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김헌동 공저, 2007, 궁리출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면 재집권은 없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긴급 형제 대화>의 메시지다.

2000년 당시 강남의 일반 아파트는 평당 700만 원대였고, 가장 비싸다는 강남 타워팰리스의 분양가는 950만 원이었다. 19년이 지난 2019년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는 평당 6,150만 원이고 강남 평균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019년 이미 1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 19년은 민주당과 자한당이 2차례씩 정권을 잡았던 시기이다.(김대중 - 노무현 - 이명박 - 박근혜 - 문재인)

2017년 한 해에만 부동산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은 135조 원이라는 언론기사도 있다.(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2249.html) 2019년 239만 도시근로자 가구(연소득 5,640만 원 / 월평균 470만 원)가 피땀흘려 벌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부동산이 미쳤다”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과 소위 학자/전문가들은 다른 소리를 늘어놓는다. 수출이 어떻고 수입이 어떻다느니, 전 세계 성장률이 어떻고 구조조정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저자들은 정부와 정치권과 언론이 ‘한국경제’가 이렇다 저렇다고 논쟁할 때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그리고 경제를 걱정한다고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있는 이들에게 말한다.

“이 바보들아. 문제는 부동산이야!”

정말 그들은 바보일까?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기득권자들일까?

필자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부패,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경제와 그것을 지탱해주는 짜임새 있는 먹이사슬 체계를 다시금 확인했다.

건설사의 각종 향응과 로비로 여가를 즐기고 여생을 담보 받는 관료와 국회의원, 서민 이상의 호사를 누리면서도 주린 배를 움켜잡는 듯 건설사의 광고로 먹고 산다는 언론이 후자에 해당한다면, 가늘고 길게 살기를 전문으로 하는 그들을 맹목적으로 믿는, 경제를 몰라도 대통령 몫은 잘 할 수 있다는 그는 전자에 해당한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는 12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지난 12년 동안 부동산 정책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행복과 권리를 지켜주겠다며 큰소리쳤던 청와대와 정부, 국회와 사법부, 언론과 지식인들이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12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와 경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해결이 난망하고 서민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분야가 여전히 부동산 문제이다.

저자들의 분석과 대안은 명쾌하다. 현재 부동산 가격이 거품인 이유 5가지를 댄다. 또 부동산 투기천국이 된 이유도 9가지로 제시한다.

한국은 개발부패세력이 지배하는 나라이며, 경제의 모든 부작용은 부동산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부동산 거품이라는 경제의 암세포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과 부동산 투기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결론은 거품이 투기를 조장하고 투기는 또 거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들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임대소득 비과세, 선분양제도, 너무 가벼운 보유세, 무차별적으로 남발하는 담보대출, 엉터리 통계, 건설업체와 재벌의 공생관계, 투기를 조장 및 방조하는 기득권 정당, 부패의 샘 건설업자, 공급부족론과 세금폭탄론을 내세워 교묘히 서민과 중산층을 속이는 재벌 언론과 재벌 산하 연구소,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건교부관리들, 뒤에서 조종하는 괘종시계의 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등이다.

한국사회 부패의 80%는 건설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과 건설사 사장의 잇따른 자살과 구속을 떠올려보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조금만 고쳐도 아니, 있는 법 테두리 안에서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수 있는 몇몇 깨끗할 경제흐름들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더 강력한 무엇이 짓밟고 있는 셈이다.

부풀려진 새 표준 건축비,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조사한 엉터리 공시지가, 상품도 만들지 않고 입주자의 돈을 먼저 받아 집을 짓다가 부도가 나면 나라님도 어쩔 수 없는 선 분양, 그나마 원가공개도 안한다니. 

건설사들이 한 해 수억 원씩 광고모델들에게 갖다 바치는 돈은 선 분양 제도하에서 입주자들이 미리 낸 것이다.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것이다. 저자들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참사로 귀결되는 시점에 참다못해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참여정부 집권 기간은 최근 20년 중에 부동산 거품이 가장 커진 시기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4년 동안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엉망으로 추진했는지 나타나 있다.

전월세 세입자와 서민들의 절망과 좌절이 가장 컸던 시기였다. 이명박은 집권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인간 노무현을 기리는 것만큼, 집값 폭등을 가져온 참여정부의 실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잡지 못하고 주거서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재집권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변하지 않은 이런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을까?

저자 한 명(김태동)은 환율과 금리, 외환위기, 카드사태 등의 사례와 연결하여 경제학이라는 큰 틀에서 해법을 찾고, 다른 한 명(김헌동)은 현장에서 몸소 익힌 활동가답게 후분양제도, 분양원가 공개, 반값아파트, 전세형 임대분양제도 등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하여 답을 모색한다.

12년 전 저자들이 내놓은 처방은 2019년 현재도 유효하다. 요즘 김현미 건교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들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종국적으로 그들의 답은 같은 원인에서 출발하여 서로 다른 미로를 따라가다가 마지막 탈출 지점에서 해우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조만간 있을 대선에서 아파트값거품빼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십만 서포터즈를 비롯하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을 갖고 꼼꼼히 따져보자는 것! 

선거 때 얼굴과 학연지연학연과 단순 호불호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기준을 세워 투표하자는 것이다. 개발이 좋다는 인식은 곧 착각임을 깨닫고 정당의 정책 생산능력을 판단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개발공약만 하거나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을 뽑지말고, 악 순환하는 개발 5적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라딘에서 이 책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분포를 통해서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연령별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소비자 중 20대가 57.1%, 30대가 18.9%, 40대 여성이 11.7%이다. 반면 50대 남성 0.4%이며 60대 남성은 0.0%이다.(여성은 각각 3.6%와 0.2%) 젊은 세대에 비해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부동산을 ‘문제’로 다루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받아들인다. 
[2019년 10월 14일]

(다른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 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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