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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굿 워크 - 좋은 노동 Good Work>E. F. 슈마허 저, 1979, 느린걸음

이 책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인류에게(특히 서구인들에게) ‘생각의 대전환’을 촉구한 E. F. 슈마허가 1977년 미 대륙을 횡단하며 펼친 강연을 묶은 것이다. 2018년 가을, 비영리단체인 <나눔문화연구소>에 들렀다가 알게 되었다.

슈마허는, 이반 일리히와 더불어 필자에게 현대 사회경제 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점에 대한 대안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끈 사상가이자 행동가이다. 종교가 되어버린 경제성장, 거대산업과 첨단기술 등 현대사회의 우상을 차례로 허물어낸 슈마허의 쉼 없는 여정이 마침내 도달한 곳이 바로 인간중심의 <굿 워크>다.

현대 문명과 거대기술, 그리고 인간 영혼을 통해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조명하며, 나아가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은 해석과 창조적 대안을 제시한다.

인간의 일을 현상적인 차원을 넘어 인간의 존재 목적에 비추어 그 본질적 의미를 살피고, 이 체제 전체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슈마허는 이 책에서 현 산업사회의 가장 큰 죄악은 ‘인간의 노동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인간의 삶을 타락시킨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새롭게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좋은 노동을 위한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을 구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이들에게 나쁜 노동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독려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과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슈마허의 해석은 다음과 같은 글귀에서 잘 나타난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 단지 생존을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노동을 해야 한다고 인류의 모든 가르침은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노동의 세 가지 목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첫째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하고 유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둘째로, 선한 청지기처럼 신이 주신 재능을 잘 발휘하여 타고난 각자의 재능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셋째는, 태생적인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차원에서의 이런 역할을 통해 노동은 인간 삶의 중심이 된다. 그러므로 노동 없는 인간의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Albert Gamus)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 간다.””

‘5년 동안 건설현장 노동자 3429명 사망’, ‘2018년 산업재해로 약 2천 명 사망(질병사망자 23% 급증)’, ‘연평균 1만 3천 명 정도가 자살하고 이중 절반이 직장인 것으로 추정’, ‘노동 생각하면 노예 떠올라···내 꿈은 노동자가 아니에요’… 노동 관련 최근 국내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가 어떤 조건에 처해 있는지, 한국사회에서 노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독자들도 학생들이나 성인들이 평소에 노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노동과 삶, 그리고 인간에 대한 철학이 없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는 미국과 한국 사회가 잘 대변해주고 있다. 황금만능주의와 무한 입시경쟁, 그리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회의 상층부는 부패에 미쳐 버리고, 하층부는 질식하여 죽어간다는 카뮈의 말이 현실로 드러난 곳이 대한민국인 셈이다.

슈마허는 노동의 3가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대안들이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가난한 나라건 부유한 나라건 현재 똑같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우리 모두가 만족스럽게 창조적인 노동을 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가에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슈마허가 ‘똑같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약간 과장될 수 있다. 지구촌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기득권자와 자본가들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따라서 슈마허의 본심은 모든 나라에서 한 명이든, 수만 명이든 “창조적인 노동을 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하며,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가” 고민하고 토론하며 실천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인격이나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노동인데도, 경제학이나 사회학, 정치학 등 관련 학문에서 노동이론이 담겨 있지 않으며, 학생들의 수업교재에서 노동에 관한 이론을 찾아내는 것이 헛수고일 만큼 현대의 국가들과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비판한다.

이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데 있어 슈마허의 또 다른 독창성(獨創性)은 기술에 대한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거대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의 도입을 통한 노동가치의 증대를 역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슈마허의 사상적 깊이는 물론, 인류에 보내는 묵시적 비전과 어려운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에 이미 40년 동안 전개될 미래를 예견한 듯한 슈마허의 지혜와 경고가 느껴질 것이다.

결국 문제는 왜곡된 노동을 바로 세우는 것이 답인 것이며, 그것을 위해 전 지구촌과 각 사회가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함을 깨닫는 것이 <굿 워크>를 읽고 난 결론이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시급하게 사회적인 토론과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

<인상 깊은 문장>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해야 한다. 올바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나쁜 일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작은 일터가 일자리를 만든다. 모든 걸 다하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의 즐거움이 없다면 삶의 즐거움도 없다. 예술가가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특별한 예술가이다. 이것이 바로 좋은 노동의 형이상학이다.”

“진짜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힘없는 사람들을 힘껏 보살피는 것이다. ‘최선’만을 쫓는 시대흐름에 휩쓸려 ‘최선’을 누릴 형편조차 안되는 이들에게서 그들이 누려야 할 ‘차선’마저 앗아가면 안된다.”

“복잡한 기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데는 삼류기술자면 된다. 하지만 간단한 원리로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찾으려면 천재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대가 바로 우주이다. 결국 인간은 신의 위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존재다. 인간이 이 세상에 온 것은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노동에서 품위나 만족을 없애버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격이나 성격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노동이기 때문이다.”

“모든 자원 가운데 가장 으뜸은 인간이 지닌 자발성과 상상력, 그리고 지력(智力)이다.”

“우리시대에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일은 새로운 형이상학의 재건, 다시 말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와 같은 물음에 대해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의 깊은 신념이 선명히 드러나도록 만드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사악한 착취는 파렴치한 돈벌이 꾼들이 문화로부터 소외되고 교육받지 못한 사회계층이 문화에 대해 품고 있는 갈망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소위 ‘문화적 착취’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동’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각자의 마음 속에서 확신과 결심,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가는 일이다. 문제를 이해한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 2019년 10월 20일 ]

다른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 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이장수 운영위원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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