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당원이 직접 만든 강령 채택, 당원들의 힘으로 총선승리 다짐... 민중당 정책당대회

28일 경북 경주 점심시간이 갓 넘은 시각, 더케이호텔에 주황색 물결이 점점 늘기 시작한다.

“더 깊이 민중 속으로, 정책당대회 성사하자.”
2017년 10월 창당한 진보정당 ‘민중당’의 정책당대회 개막을 알리는 함성이다.

‘민중 승리의 발걸음’ 슬로건 아래 전국 곳곳에서 출발한 5천여 당원들의 발걸음이 경주로 모였다.

행사장 앞 너른 마당에 차려진 다양한 부스가 당원들의 발길을 잡았지만, 이내 아쉬움을 뒤로하고 토론회가 열리는 실내로 발걸음을 옮긴다.

‘민중 승리의 발걸음’을 만드는 정책당대회엔 민중당 당원들이 걸어온 발걸음, 걸어갈 발걸음이 그대로 녹아있는듯 했다.

▲ 민중당 정책당대회 첫날 저녁, 당원 결의대회 모습 [사진 : 민중당]

“당원들이 직접 만든 ‘가장 빛나는’ 강령”

의제토론회와 총선정책토론회, 계급계층 행사 등으로 꽉 채워진 오후 일정. 대회에 참석한 5천여 당원 가운데 많은 발길은 ‘강령제정’ 의제토론장으로 향했다.

최나영 강령제정위원회 위원장(민중당 공동대표)의 말대로 강령이 “민중당의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당은 창당 2년 만에 당의 성격과 역사성, 집권전략, 그리고 당의 목표, 즉 당의 정체성을 담은 강령을 제정한다.

민중당의 정체성이 담긴 강령을 만드는 발걸음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2월 대표단 회의에서 강령을 제정할 것을 결의하고, 3월부터 당원토론자료를 제출해 8개월간의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쳤다. 당원들을 대상으로 ‘민중당과 당원이 꿈꾸는 세상, 민중당이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일, 강령에 넣고 싶은 말’에 대한 3가지 질문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의제토론장에서 발제된 민중당의 강령안은 당원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시·도 광역단위 토론은 물론, 분회토론 등을 통해 모아진 당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안이다. 당원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노동’, ‘민중’, ‘통일’, ‘자주’, ‘평등’ 등의 단어들이 고스란히 강령에 반영됐다.

▲민중당 강령제정위원회 위원장인 최나영 공동대표가 강령안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 : 조혜정 기자]

그렇게 탄생한 민중당의 정체성은 “민중당은 자주와 평등, 통일의 기치 아래 민족자주시대, 민중주권시대, 항구적 평화시대를 개척하는 민중의 직접정치정당이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나라 – 자주국가 평등사회 통일세상을 향해”라는 제목의 민중당 강령안은 전문의 4개 문장과 10개 항으로 구성돼있다.

민중당이 당원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 민중과 함께 꿈꾸는 세상이 강령안에 압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위원장은 “민중당 강령은 민중당이 ▲자주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정당(자주의 정당)이면서 ▲진보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민중의 ‘직접정치’를 실현하는 직접정치정당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것을 넘어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노동중심 정당’임을 확고히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의제토론에 참가해 마이크를 잡은 당원들의 이야기 속엔 당의 주인인 ‘당원이 직접 만든 강령’이라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다. 민중당의 강령 제정을 위해 2월부터 발걸음을 떼고, 맞춰온 당원들의 목소리다.

“우리 분회가 토론해 만든 강령 ‘자주통일, 민중주권을 위해 투쟁하는 정당’이라는 내용이 우리 당의 강령 내용과 같아 너무 기뻤다. 내가, 그리고 우리 분회원이 직접 만든 강령이기 때문에 가장 빛난다”는 청년 당원, “강령 토론을 하면서 노동자들도 자기 노동조합의 강령을 조합원들과 함께 토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노동자 당원, 그리고 “당원 민주주의, 당내 민주주의 내용이 없어서 아쉽다”, “전 당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강령해설서가 나오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당원들이 직접 만들어온 민중당 강령안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한걸음 한걸음 더 나아갔다.

▲ 당 분회모임에서 강령제정 토론을 했다는 민중당 부산지역 청년 당원. 민중당 강령안이 “가장 빛나는 강령”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중당은 강령 제정안을 마련하고 토론하며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성평등 강령 제정’이라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딛기로 결심, 여성-엄마 민중당을 중심으로 강령안을 만들고 당원들과 토론을 거쳐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향해”라는 제목의 성평등 강령안도 내놨다.

민중당의 강령과 성평등 강령은 다음날(29일) 당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돼 채택됐다. “자기 당의 정체성을 갖게 된 당원들이 직접정치에 나설 민중들과 함께 민중 승리의 발걸음을 만들고, 성평등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민중당의 결심이다.

“당원과 함께, 민중과 함께 ‘총선승리’”

민중당이 이날 내딛은 또 하나의 발걸음은 ‘총선승리’를 향한 발걸음이다.

29일 오후 평화통일, 노동, 교육, 인권, 주거, 건강, 환경 등의 분야로 나눠 총선정책토론회를 연 민중당. 저녁엔 야외 운동장에서 총선승리를 향한 당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총선승리를 향한 발걸음 안에도 당원이 있다. 노동자가 있고 민중이 있다. “당원의 힘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고, 민중 승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 5천여 당원으로 꽉 찬 민중당 당원 결의대회 [사진 : 민중당]

‘대법원 판결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와 서울톨게이트 등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노동자 당원은 “노동자가 당원이고, 노동자와 함께 하는 정당, 민중당의 연대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고, 당원들은 다음날 귀가길에 ‘민중당 희망버스’를 타고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 들러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원이 민중당의 주인이다. 정치발전 전략도, 총선기획도 당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의 말대로, 결의대회 역시 당원들이 주인으로 섰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후보)과 공개대담을 해 화제가 된 청년 당원들의 신명나는 율동과 400여 명의 울산지역 당원들의 공연 속엔 ‘총선승리’의 결심이 담겨있다.

울산 당원들을 비롯한 민중당 당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울산 동구 김종훈 국회의원의 재선을 향해 뛸 계획이다.

▲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 [사진 : 민중당]
▲ 민중당 울산지역 당원들이 준비한 공연. 400여 개의 불빛이 대회장을 환하게 밝혔다. [사진 : 선현희 기자]

무대에 오른 김종훈 의원도 “당원들과 함께 총선승리에 나서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김 의원은 민중당 당원인 노동자 민중의 모습과 직접정치 실현의 과정이 녹아있는 편지글로 ‘당원이 주인’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줬다. 

“흙 묻은 손으로 농민 스스로 농민수당을 만들겠다며 서명운동을 나섰습니다. 정치가 바뀌고, 법이 바뀌어야 하청노동자·비정규직 차별이 없어진다며 금속 노동자들이 현장분회를 만들고 당보를 뿌립니다. 학교 급식실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처우개선을 하려니 정치를 해야 했습니다. 국가 예산을 공부하고, 공무직 법안을 공부했습니다. 흙 묻은 손이, 기름때 묻은 손이, 설거지에 퉁퉁 불은 손이 그렇게 정치의 주인이 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이것이 자주의 시대, 노동 중심의 정치를 개척하는 민중당 당원들의 모습”이라며 “자랑스런 당원들과 함께 총선승리”를 이야기했다.

▲ 민중당 원내대표 김종훈 의원 [사진 : 민중당]

총선승리를 다짐한 민중당 당원들이 다음날 향한 곳도 다름아닌 김종훈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 동구다. 당원들의 발걸음은 울산 동구 거리와 일산해수욕장으로 이어졌다. 

동축사 입구, 현대중공업 정문, 울산과학대, 대왕암공원 등 4곳에서 시작해 정치 퍼레이드를 펼친 당원들은 일산해수욕장에 도착해 ‘민중당 정치대회’를 열었다. 일요일 오후, 일산해변을 주황색 물결로 만들었다. 

‘진보정치 1번지’,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열린 정치대회답게 울산의 현장과 지역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무대에 섰다.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이승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반대 투쟁”, “3만 5천 명 사내하청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려 싸우는 곳”에 함께 투쟁한 민중당을 응원했고, 이어 윤 본부장은 “노동자 민중의 직접정치로 울산에서 총선승리의 승전보를 선사하겠다”는 결심도 밝혔다.

일산해변에 모인 당원들은 울산 동구 총선승리에 매진할 것을 다시한번 결의하며 ‘우리 모두는 김종훈이다’를 외쳤다. 이상규 상임대표는 “민중당이 내년 총선에서 울산 동구뿐만 아니라 5개 지역구 당선을 목표로 뛰자”고 독려했다.

▲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 ‘민중당 정치대회’. 해변 모래사장에 무대가 설치되고, 바다 위엔 ‘민중당’ 돛을 단 배 한 척이 보인다. [사진 : 백은지 기자]

정치대회 무대 뒤엔 ‘민중당’의 닻을 올린 배 한 척이 항해 준비를 마친 듯 당원들 앞에 섰고, 당원들은 총선승리를 향해 노를 젓는 ‘항해사’가 될 것임을 다짐했다.

6만여 당원 중 10%에 가까운 5천여 당원들이 참가해 진보정당 고유의 대표 행사 ‘정책당대회’를 성사한 민중당. 창당 2년 민중당의 정체성을 만들고, 당원들의 발걸음을 모아 당원들의 힘으로 ‘민중의 직접정치’, ‘민중 승리의 발걸음’을 만들겠다는 민중당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 민중당 당원 결의대회. 2020년 총선 출마의사를 밝힌 당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분단적폐, 기득권정치, 비정규직, 농민무시, 불평등, 차별혐오 등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 민중당]

다음은, 민중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채택완료된 민중당 강령, 민중당 성평등 강령이다.

[민중당 강령]

일하는 사람이 주인인 나라
“자주국가·평등사회·통일세상을 향해”

민중당은 자주와 평등, 통일의 기치 아래 민족자주시대, 민중주권시대, 항구적 평화시대를 개척하는 민중의 직접정치정당이다.

민중당은 동학농민혁명과 3.1운동, 4.3민중항쟁, 4.19혁명, 부마항쟁과 5.18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 촛불혁명 등 도도히 이어 온 민중투쟁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한 정당이다.

민중당은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고 성찰하면서 촛불혁명정신으로 모든 민중의 단결을 실현하여 진보집권으로 나아간다.

민중당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자주국가를 건설하고, 모든 분야에서 평등사회를 실현하며, 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세상을 실현한다.

1. 특권과 부패의 정치를 타파하고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여 민중주권시대를 완수한다.

2.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를 청산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해체하여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

3. 우리 민족의 힘으로 남북 사이에 합의한 모든 공동선언을 이행하여 자주, 평화, 번영이 보장된 중립적 통일국가를 건설한다.

4. 대외의존 경제체제와 초국적 자본 및 재벌의 독점경제를 해체하고 민중이 경제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강화하여 경제주권이 실현된 민생중심의 자주자립경제체제를 확립한다.

5. 비정규직 제도를 비롯한 반 노동 정책을 폐기하고,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며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노동중심사회를 실현한다.

6. 교육․의료․주거․이동․에너지․정보이용의 권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모든 생애 주기에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편복지사회를 실현한다.

7. 성차별, 장애인차별 등 모든 형태의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며, 누구나 존재 그 자체로 존엄성이 존중되는 평등사회를 실현한다.

8.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농업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식량주권을 실현하며, 무분별한 개발주의와 성장만능주의를 지양하고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넘어서 모든 생명을 살리는 생태사회를 실현한다.

9. 반민족행위, 국가폭력, 사회적 참사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단죄하며 반민주악법과 제도를 폐기하여 되돌아가지 않는 역사,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한다.

10. 세계 진보적인 국가, 정당, 단체, 인사와 국제연대를 실현하고 공영과 평화가 넘쳐흐르는 인류공동체를 구현한다.

 

[민중당 성평등 강령]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향해”

민중당은 성별,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과 배제를 거부하며 성을 매개로 한 폭력과 착취를 근절하고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건설한다.

민중당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주요의결기구에서 남녀동수를 실현하며 소수자의 정치적 견해와 결사를 존중한다.

민중당은 성별임금격차를 비롯한 노동시장의 성차별 해소 및 성별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바로잡고 평생평등노동권 실현을 위해 투쟁한다.

민중당은 일과 양육에 대한 책임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음을 확인하며, 돌봄, 가사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투쟁한다.

민중당은 다양한 가족 제도를 존중하며 그 가족의 법적, 사회적 지위 확보를 위해 투쟁한다.

민중당은 성평등한 통일사회가 실현되도록 적극 노력한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5대 행동 (당규에 준함 - 대의원대회 채택완료)>

1. 모든 당원은 연 1회 이상 성평등 교육을 이수한다.
2. 중앙당, 광역 당은 성평등 담당을 배치하고 일상적인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3. 성평등한 정책결정을 위해 당직, 공직, 당내 주요기구에 남녀동수를 단계적으로 실현한다.
4. 당의 예산은 성인지 예산으로 편성하고 예산의 10%를 성평등 촉진예산으로 편성하며, 매년 중점사업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한다.
5. 당내 모든 모임에서는 반드시 ‘함께돌봄제’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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