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전 의원 석방대회… 2만여 명 정의의 행진, 2만 합창·합주 벌여

7일 오후. 서울역에서, 독립문에서, 을지로와 종로에서 발을 뗀 행진대열이 주말 도심을 가득 채웠다. 이들의 행진은 ‘정의’의 목소리를 높이는 행진이다. 행진단의 손엔 ‘감옥에서 7년째’, ‘이석기 의원 석방이 정의다’라고 쓰인 팻말이 들려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차례의 특별사면엔 양심수는 없었다. 연말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특별사면이 추진되고 있다.

12월10일은 ‘세계인권의 날’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이석기 의원의 석방이 ‘인권’이고 ‘정의’라고 외쳤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등 69개 시민사회단체는 7일 청와대 앞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 앞서 네 곳으로 나눠 행진을 벌였다.

독립문에서 출발한 대열의 가장 앞엔 브라질의 집단적 춤사위를 뜻하는 ‘바투카다(Batucada)’ 행진단이 섰다. 이들은 드럼 등의 타악기로 다양한 음역대를 연주하며 행진대열에 흥을 불어넣었다. “석방이 정의다”,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참가자들의 기세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300인의 바투카다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행진이다.

수도권 지역 참가자들은 서대문역을 지나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강원·충청·영호남·제주지역 등에서 상경한 참가자들이 속한 행진단은 서울역에서 출발을 알렸고, 건설노동자 등이 참가한 행진단은 을지로와 종로를 거쳐, 3시경 광화문 네거리에서 2만여 행진대열 전체가 조우했다.

2만 행진단은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를 위해 광화문을 지나 효자로로 행진해 청와대 앞으로 향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행진단을 맞이한 건 450여 명의 연주자들이다. 피아노, 통기타, 하모니카, 우쿨렐레, 오카리나 연주로 2만 대합창을 이끄는 사람들이다.

청와대 앞 석방대회… “다가오는 새봄에 뜨겁게 만나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013년, 이른바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기소 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인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 형을 선고받고 7년째 감옥에 갇혀 있다.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 문건’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BH(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면서 재판을 진행했다”고 기재돼 있는 등 이 사건이 ‘사법농단’에 의한 사건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이 의원 석방 요구는 더욱 높아져 왔던 상태다.

국내외 진보단체, 법학자 등 수많은 인사들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이 의원의 석방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그는 아직 감옥에 있다.

경복궁 서쪽성벽을 따라 청와대 사랑채부터 경복궁역 인근까지 길게 늘어선 참가자 대열의 함성소리가 석방대회 시작을 알렸다. 먼저 이석기 전 의원의 옥중서신이 참가자들에게 전해졌다. 장원섭 전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 대신 낭독했다.

▲ 이석기 전 의원의 옥중서신 낭독하는 장원섭 전 통합진보당 사무총장

이 전 의원은 서신에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자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의 석방을 외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인사하곤 “이런 시간들이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고 우리 자신을 발전시키는 소중한 시간들임을 알고 있다”면서 “지금 광장의 칼바람을 따뜻한 봄바람으로 바꾸어 낼 것을 믿으며 감옥의 찬 기운을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또 “한미동맹의 낡은 틀을 깨고, 자주를 실현하는 시대”, “구조적 불평등과 불평등의 세습을 뒤흔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자주 평등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이들이 하나의 정치적 힘으로 단결하면 민중의 새날은 어느새 닥쳐올 것”이라며 “다가오는 새봄에 뜨겁게 만나자”고 말했다.

각계인사들도 무대에 올라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이 곧 정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석기 전 의원 판결의 부당함을 이야기했다. “이석기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감옥에 있지만 수사, 재판 과정에서 그 근거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도무지 만들어질 수 없는 사법적인 판단에 의해, 지배세력에 의해서 이 의원은 작은 골방에 갇혀 있다”면서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으로 이어졌던, 누가 보아도 잘못된 판결은 법을 공부하는 학자로서도, 인권·민주의 관점에서도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도 “생각이 다르다고, 신념이 다르다고 없는 죄를 만들어서 사람을 7년이나 가두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촛불정부라 이야기하는데, 이석기를 감옥에 두는 한 촛불혁명과 민주주의는 제 길을 갈 수가 없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석방이 정의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평화를 외친 사람,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고 외치며 동의했다.

▲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도 “촛불로 들어선 정권이 이다지도 모질고, 이다지도 야만일 수 있는가”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 상임대표는 이어 “당 해산 3년 만에 진보정당을 창당해 사법적폐 청산 투쟁, 재벌해체 투쟁, 유엔사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한일 지소미아 파기, 방위비분담금 미국 규탄투쟁을 줄기차게 벌이며, 불가능하게 보였던 양승태를 구속하고, 이재용 뇌물죄를 확정지었으며, 반일불매운동과 방위비 증액반대 여론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고 전하며 “여기 우리 모두, 수천, 수만의 이석기가 민심이 폭발하는 그곳에서 승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참가자들은 가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곡을 450여 악기의 합주와 2만여 명의 합창곡으로 선보이며 한마음, 하나의 소리로 ‘이석기 의원 석방’과 ‘정의실현’ 의지를 모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 즈음해 각계의 이석기 의원 석방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됐다.

1차 탄원서엔 김희중 대주교,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등 주요 종단 지도자와 정강자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민문정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백미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신철영 경실련 공동대표, 김호철 민변 회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자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구명위원회는 사회 원로들의 2차 탄원서를 모아 다음 주 청와대에 제출할 예정이며, 14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석방 촉구 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옥중서신(2019.12.01) 전체 보기 : https://drive.google.com/file/d/1cz7nHYsKtPiSZ8BX8pZE25SEnAPu0f9c/view?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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