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안전한 일터’ 위한 퍼포먼스 열어

“학교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밀려드는 업무 폭탄! 위험한 약품 취급!”

7일 보신각 앞.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이 스스로 마네킹이 됐다. “다치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일하기 위해 ‘마네킹 챌린지’를 연 것.

‘마네킹 칠린지’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사람이 마네킹처럼 부동자세(스톱 모션)를 유지하는 퍼포먼스를 뜻한다.

이날은, 지난해 12월10일, 故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지 1년을 앞두고 추모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마네킹 챌린지 참가자들은 “‘김용균 법’이 만들어지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교육하는 학교 현장 또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 급식실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곳이 됐지만 높은 배치기준(급식노동자 1인당 평균 150명에 달하는 급식인원 수)으로 인해 엄청난 노동강도에 노출”돼 있고, “아이들의 안전한 실험을 준비한 과학실에선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위험한 일터에 놓여 있는 급식실 노동자, 유해물질에 노출된 과학실 노동자, 갑질과 차별에 노출된 교무실 노동자 등의 모습을 마네킹 챌린지로 담았다.

“학교에서 비정규직을 배운 청년! 사회에 나와 비정규직이 된 청년! 비정규직이라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청년, 김용균을 추모합니다.” 故 김용균 노동자를 향한 추모 인사를 한 참가자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일하다 다치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마네킹 챌린지 스톱모션을 시작했다.

▲ 식판을 들어올리고, 1인당 150인분의 밥을 짓고.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급식실 노동자
▲ 위험물질 약품 처리하는 과학실 노동자
▲ 관리자의 직장 갑질, 업무 폭탄에 힘들어하는 교무실 노동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잠시 서 있다가 팻말을 내려놓고 스톱모션을 진행한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옆엔 “나는 매일 150인분의 밥을 짓습니다”, “나는 매일 위험약품을 만집니다”, “나는 매일 업무폭탄에 시달립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 청년 노동자들이 또다시 죽음을 맞이하지 않게, 학교부터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자”, “비정규직의 설움을 물려주지 않는 학교를 만들자”고 외치며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과 故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종각역 사거리에서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를 열고 “죽지 않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요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년 전 그날처럼 노동자 김용균이 점검하던 컨베이어 벨트는 돌아가고, 석탄가루 뒤덮인 현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더 이상 죽음의 외주화를 방치하지 말라’, ‘산재사망 살인기업을 처벌하라’는 노동자, 시민의 준엄한 요구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 철저히 기만당하고 있다”고 규탄하곤 “김용균과 우리 모두가 꾸었던 꿈,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위해, 하루에 6명, 매년 2400명이 일하다 죽어나가는 죽음의 행진을 끝내기 위해 노동자 시민이 함께 촛불의 바다를 만들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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