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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다 택배재벌?’ 택배산업까지 제동 건 자유한국당‘택배노동자 처우개선’ 국민여론 무시… ‘생활물류서비스법’ 심의 막고 재벌택배사 대변

15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이 “택배노동자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도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택배연대노조가 2017년 11월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필증을 받은 지 2년 만의 일이다. ‘택배기사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택배연대노조는 “택배노동자 ‘노동자성’에 관한 역사적인 첫 법원 판결”이라고 칭했다.

▲ 사진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설립 필증 교부 후 지난 2년간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회사와 대리점들은 노조의 교섭 요청을 줄기차게 거부해 왔다. 중앙노동위원회도 “택배노동자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이니 교섭에 응하라”고 했지만, CJ대한통운 등 재벌택배사들은 ‘정부의 판단은 잘못되었으니 법의 심판을 구하겠다’며 수십 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버텼다.

재벌택배사들이 교섭을 거부하는 사이,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해결”, 휴가 없는 택배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택배없는 날’ 만들기 등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택배노동자 권리 찾기 투쟁을 벌여왔다.

공짜노동,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실태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택배를 이용하는 고객, 국민들의 힘이 모아진 결과였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발의도 그 결과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제도적 근거가 없어 체계적 보호가 어려웠던 택배기사, 택배분류 노동자, 이륜차 배달기사 권익향상 ▲종사자 안전 및 소비자 보호에 관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후, 지난 8월2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2명의 의원은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해온 재벌택배사들은 ‘생활물류서비스법’까지 막아 나섰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서비스 향상’, ‘종사자 처우개선’,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 등이 반영돼 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2500원의 배달료를 받고 그 중 일부를 착복하는 행위(백마진)를 금지했고, ‘종사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휴식시간 및 휴식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집배송업무를 하는 ‘택배운전 종사자’와 분류업무를 하는 ‘택배분류 종사자’를 구분함으로써,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생활물류서비스법안에 대해 “국민필수생활서비스가 된 택배·이륜서비스를 정비해 업체 간 출혈 경쟁, 백마진 등을 제한해 산업발전을 촉진할 수 있고, 나아가 무법지대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안전 강화,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2일 열린 ‘재벌체제청산 입법 토론회’에서 김 원장은 재벌체제청산 입법안에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추가돼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재벌택배사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분류작업도 택배노동자의 당연한 임무”라고 주장하며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공짜노동’을 강요해온 재벌택배사들은 발 벗고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을 가로막았다. 택배산업을 독과점 하면서도 영업점을 앞세워 사용자성을 회피하고 있는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등 재벌기업들이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 재벌택배사들과 함께 국민필수생활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세력들은 국회에도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1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택배노동자 처우와 민생을 외면하고 택배재벌 입장만을 대변했고,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까지 파행시켰다.

당초 여야 간사 간 생활물류서비스법안을 전체회의에서 소위로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날 전체회의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정부와 의원실에서 이해관계자와 업계를 두루 만나 조율해서 내놓은 안”이라며 “법안소위에서 이해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고 심사에 임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고, 같은 당 김상훈 의원은 “소위 회부 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열자”며 여야 간사 간 합의를 뒤집으려 했다. 이현재 의원도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공청회 이후 소위에 넘기는 것이 맞다”고 거들었다.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입법 촉구’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 나타나 “택배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도 이들에게 동조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퀵·배달업체들도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김상훈·이현재·이헌승 의원은 ‘이해 당사자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대했고, 함진규 의원은 ‘택배사 입장 반영’을 위해 다른 법안을 발의했다고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고 규탄했다. 자유한국당에게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정쟁 도구’로 밖에 안 보이는가! 택배노동자의 염원을 짓밟고 재벌택배사의 요구만 대변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여야 간사가 협의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법안소위로 넘기려 했던 100여 개의 법안 역시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이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는 파행됐다.

5층 계단을 수백 번씩 오르내리며 하루하루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짜노동에 장시간 노동, 택배사와 대리점장의 온갖 갑질을 견디며 땀 흘리는 택배노동자들. 오늘 행정법원에서까지 ‘노동자성’과 ‘노동조합’을 인정받은 택배노동자들은 ‘처우개선과 권리 찾기’를 위해 국민적 지지를 다시 모아, 국민필수생활서비스 산업발전에 제동을 거는 재벌택배사와 그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자유한국당과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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