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74돌을 맞이하는 8.15다. 온 국민이 대일경제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자고 일떠나선 마당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남북관계 전환을 둘러싸고 분단적폐세력의 준동과 주변열강들의 패권경쟁이 더욱 첨예하게 진행되는 복잡한 환경속에서 맞이하는 8.15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8.15 경축사를 통해 제2의 독립운동을 선포하고, 한반도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를 여는 시대적 비전과 자주외교의 출발점을 알리는 담대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쟁점으로 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을 중단하고, 재협상으로 전환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사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아베정권에 있다.
원래부터 식민지 사죄없이 한일간 군사동맹을 맺는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지만, 아예 일본이 한국을 안보위협대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군사정보협정을 유지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 일본이 일단 수출규제를 해놓고 속도를 조절해가며 한국을 불확실성으로 괴롭히고 있는 조건에서 한국 역시 군사정보협력에서 일단 연장을 종료해 놓고 장차 재협상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한일관계를 이처럼 파탄지경에 이르게 만든 책임 역시 주로는 아베정권에 있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도 공범이다.
문제많은 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한일정부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3년 위안부 문제 해결에서 진일보한 고노담화, 95년 아시아 식민지지배에 대한 사과가 나온 무라야마 담화, 98년 식민지지배에 대한 사죄와 책임을 담아낸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 사이의 한일공동선언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북일수교회담으로 이어졌던 것도 의미있는 진전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다 뒤집어엎은 것이 일본에서 극우로 치달은 아베정권이었고, 한국에서는 토착왜구세력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었다.

특히 한일군사보호협정 경우,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당하기 불과 10일 전에 비공개로 졸속으로 이루어진 협정이다. 기자들은 이를 비판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당시 국무총리는 지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황교안이었다. 일본군국주의세력들과 토착왜구세력들이 작당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협정을 졸속으로 체결한 것에 대해 그 절차와 과정이 모두 재조사대상이고, 책임자 처벌이 필요한 문제이지 폐기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할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98년 한일공동선언을 넘어 65년체제에 담지 못한 1910년 한일합방조약의 불법성 문제와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 및 강제징용 청구권 문제 등 무수한 한일관계문제들을 민족주권과 자존의 입장에서 한단계 높게 풀어야 할 역사적 책무를 떠안은 정권이다. 최근 원로들이 98년 한일공동선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있는 성명도 발표한 바 있지만, 이렇게 하자고 해도 결국 아베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싸질러놓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쓰레기부터 치우고 시작해야한다.

한일군사보호협정 폐기에 대해 최근 신중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사실 미국 때문이다.
미 안보보좌관 볼튼과 신임국방장관 에스퍼가 한국을 들락거리며 한일군사보호협정만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요구를 안하고 갔을 리가 없다. 미국 조야와 언론들은 연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북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지역 안정 및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라거나 ‘한국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철회 시사는 자충수이며 동맹의 근간 흔드는 일’이라고 짖어대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미국의 이해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한일 경제전쟁만 해도 벅찬데 미국마저 등을 돌리면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주외교의 한 걸음을 내디디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발상도 전환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파병, 방위비 분담금 6조원 인상 기정사실화, 중거리미사일 배치 등 온갖 청구서를 들고 일방적으로 한국을 유린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한국 방위비 인상이 자기 임대료 올리는 것보다 쉽다’면서 한국 국민과 대통령을 우롱해 나섰다. 이러할 때 한국 정부가 말하기 좋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무력화시켜 놓고 재협상국면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면, 미국이 요구하는 다른 여타 문제에서도 협상력과 외교력이 높아지면 높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자주외교의 의미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일전에서 65년체제를 극복하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러나 65년체제라는 것이 51년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산물이고, 샌프란시스코 미일강화조약은 결국 냉전에 돌입한 미국이 일본을 재무장시켜 동북아 반공반소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전쟁 와중에 체결한 것이다. 미국이 대중, 대러, 대북 전략에서 한국을 빼고 일본, 대만을 잇는 신에치슨 라인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쟁을 구사할 지, 한미일삼각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길에 매달릴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격동기에 한국의 선택은 꿋꿋하게 자주외교의 길, 평화번영통일의 길을 열어가는 것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74년 전 8.15 해방 후 조선총독부에 걸려있던 일장기가 내려오고 대신 올라간 것은 성조기였다. 분단의 비극은 거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역사의 안목에서 보나 현실정치와 대일대미외교를 놓고 보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폐기는 신중히 대할 문제가 아니라 과감하게 대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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