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보 철회’ 요구 학비노동자들 8일째 단식농성을 모르쇠

▲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간부들이 부산시 교육청의 강제전보에 반발해 21일 항의 단식에 돌입한 데 이어 25일 삭발을 결행했다.[사진 출처 : 부산학비연대회의]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강제전보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28일 촉구했다.

무더위 속에 여성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이날 현재 8일째 노상 단식농성 중인데도 교육청은 대화조차 나서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될 기미가 보여 단식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우려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중재에 나선 것이다.

이날 회견엔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민중연대, 민주부산행동, 부산여성단체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여성회, 부산학부모연대,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많은 단체들이 참가해 이번 사태에 관한 관심과 장기 단식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6월1일 임금협약 조인식 때 김석준 교육감은 ‘강제적으로 전보하지는 않겠다. 충분히 노사협의해서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어디 갔나? 당사자는 배제한 채 관리자들과 담합해 강제적으로 진행하는 전보는 무효다. 즉각 철회해야한다. 여성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불볕더위에 벌써 8일째 단식 중이다. 사실 무척 힘들다. 그러나 우리보고 개·돼지나 다름없이 살라고, 노예의 삶을 강요하는 이 강제전보는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이필선 부산학비노조 지부장)

“왜 이리 교육현장에 강제라는 말이 난무하나? 교육감은 왜 이리 대화에 인색하나? 학교현장에서 관리자들이 비정규직을 대하는 태도는 연차나 휴게시간 등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것도 문제 삼고 있고, 교총 공문에 비정규직은 배구대회에서 수비만 하라는 등 차별이 심각하다. 교육현장에서 차별을 없애가는 행동에 함께 연대하겠다.”(김재민 부산여성비정규노동센터장)

“오늘 단식자들 건강을 체크해봤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단식기간이 늘어나면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문제는 식사를 끊으면서까지 절규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전혀 얘기를 듣지 않으려하는데 있다. 교육감이 휴가라도 전화는 할 수 있지 않나? 당장 대화에 나서야된다. 교장들이 비정규직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민중은 개돼지’라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문제는 간단한 전보문제가 아니다. 노조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가 지켜지느냐 마느냐의 가늠자이다.”(고창권 민주수호부산연대 대표)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도 2~30년을 헌신한 비정규직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강제전보를 돌리겠다니 정말 서글프고 분노스럽다. 이것은 부산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산교육을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졸속적이고 강제적인 전보는 학교현장에 큰 혼란을 일으켜 우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재앙이다. 뜨거운 날씨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겠다.”(도애란 부산학비노조 노조원)

부신시교육청의 강제전보 논란은 지난 20일은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공문 없는 날'이었는데도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에 부산시교육청이 9월1일부로 670명의 과학·교무·전산실무원을 전보하겠다는 공문을 기습적으로 시달해 촉발됐다.

이에 반발한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노조원들은 강제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부산학비노조는 21일부터 집단 단식에 돌입했으며, 25일엔 임원 및 집행부 집단 삭발식도 갖는 등 투쟁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학비연대회의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번 전보 방침이 노사합의를 파기하고,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부산 초등교장회,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학교 관리자들과 합의 아래 진행됐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과 학비연대회의는 ‘전보 등 인사원칙을 노사협의로 정하기’로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전보를 명하기 전에 현재 제각각인 학교별 업무환경을 통일하기 위해 업무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운영해왔고 다음달 4일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부산교육청은 근무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려면 학교비정규직의 전보를 의무화해야한다는 학교관리자들의 압력 속에 부산교총과 ‘학교비정규직을 전보한다’는 협약을 맺었고, 결국 이 협약의 이행을 위해 학비연대회의와 합의는 저버린 채 9월1일부 강제전보를 시행한 것이다.

이날 회견에 함께한 단체들 대부분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김석준 교육감을 지지했고 직접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개혁교육감이 아니라 보수교육감도 이럴 수는 없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단체 성원들은 물론 일부 언론 노동자들도 “부산시교육청이 갈 데 까지 간 게 아니냐”며 술렁거렸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현재 여름휴가 중이며, 이날 오후 농성 중이던 이필선 지부장은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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