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주둔비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 ③평택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미국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6조 요구에 여기저기서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돈(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에게 바로 돌아갈 것이며, 나한테는 오지 않는다”는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기사를 본 평택 시민들은 ‘뜨악’했다. 현재 평택이 겪고 있는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 피해 때문이다.

평택에는 미 국방부의 해외 시설 중 단연 최고인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가 있다. 그 면적만도 여의도의 5.5배인 1467만7000㎡며, 기지 둘레만 18.5㎞다.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은 16조 원으로 92%를 한국이 부담했다. 평택 미군기지는 거액의 돈만이 아니라 엄청난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치룬 곳이기도 하다.

▲ K-55 대형 탄약고 공사장. 평화의 논이 탄약도로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군기지 이전사업’이라는 국책사업으로 미군에게 새롭게 360만 평의 땅을 제공하도록 강요받은 평택에서는 격렬한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이 있었다. 그 속에서 국가폭력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비용은 그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한창 협상 중인 방위비 분담금에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사회적 피해비용은 책정되지 않고 있다. 격렬한 투쟁을 치르고 15여 년이 지난 지금도 평택에서는 미군기지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특이하게도 공공하수처리시설에도 미군 전용 하수처리시설이 따로 있다. 미군 전용 하수처리시설은 2014년 국방부 예산으로 준공된 것으로 평택시가 관리를 맡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미군이 버리는 폐수·오수·하수 정화만 하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미군기지 안의 하수관 전체를 관리할 수 없고 민간인은 기지 출입이 금지돼 있어 하수관을 직접 볼 수도 없으며, ‘기밀’이란 이유로 하수관 전체 설계도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미군이 이 전용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불법으로 폐수를 버려 평택시가 환경부에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원래 팽성 공공 하수처리시설은 처리수를 이용해 물고기와 부레옥잠 육성, 하수 재활용, 농업용수 재이용 등을 인정받아 2년 연속 전국 최우수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선정된 곳이었다. 하지만 미군 전용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오면서부터는 그런 영예는 온데 간데 없고, 처리수는 농업용수로도 이용할 수 없게 됐으며 하수 재활용도 어렵다. 미군이 불법으로 버리는 폐수 때문이다.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환산해낸다면 얼마나 나올까? 천문학적 숫자가 나올 것이다.

▲ 캠프 험프리스 경계 주변 토양오염지역. 5년마다 실시하는 환경기초조사에서 밝혀졌다.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규모인 만큼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이전을 시작한 2017년부터 정리해보더라도 미군기지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만도 100여 건이나 된다. 미군기지로 인한 토양‧지하수 오염, 군항공기 소음피해, 미군기지 경계벽 공사로 인한 침수피해, 교통사고, 폭행사고, 미군기지 조명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문화적 왜곡, 군사주의 문화 등 미군기지 주변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피해는 실로 나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는 지금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경제와 한국 국민에게 바로 돌아간다는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야기는 그래서 거짓이다. 도대체 우리에게 돌아온 게 무엇이 있나. 미군기지로 인한 사건사고만 늘어났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우리 경제가 좋아졌나? 이건 누가 봐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럼 방위비 분담금 금액만큼 우리 생활이 안전하고 평화로워졌는가? 아니다. 더 불안하고 피해만 커졌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을 매년 쓰지 않고 있다가 이자 수익을 챙기는 미군은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폭 갈취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폭갈취 그만해라. 방위비 분담금 올려줄 수 없다. 미군기지 철수한다고? 환영한다.’
평택역 광장에 설치된 현수막 글귀들이다. 평택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 캠프 험프리스 가로등으로 인해 농작물도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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