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15)] 한국재벌형성의 역사⑤ 신자유주의세계화와 재벌

한국사람들이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 재벌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먼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체부터 알아본다.

70년대 세계경제의 위기란 곧 자본주의의 위기이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세계질서의 위기를 의미했다. 이에 대응하여 제국주의진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했다. 미국이 앞장서서 진행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은 크게 6가지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첫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했다.

신자유주의세계화는 현대제국주의의 위기의 산물이다. 전후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기초하여 미 제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대제국주의체제는 70년대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는 미국의 달러 확산에 의한 경기부양으로 가능했다. 여기에 사회주의혁명을 예방하려는 복지정책과 맞물리면서 거대수요를 창출하며 급성장하였다. 나아가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국관영기업을 창출하고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였다. 그러나 70년대 자본주의 고도성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하게 된다. 제국주의자들, 초국적 자본들은 신자유주의세계화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신자유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자유주의”이다. “시장이냐 정부냐”하는 논쟁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념적 도그마와 케인즈주의의 ‘정부개입론’을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현실의 자본주의는 이미 자유경쟁, 독점단계를 거쳐 케인즈주의에 기반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전환했고, 이를 다시 자유경쟁단계 자유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한 자유주의이며, 강력한 정부의 개입을 통해 유지되는 자유주의이다. 일국의 범위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는 주로 ‘공공부문 축소와 민영화’, ‘복지축소’, ‘완전고용 철회와 비정규직 확대’, ‘노동기본권 약화’를 겨냥한 자본가 진영의 쿠데타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로 인해 세계적 범위에서 1:99의 양극화가 초래되기 시작했다.

둘째, 세계화전략으로 추진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미국이 전 세계에 달러를 풀고, 자국내 시장을 개방하는 한편 세계 각국은 미국의 달러에 의해 자국경제를 부양하고, 생산을 일으켜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경제구조는 미국내 제조업의 공동화와 무역수지적자라는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며 과도한 군사비를 지출하여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른 바 미국의 ‘쌍둥이 적자구조’이다. 미국은 제조업의 공동화를 메꾸고 경쟁력있는 분야를 수출하여 쌍둥이 적자구조를 해결할 새로운 출로를 찾아야 했다. 미국은 군사력, 금융, 정보, 농업, 우주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산품 자유무역만으로는 이윤을 더욱 증대시킬 수 없는 국제자본들의 요구가 여기에 맞아 떨어졌다.

미국은 기존의 국제무역질서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에서 ‘세계무역기구(WTO)’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한 세계무역질서의 전환은 결국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자유화, 개방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제8차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의 개시와 더불어 국제기구로서 설립이 추진되고, 1994년 4월 모로코의 마라케쉬에서 111개국이 서명하고 1995년 1월 1일 발효됨으로써 WTO체제가 공식 출범하였다.

세계무역기구가 추진한 다자간 협상은 도하개발아젠다를 출범시켰으나 처음부터 제국주의국가간, 제국주의국가와 신흥국가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좌초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다자간 협상에서 양자간 협상으로 전환하고, 양자간, 권역별 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 미-멕시코 자유무역협정에 이어 한미FTA, TPP에 이르는 과정에서 거대자유무역지대(MEGA FTA)로 발전했다.

셋째, 과학기술혁명과 결합되어 추진되었다.

과학기술혁명은 197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극소전자혁명, 정보통신혁명을 이어가며, 나노기술, 신소재, 생물공학, 우주기술. 재생에너지 전반분야에서 벌어진 과학기술적 발전을 의미한다. 군사분야에서 먼저 발달한 과학기술의 실용화는 민간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본격화되었다. 과학기술혁명을 통하여 세계의 연결망은 오프라인, 온라인 모든 영역에서 확대되고, 산업과 생산은 과학기술과 일체화되었으며, 산학복합이 신산업 발전의 세계적 추세로 되었다. 초국적 거대자본들은 과학기술독점을 지렛대로 제국주의내부, 제국주의와 신식민지 사이의 국제분업체계를 더욱 중층화, 고도화하고, 기술 패권과 지적소유권 패권을 통해 경제침략과 약탈을 확대했다. 자본주의주의적 과학기술혁명은 세계적 범위에서 노동자민중에 대한 새로운 착취와 약탈의 수단으로 등장했다.

넷째, 새로운 독점체의 등장, 경제의 금융화, 정보화와 밀접히 결합되었다.

1950년대말과 60년대초 초국적기업(다국적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권 형성, 식민지해방으로 인해 세계시장이 축소되고, 자본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 조건에서 상품수출, 원조, 차관형태의 자본수출만으로는 더 이상 이윤을 남기기 힘들게된 주요 독점자본들은 초국적 기업형태의 직접투자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초국적기업들은 제국주의간, 제국주의와 식민지, 또는 개발도상국간의 중층적이 다양한 형태의 국제분업체계를 구축하고 이윤을 극대화시켜 나갔다. 나아가 상호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국적 자본간의 인수와 합병이 거대한 규모에서 일어나고 세계시장은 더욱더 초국적 자본의 지배하로 들어갔다. 초국적기업은 전세계 농산품의 80% 이상, 상품과 써비스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500대 초국적기업이 세계무역의 70%, 해외투자의 70%, 세계 GDP의 30%를 좌우한다고 추정된다.

다른 한편 자본주의경제는 이윤율 저하와 함께 방대한 과잉자본이 형성되고, 유휴자본은 금융시장을 맴돌게 되면서 경제의 금융화가 더욱 진척되었다. 세계 금융자산의 규모는 198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317%로 급증했다. 미국은 400%가 넘었다. BIS에 따르면 세계외환거래량이 1995년 4월 1조 6330억 달러에서 2010년 4월 5조 560억 달러로 15년간 4배가 증가하고, 하루 외환거래량이 국제무역량의 20배에 달했다.

또한 정보통신혁명은 지식경제를 추동함과 더불어 서비스업, 지적소유권산업의 발달과 경제의 금융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초국적기업 등장, 경제의 금융화, 정보화는 세계화(글로벌화)라는 이름으로 군산복합체의 지배에 더하여 금융독점체와 정보독점체의 융합에 의한 무제한적인 제국주의적 착취체제를 형성하는데 이르렀다. 그야말로 군산금정(군수, 산업, 금융, 정보)복합체들의 국제적 무한착취체계가 구축되어 카지노 제국주의라는 저주를 받게 되었다.

다섯째,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채위기,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결합된 폭력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후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기초한 현대제국주의체제의 모순이 미국에서는 쌍둥이 적자로, 제국주의전반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면, 신식민지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외채위기’, ‘외환위기’로 나타났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의 재식민지화와 신식민지국가들에 대한 예속화정책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예속화정책의 주된 방향은 종속적 산업화를 겨냥했다. 이러한 예속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과 신식민지국가들은 일정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내수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시장(이머징 마켓)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새로운 먹이감이 되었다. 제국주의 자본은 이들 국가에 '개방', '개혁'을 강요하고, ‘외채위기’, ‘외환위기’를 야기하는 폭력적 방식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편입시켜갔다.

개발도상국과 신식민지국가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을 강요에 의해 다자간,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질서에 포섭되었고, 전면적 개방경제체제로 전환하였다. 이 결과 신식민지 국가들은 대다수가 더욱 심각한 경제예속체제에 편입되고, 제국주의에 의한 착취가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나아가 심각한 경제주권의 상실을 가져왔고, 지방자치단위들까지 세계화와 연결되면서 예속체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여섯째, 사회주의몰락을 계기로 일시적 팍스아메리카나를 구축하고, 전쟁의 세계화로 귀결되었다.

미국을 핵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세계화 전략은 소련동구사회주의 몰락과 결합되면서 말 그대로 세계화되었다. 과거 제국주의의 국제화, 세계화가 식민지 개척에 있었다면, 냉전시기에는 사회주의국가나 반제국가들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련동구가 무너지면서 세계화전략이 실질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세계화되면서 일시적으로 ‘팍스 아메리카나’질서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제국주의진영이 상실했던 동구사회주의, 반미반제국주의 국가들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미 제국주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질서를 거부하는 나라들에 대해서 ‘반테러전’의 명분으로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침략전쟁을 개시했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전쟁, 한반도에서의 핵대결, 동유럽과 중동에서의 색깔혁명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쟁의 세계화’로 이어졌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한 신자유주의세계화체제는 2008년 금융공황을 계기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신자유주의세계화가 가져온 것은 ‘빈곤의 세계화’, ‘예속의 세계화‘, ‘공황의 세계화’, ’전쟁의 세계화‘였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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