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노원주민대회, 6백여 주민 노원구·국회 향해 다양한 요구안 쏟아내… 매해 가을 주민대회 연다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 등나무 근린공원. 600여 명의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상에서 가장 힘센 주민”임을 선언했다.

이날 ‘제1회 노원주민대회’에 참가한 노원주민들은 ‘주민요구안’을 선정해 “이제 우리가 직접 정치하겠다”고 힘껏 외쳤고, 함께 자리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노원갑)·우원식(노원을)·김성환(노원병) 국회의원도 이에 호응하며 “주민들의 뜻을 받들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의 힘으로’

이날 열린 노원주민대회는 노원주민들이 직접 만든 ‘7개월간의 결과’다. 지난달 19일 발족한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엔 노원지역의 정당은 물론, 노동자, 노점상, 시민단체, 아파트 주민모임까지 노원주민들이 활동하는 40여 개 단체가 망라돼 있다. 이들이 주민대회를 준비하고 조직했다.

그보다 더 앞선 시작은 올해 봄부터다. 4월부터 7개월간 노원주민들이 ‘주민요구안’을 만들었다. 자그마치 9378개의 요구가 모아졌고, 이날 주민대회에선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1순위 요구안’을 결정한다. 이렇듯 노원주민대회는 처음부터 노원 ‘주민’의 힘으로, 노원주민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이 만든 ‘주민요구안’을 국회와 노원구에 전달하는 자리다.

▲ 주민대회 시작 전, 참가자들이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주민대회가 열린 행사장에서도 노원주민들은 ‘주인’으로 나섰다. 행사장 주변에 설치된 ‘주민요구안’ 선전물 내용 속에 내가 제안한 요구안이 반영돼 있는지 확인하고, 주민대회를 기념하는 사진을 남기고, 주민대회 참가 접수를 하는 등 행사 시작 전부터 등나무 근린공원이 북적였다.

이날 주민대회 사회는 노원주민대회를 최초로 제안한 최나영 공동조직위원장(민중당 공동대표)이 맡았다. 최나영 조직위원장도 이날의 ‘주인공’ 노원주민들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노원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 택배노동자, 건설노동자, 동네 곳곳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노점상, 그리고 노원지역에 일터를 두고 일하는 노동자 등 많은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노원주민의 환호성으로 주민대회의 막이 올랐다.

이날 주민대회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 중 하나는 1만 개에 달하는 주민요구안 중 ‘주요요구안’을 선정하는 ‘주민들의 직접투표’다. 주민들의 주요요구안은 ‘국회를 향한 요구안’, ‘노원구에 바라는 요구안’으로 나눠져 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직접 정치하겠다”고 나선 주민들의 목소리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요구안을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주요요구안’을 선정하는 투표내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 이날 사회는 노원주민대회를 처음 제안한 최나영 공동조직위원장(민중당 공동대표)이 맡았다.

“국민소환제 도입…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 하도록!”

먼저 국회를 향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남부자활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이현수 씨는 “월 110만원 저임금을 받고 있는데, 생활에 조금 더 보탬이 돼 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더 하게 되면 수급비가 깎인다”면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융통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계동에 사는 29살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류지연 씨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싸움질만 해대는 국회의원들, 채용비리에 부정입학까지 벌이는 사람들이 당 대표로 있는데 처벌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을 분노케 하는 국회의원은 다 잘라 버려야 한다”는 당찬 발언에 이어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 우리 손으로 해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시작으로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들주민회에서 활동한 박윤경 씨는 “대한민국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검찰의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 헌법의 명령”이라며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데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하지 않다. 괴물이 되어버린 무소불위 검찰 권력을 개혁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자”고 강조했다.

▲ 주민발언을 하고 있는 이현수 씨.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늙은 노동자도 마음 편히 일 좀 합시다”

다음 목소리는 노원구를 향한 목소리다.
정서·행동 장애아동을 둔 김태균 씨가 무대에 올라 “정서·행동 장애아동 지원기관인 ‘노원아이존’이 재정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이존이 사라지게 되면 정서치료에 도움이 필요한 노원의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면서 “가족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게 노원 아이존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최범수 씨는 ‘구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 근절 방안’을 제안했다. 최 씨는 “지난달부터 해외연수 세부계획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끼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관광성 연수를 하면서 죄의식 없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이런 예산의 집행은 주민의 동의를 얻어 집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월계동 A아파트 경비원 노동자의 요구는 A아파트에서 사는 주민 강미경 씨가 대신 전했다. “한 달에 한 번 근로계약을 하고 있어요. 건의사항이 있어도 잘릴까 두려워 말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에요. 연차도 쓸 수 없어 경조사가 생기면 내 돈으로 사람을 구해 대체근무를 시켜야 합니다. 나이 많은 늙은 노동자도 마음 편히 일 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경비노동자가 주민대회에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유가 담겨 있다.

▲ 노원지역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일터에서 ‘주민대회’ 직접 만든 주민들

다음에 무대에 오른 주민은 일터에서 주민대회 홍보에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다. 노원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와 노점상 주민이 나섰다. 이들은 택배를 배달하며 주민들에게 주민대회 홍보지를 나눠주고, 택배차량에 주민대회 홍보 현수막을 달고 노원지역을 누볐고, 자신의 노점에 주민대회 홍보 현수막을 붙여 주민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노원구 주민이자 주민대회를 직접 만든 이들도 할 말이 많다. CJ대한통운 노원터미널 소속인 택배노동자 임종엽 씨는 “노원은 택배물량 전국 3위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쏟아지는 물품 중에 자신의 배송구역으로 가야 하는 물건은 택배기사들이 직접 분류한다. 오후 2시까지 이어지는 분류작업은 무임금 공짜노동”이라며 “분류작업 단축과 장시간 노동 시정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노점에서 장사하는 하계동 주민 배태연 씨는 “정치인들이 서민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을 땐 우리를 찾고, 당선되면 우리를 단속하게 하는 것도 그들”이라고 가리키며 “채용비리·불법자금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인들, 갑질·불법재산 승계·폭언폭행을 저지르는 기업의 총수들이 불법을 저지르면 삶을 빼앗기진 않는데, 밀리고 밀려 거리에 나와 장사하는 것을 택한 우리들의 삶은 ‘강제철거’, ‘강제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빼앗아 가는 것이 너무 쉽다”고 소리높였다. 그는 “정치인들의 배경이었던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면서 “우리도 정치의 주인으로 당당히 나서겠다”고 외쳤다.

▲ 휴대폰을 이용해 주민요구안에 대한 직접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주민 자유발언이 끝난 후 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휴대폰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현장에서의 직접투표로 주요요구안을 선정했다. ▲국회에 바라는 요구안 1위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이, ▲노원구에 바라는 요구안 1위로는 “경비노동자,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 보장계획 마련”이 꼽혔다. 7개월 동안 모아진 1만 개의 주민요구안 중 이날 주민대회 예선·결선투표를 거쳐 ‘주요요구안 1순위’의 결과를 만들었다.

국회의원 직접 참석… “국민소환제 합시다”, “소중한 의견 잘 받들 것”

주민들의 직접 선정한 1순위 요구안이 발표되는 순간, 노원구의 지역 정치인들도 참석해 주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였다. 노원 갑·을·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고용진, 우원식, 김성환 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시·구의원이 참석했다.

우원식 의원은 ‘국회를 향한 요구안’ 1순위로 선정된 국민소환제에 대해 “꼭 필요하다”고 공감하며 “국민소환제 합시다”라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고용진 의원도 “국회와 노원구에 바라는 요구안 모두 이해하고 동의한다”면서 “주민들의 소중한 의견 잘 받들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환 의원은 “노원구에서 직접 정치를 실험하는 자리인 주민대회가 정례화될 수 있게 노원구와 서울시의 지원이 뒤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목소리와 요구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의견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시간도 있었다. 앞서 발표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최나영 조직위원장이 즉석에서 “경비노동자의 한 달짜리 고용계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취해 줄 것인가?”라고 물었고, 해당 아파트 지역구 소속 고용진 의원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주민대회에 참석한 노원지역구 의원 등이 주민들과 함께 ‘2019 노원주민 직접정치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주민들의 손으로 요구안을 확정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이제 주민대회를 마무리할 시간.

주민들은 “주민요구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꿈을 갖고 시작한 주민대회가 이제 첫 번째 발걸음을 떼었다”며 주민대회 이후를 다짐했다. 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예산편성을 앞둔 매년 가을 노원주민대회를 열어 ‘직접 정치 요구안’을 채택하고 국회와 노원구에 촉구하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노원주민대회 조직위는 주민요구안을 국회와 구청에 전달하는 한편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를 더욱 확대해 ‘주민 직접 정치 공동체’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참석한 의원들도 “조직위원회와 지속적인 대화를 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피력했다.

주민들은 끝으로 2019 노원주민 직접정치 선언문 “주민에게 권력을”을 함께 낭독하며 대회를 마무리 했다. 

 

 

 

 

 

 

다음은, 이날 채택된 ‘2019 노원주민 직접정치 선언문’이다. 선언문엔 주민 직접정치의 상과 정신, 그 실현을 위한 방안과 계획, 정치권의 역할과 주민의 다짐 등이 담겼다.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구성

<공동조직위원장>

강미경 노원주민대회 월계동 조직위원장
강창곤 보건의료노조 원자력의학원지부장
김종석 전국노점상총연합 북서부지역장
최나영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주민직접정치운동본부장
하태용 일하는사람들이행복한노원만들기 대표
홍기웅 민중당 노원구위원회위원장

<조직위원회>
SK매직서비스 북부서비스센터노동조합
건설노조 서울지부 동북부지대
공공연대노조 한전FMS인재개발원 분회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인덕대분회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서울시기술교육원지부 북부기술교육원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 노원구청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 북서울미술관지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 시립과학관지회
공공운수노조 진아교통지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서울지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안운수 분회
공릉동 태강아파트 주민모임
노원겨레하나
노원주민대회 월계동 조직위원회
노원지역노동조합 노원유니온
대전국노점상총연합 북부지역
민주노점상총연합 북부지역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보건의료노조 원자력의학원지부
보건의료노조 을지대학교 을지병원지부
보건의료노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지부
상계동 벽산아파트 주민모임
서울일반노조 서울여대분회
서울일반노조 학교급식지부 노원지회
소행성플랫폼
기독교 대한감리회 우리교회
일반노조 서울 과기대분회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노원만들기
전국노점상총연합 북서부지역
전교조 사립북부지회
전교조 중등북부지회
전국택배연대노조 노원지회
철도노조 성북승무지부
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노원지회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 중계지부
희망연대노조 딜라이브케비지부 웨이브원지회
희망연대노조 케비티지부 노원도봉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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