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9회 맞은 창원 통일마라톤대회... 통일 염원하는 마라톤대회 사람들
지난 17일 이른 아침, 경남 창원종합운동장. 2007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펼쳐졌던 그 장소, 같은 자리 관중석엔 한반도기 모양이 그대로 걸려있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창원 통일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올해 대회 명칭은 “달리고 싶다 백두산까지”이다. 19회라는 횟수가 말해 주듯, 해를 거듭할수록 마라톤대회 참가자가 느는 것은 물론이고, 평양을 지나 백두산까지 달리겠다는 염원도 높아지긴 마찬가지다.
류조환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은 “작년에 비해 신청자가 700명이 늘었다. 창원에서 평양을 거쳐 백두까지 달리겠다는 통일의 염원을 안고 달리자”고 말했다. 올해 42.195km 풀코스와 하프코스(21.0975km), 10km, 5km 코스에 참가를 신청한 달림이를 모두 합치면 4500여 명이 훌쩍 넘는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대회를 찾아 “전국에 수많은 마라톤대회가 있지만 ‘통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라톤대회는 창원 통일마라톤 대회가 유일하다”는 말로 창원 통일마라톤의 긍지와 역사를 참가자들과 나눴다.
아침 9시 경, 5km-10km-하프코스-풀코스 순으로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나섰다. 종합운동장 트랙 반바퀴를 돈 후 한반도기가 내걸린 출입문 쪽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참가자들의 번호판에는 ‘통일 좋아’, ‘우리민족끼리’라는 단어가 함께 적혀 있다. 19년째 이어진 통일 염원 마라톤대회답게 참가자들의 유니폼에는 진해, 대구, 포항, 경주, 전주, 수원 등 각 지역 마라톤동호회 이름이 적혀 있기도 했다.
창원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용지사거리-창원병원사거리-삼동교차로를 거쳐, 야촌사거리-삼동교사거리-stx중공업-용호삼거리-마창대교를 지나 반환점을 돌고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오는 달리기 코스는 국내·외 정규 마라톤대회 풀코스 부문에서도 코스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코스다.
11월 들어 가장 추운 주말, 참가자들은 반팔의 옷을 입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2시간, 3시간을 끝없이 달려, 각 코스 선두대열이 속속 경기장에 도착했다. 출발을 앞두고 잠시 내린 부슬비는 참가자들의 열기로 금세 그치고 난 후였다.
2~3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음에도 힘든 기색도 없는 참가자들의 얼굴과, 그들의 소감도 19회를 맞은 대회의 열기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말해 준다. 매년 거르지 않고 통일마라톤에 참가했다는 참가자부터, “통일을 염원하며 달리느라 힘든 줄 몰랐다”는 고령의 참가자까지 각자의 사연있는 출사표를 들을 수 있다.
남성 풀코스에서 1위를 차지한 권기혁(대구, 47) 씨는 2시간 36분을 달렸다. 창원 통일마라톤대회에 10회 참가했다는 권 씨는 “6~7년 전에 준우승을 했고, 1위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통일’을 바라는 대회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매해 참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90회 이상 풀코스를 완주해봤지만 유독 11월엔 창원마라톤대회에 오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여성 풀코스에서 1위로 결승점을 통과한 배정임(김해, 53) 씨는 3시간 10여 분을 달렸다. 그도 창원 통일마라톤대회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참가자다. 우승 소감을 묻자 “통일은 온 국민의 간절한 염원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통일마라톤대회에 10회 이상 참가했던 그에겐 이 마라톤대회 참가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는 “19회째 열리는 대회여서 그런지 달림이들에게 달리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줘 고맙다”는 말도 남겼다.
이규제(창원, 83) 참가자는 최연장자상을 받았다.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매일 매일 달리기를 하며 한 달에 한번 10km 이상 코스를 꼭 달린다”는 그는 5년 전 마라톤을 시작한 후 올해 네 번째 통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10km를 달렸다. 그는 “국민 대부분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데, 마라톤을 하면서 고통은 있지만 다른 대회보다 통일을 바라면서 뛰는 마음은 그런 고통을 잊게 한다”고 겸손하게 웃었다.
대구에서 온 유금숙 참가자는 창원통일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100회 완주 기록을 세우며 풀코스 2위를 수상했다. 정창식 참가자는 정년퇴임을 기념하며 창원 마라톤대회에 참가했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렇듯 통일을 위해 달리는 창원 통일마라톤대회의 ‘참가’, 그리고 ‘완주’는 창원지역 주민은 물론, 뜻깊고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며 달리고 싶은 참가자들에게 ‘꼭 달려보고 싶은 대회’였다. 오랜 역사를 지닌 대회답게 올해 19회 대회도 이런 참가자들의 사연과 통일의 염원으로 의미있게 채워졌다.
이날 대회 참가자 중 각 종목별 1~5위에겐 상패와 더불어 30만원(1위), 25만원(2위), 20만원(3위), 15만원(4위), 10만원(5위) 등의 상금이 주어졌다(6~10위는 5만원). 완주자 모두에겐 완주 메달이 수여됐다.
또 6.15공동선언상(각 종목별 기록순위 615위), 10.4정상선언상 (각 종목별 104위), 4.27판문점선언상(각 종목별 427위)에도 기념품이 돌아갔다. ‘포항에이스’팀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하프코스 2위, 풀코스 1위로 결승점을 통과해 단체전 1위를 수상했다.
한편, 창원 통일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는 2018년 북측과 의향서를 체결해 올해 4월 열린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 선수를 포함해 40여 명이 방북할 예정이었지만 북미관계 악화로 참가하지 못했다. 조직위는 “다가오는 2020년 4월12일 개최될 평양국제마라톤대회에 창원 통일마라톤 달림이들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곤 성원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성사 시 방북인원에 비례해 이번 대회 선수 등을 비롯해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