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7)

▲ 사진 :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청와대 개각 후 이번에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 대상은 7명이다. 우리 의원실도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한다. 조국 후보자 덕분에 언론의 관심도 받기 힘들고, 결산에 10월 국정감사도 있어 보좌진 입장에서는 좀 피곤한 상황이라 하겠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6월, 16대 국회에서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 임명을 위해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2003년에는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기관장, 2005년에는 국무위원(장관)까지 확대되었다.

인사청문회 도입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확대된 데에는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역할이 컸다. 97년 처음으로, 2002년 두 번째로 정권을 뺏긴 한나라당은 여소야대 국면을 이용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며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요구에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도 불편하겠지만,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난리가 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확인은 안 된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주도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인사청문회 때문에 ‘사람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긴 했다.

인사청문회는 ‘국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하기 이전에 국회가 이들의 자질과 직무 적합성을 검증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정치공세에 치중되고 있다. 이 또한 고위공직자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지만 한편에서는 ‘신상털기’식의 인사청문회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다.

청문회를 준비하는 야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을 안 해도 법적 강제를 못 하고, 후보자가 허위로 진술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검증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여당 의원들은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인사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인사청문회 시작과 함께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함께 시작되었다. 단지 정권을 누가 잡는가에 따라서 무용론을 주장하는 주체들이 바뀔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이른바 5대원칙(위장전입, 논문표절, 탈세,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을 내걸었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내 원칙 포기를 선언한다. 그의 주변엔 그 원칙에 부합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음을 시인한 것이다. 청문회의 현실 기준도 많이 완화되었다. 한때 위장전입 하나만으로도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고, 장관 자리에서 낙마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위장전입이나 적당한 부동산 투자는 장관 낙마의 기준이 되지도 못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의혹과 언론 보도들이 쏟아진다. 차라리 사노맹의 노선과 국가보안법이 쟁점이 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인사청문회의 유용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강남 사는 지인이 없는 나에겐 그곳의 생활은 딴 세상만 같다. 인사청문회가 없었다면 내가 그들의 삶을 엿볼 기회가 있었을까? 재벌 3세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강남의 성공한 엘리트들의 재테크 방법, 서로를 챙기는 방식, 자식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계급적 각성이 일어난다.

오늘 의원실에서도 한 장관후보자의 재산명세가 눈에 들어온다. 공시지가 5억 원이 안 되는 이 아파트는 실제로는 수십억 원에 거래된다는데, 지난번 낙마한 장관후보자도 이 아파트에 살았던 것 같다. 어쩜 다들 집을 몇 채나 가지고 있는지. 내년에 돌아오는 우리 집 전세 계약을 앞두고 ‘빚이라도 내서 작은 빌라라도 사야 하나?’하는 나의 자산형성 계획은 100억 원이 넘는 그들의 재산 서류 앞에 초라해지기만 한다.

인사청문회가 좌우가 아니라 위아래가 본질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건 진보정치에서 상당히 쓸모 있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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