지으려 하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정부는 북에 대한 신뢰회복과 적대정책 철회조치를 한‧미간 협의 결과라는 명분에 의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본질적으로 주한미군철수는 적대관계 청산의 상징이자 한반도 평화협정의 핵심내용이다.   또한 전후 미국중심 패권질서가 미국의 정치군사, 경제적 힘의 한계로 무너지고 새로운 다극화 세계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시대에도 항시 변화를 반대하고 기존 질서를 고수하려는 세력들이 있었고, 역사는 그런 이유로 직선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미군철수문제 역시 그렇다. 또한 오랜 기간 북미, 한미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사안이기에 단박에 이뤄지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시간을 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방위비 문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미국은 12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서 대북제재관련 일정한 조치를 준비하는 듯하다. 트럼프대통령은 5일 이례적으로 유엔주재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도전과제들을 다뤄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중‧러가 준비한 새로운 한반도 평화계획안에 안보리 대북제제 해제가 들어가 있고, 또 미국이 유엔 대북제재를 고수하려 한다면 굳이 대통령이 안보리 대사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대북제재 해제 관련 협조를 구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5. 문재인 정부 공미(恐美)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되는 것 같은데 되는 게 없다./ 하는 것 같으나 실제론 안 한다/ 시늉은 잘하나 결과는 앙상하다/ 법리는 있으나 철학은 빈곤하다/ 외세는 가까이 민심은 멀리한다/ 미국에겐 조아리고 일본에겐 쩔쩔맨다

이것이 집권 3년차 문재인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민주당을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 문제 관련 현재 가장 큰 우려는 문재인정부가 기존의 공미(恐美)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결국 미국의 미군철수(감축)압박이나 관세보복 위협에 굴복하여 방위비 증액을 합의하는 것이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가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일본의 얕은 수에 굴복해 ‘종료 유예’를 결정한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 그리된다면 한반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대결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자신의 공미적 태도가 나라와 국민에 어떤 위험을 닥치게 하였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대적 흐름을 역류한 문재인정부의 촛불정부 위상은 완전히 끝나고 자유한국당과 별 차이 없는 국민적 규탄대상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질서 변화 양상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3~4일 런던에서 70주년을 맞은 나토(NATO)정상회의가 난장판으로 끝나고 주요 나토 성원국들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미국을 세계 패권국가로 떠받쳐온 대서양 동맹(Atlantic Alliance)이 무너지는 소리다. 이것은 미국의 쇠퇴를 반영한 것이고, 트럼프대통령이 촉발한 것이기도 하지만, 유럽 각 국들도 더 이상 미국주도 안보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독자적 길을 찾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따나려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는 동북아도 마찬가지다. 전후 미국주도 패권질서를 떠받쳐 온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는 판에 미국주도 동북아질서가 지속되리라고 보는 것은 환상이다. 본질적으로 대북 화해를 고리로 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대북적대를 고리로 하는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양립할 수 없다. 더구나 북이 핵무력을 완성해 미 본토를 겨냥한 조건에서 미국의 선택지는 단 2가지다. 하나는 북과 핵전쟁을 각오하고 기존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더 강화하든가 아니면 명분을 가지면서 화해하든가 둘 중 하나다.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은 후자를 택해 북과 ‘새로운 관계’수립을 약속하였지만, 아직 이를 담보할 신뢰회복과 구체적 적대정책 폐기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바로 이 시점에서 트럼프대통령이 문재인대통령과 통화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위해 대화 모멘텀이 유지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간 적대정책 철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 시기 문재인정부가 할 일은 이 제동을 일부라도 푸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바로 방위비 증액을 거부하고, 지소미아 유예도 철회, 완전 종료하여 그 결과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주한미군도 일부라도 감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북 적대정책을 구체적으로 폐기하는 것이요 북의 ‘새로운 길’도 유보하도록 하여 한반도 평화협정을 조속히 체결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길이다. 바로 이러한 자주적, 전략적 결정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나설 수 있는 길이자, 국민적 요구와 시대의 대세에 부합하는 길이다.

실제 미국과의 자주적 관계설정 요구는 국민적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주한미군철수 요구는 과거 진보진영의 당위적 요구 수준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 폐기, 주한 미군 나가라’는 여론이 보여 지듯이 대중적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국회의원 47명이 ‘방위비 협박이 도를 넘었다. 미군 나갈 테면 나가라’고 반발하고, 의회 차원의 방위비 증액 비준 거부까지도 제기되었다. 심지어 친미수구의 대표인 조선일보조차도 과도한 방위비 증액에 반발하고 “결국 미국은 머지않아 '나간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지난달 19일)는 상황판단과 위기의식을 기사화하였다. 이렇듯 주한미군 철수가 보수 진보를 떠나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상황에 까지 이른 것이다. 과거 주한미군철수 거론 자체를 금기시하고 성역화했던 것에 비하면 가히 사변적 변화다.

우리 국민의 자주적 주권의식은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높아졌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청산을 회피하고 오만방자한 태도로 경제보복까지 단행하자 아베정권에 대한 규탄과 불매운동 등 자주, 자립의 요구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지소미아 완전 종료는  국민적 요구가 되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친일적인 강제징용 해결방안은 절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이 일본을 편들고, 무리한 방위비 압박을 가하자 국민의 주권의식은 더 높아져 미국을 향하게 된 것이다. 이제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할수록 국민의 자주적 주권의식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철수요구는 더욱 대중화될 것이고, 이 고조된 열기는 내외의 정세흐름과 맞물려 결국 미군철수는 현실화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시대적 대세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 

여기에 예상되는 미국의 관세부과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국의 기술자립을 촉진하였듯이 미국의 관세부과는 한국의 내수신장과 중국, 인도 등으로의 수출을 더 다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줄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의 대미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정치적 자주성을 세우는 토대다. 그리고 문재인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남북간의 경제협력, 한반도 평화경제 실현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전략적으로 미국과 무역,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번 왕이 외교장관 방한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력히 비판하고 한국과는 “▲ 높은 정치적 상호신뢰 구축 ▲ 수준 높은 양자 협력 실현 ▲ 수준 높은 다자협력”을 제안하였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에 조금이라도 자주적으로 맞선다면 중국은 더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주변국의 이해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6. 시대의 전환기 2가지 과제 - 한반도 평화체제와 적폐청산

문재인 정부는 친일, 친미 수구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현재 수구 보수 세력들은 문재인정부가 무엇을 하든 반대하게 돼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기반 자체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고 있기에 결사적으로 정권을 바꾸려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판 색깔혁명’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이들과 타협할 수도 없고, 타협을 시도해서도 안 된다. 

또한 정부 내 오랜 기간 친미 친재벌 행정에 길들여져 있는 관료들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적폐는 검찰, 사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료에도 있다. 지난 3년간 가장 청산되지 않은 영역이 바로 관료적폐다. 그들은 온갖 논리와 자료를 동원해서 고의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친서민 공약을 폐기하게 만들고 친재벌, 반노동 정책으로 이끌고 있다. 문재인 정권도 확고한 서민중심의 경제철학이 부족하니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 결과 민중의 저항은 거세지고 문재인정부는 보수, 진보 양측에서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바로 이점이 노무현 정부 때와 거의 같다. 

문재인정부가 계속 촛불혁명 주역들과 거리를 두고 재벌과 타협, 수구보수세력과 협상하려 하는 한 수구보수세력들은 정권을 더 만만히 보고 무너뜨리려 덤벼들 것이다. 수구 보수는 절대 정부, 민주당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들은 난장, 막장정치를 통해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통합, 단결을 성사시켜 총선에서 1차 승부를 보고, 나아가 대선에서 결판을 보려는 것이다. 만약 2020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면 이들의 준동은 더 심해질 것이다. 반면 개혁과 진보는 문재인정부의 반노동, 친외세 정책에 의해 분열되어 있다. 지금 현장에서는 문재인정부와 이명박근혜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공미주의, 수구보수와의 타협노선을 바꾸어야만 한다. 이 결정적 분기점에 취해야 할 전략적 노선은 지금까지 반노동, 친외세 정책으로 거리를 두었던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촛불혁명의 주역들과 다시 손잡아야 한다. 바로 이들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적폐청산을 열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전환기에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와 대결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은 운명이 걸린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농민, 서민과 손잡고 자유한국당 등 적폐세력들과 대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노동, 반농민 정책을 폐기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원칙으로 다름을 앞세우지 말고 공동의 과제, 즉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적폐청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의 전환기 국민적 요구이자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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