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지역 학교 내 일제잔재 실태조사 결과 발표

▲ 사진 :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전교조 부산지부를 비롯한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소속 단체들이 12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지역 학교 내 일제잔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약 한 달간 부산지역 내 초·중·고등학교의 교화, 교목, 교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초등학교 305교, 중학교 174교, 고등학교 143교, 특수학교 15교 등 총 637교/ 유치원 413교 제외).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며 현재 자위대의 군기로 사용되고 있는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교표(학교 상징)를 사용하는 학교가 있었다.

▲ 자료 :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교목·교화를 조사한 결과, 조선통감부 초대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국채보상운동이 활기차게 진행되던 대구에 가서 의도적으로 기념식수 1호로 심어 조선침탈의 상징으로 알려진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채택한 학교가 122개교였으며, 일본이 3대 미수(美樹)로 꼽은 나무이며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들어와 국내에 퍼진 대표적 수종인 ‘히말라야시다(설송)’가 교목인 학교는 23개교로 나타났다. 이 외에 일본이 원산지인 영산홍(연산홍), 국화, 벚꽃을 교화로 채택하고 있는 학교도 52개교로 밝혀졌다. 또, 친일 인사가 작사 또는 작곡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는 16개교로 나타났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학급 급장’, ‘담임’, ‘차렷, 경례’ 등 친일문화(용어)도 여럿 지적했다.

학급 급장의 ‘급장’은 일제시대 교육부의 최말단 행정 기구인 ‘학급’에서 총독부 발행 교과서 성적이 1등인 자를 급장으로 임명한 것에서 유래했으며, ‘담임’은 학급의 업무를 맡아서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제시대 때 사용되던 용어라는 것이다. ‘차렷, 경례’ 역시 일본식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이며, 교감(校監)이나 교육감(敎育監)에 들어있는 감(監, 살필 감)이라는 말도 교사를 감시하기 위한 일제시대의 흔적이라는 지적이다.

‘수-우-미-양-가’로 표기되는 성적표기 역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를 하는 방식이지만, 이 제도는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사무라이들이 누가 적의 목을 많이 베어오는가에 따라 ‘수-우-양-가’로 표기하던 방식”이라며 “해방 후 일제강점기의 학적부를 생활기록부로 바꾸면서 ‘미’를 추가해 평가·기술하면서 5단계 성적표기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아들을 교육하는 학교가 ‘유치원(幼稚園)’이라고 불리게 된 사연도 “1897년 일본인들이 자기 자녀들의 유아교육을 위해 부산에 세웠던 유아학교 이름을 ‘부산유치원’으로 부르면서부터 시작됐다”면서 “유치(幼稚)라는 단어는 ‘나이가 어리다’ 혹은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1945년 해방 후 중국에서는 유치원 명칭을 ‘유아원’으로 변경해 일제 잔재를 청산했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천황에서 충성하는 황국신민’이라는 뜻의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라고 바꾸는데도 무려 51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상기하곤 “우리 주변의 일제잔재를 조사하고 이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부산시 교육청에 ▲학교 내 일제잔재 전수 조사 ▲학교 내 일제잔재청산 위한 계획 수립 ▲학교의 자발적인 일제잔재 청산운동 전개를 위한 방안 강구 및 시행 등을 요청했다.

학교 내 일제잔재를 전수조사하고 청산하라!

지난 3월 4일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은 여전히 군국주의의 야욕을 버리지 못한 상황 속에서 우리 안의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회원단체들과 함께 학교 내에 남아 있는 일제잔재를 조사하여 개선을 촉구하는 친일잔재 청산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6월 말부터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의 소속 단체들과 함께 부산의 각 자치구를 나누어 맡아서 해당 자치구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교화와 교목, 교가 등을 전수 조사하였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산지역 몇몇 학교에서는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학교들은 해방 이전에 개교한 학교라는 특징이 있었다.

둘째, 교목과 교화 조사 결과,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채택한 학교가 122교(19.2%), 히말라야시다 23교(3.6%), 연산홍 33교(5.2%), 국화 16교(2.5%), 벚꽃 3교(0.5%)였다. 특히 가이즈카 향나무의 경우, 조선총독부 초대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침탈의 상징으로 기념식수를 하였으며, 이후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학교와 관공서에 심기 시작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가이즈카 향나무를 사적지에 심을 수 없는 부적합 수종으로 결정한 바 있다.

셋째, 학교에서는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여전히 부르는 학교가 있었다. 친일인사인 이흥렬이 작곡한 교가가 4개교, 김성태가 작곡한 교가가 4개교, 김동진이 작곡한 교가가 7개교, 이항녕이 작사한 교가가 1개교, 총 16개교이다.

넷째, 교가 내용에서 성차별적인 내용이 있는 교가가 많았다. 여학교 교가의 경우, 수동적 이미지나 꽃에 대한 비유가 많고, 착함·순결·요조 등의 여성성을 강조하였다. 반면, 남학교 교가에는 씩씩하고 굳세며 큰 뜻을 지니며 이끌어가는 남성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현 시대에 맞지 않는 내용의 교가도 적지 않았다. 즉, ‘학생의 성장’보다는 ‘나라에 충성하고 성실한 일꾼이 되자는 계몽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작사 또는 작곡 미상의 교가를 쓰는 학교도 32개교나 되었다.

다섯째, 학교 내에는 친일문화가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때부터 사용되어온 용어가 다수 남아 있었다. 예를 들면, 담임, 교감(교육감), 각종 상장(개근상·정근상·표창장) 등이 있고,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로 ‘차렷, 경례’, 교문지도, 군대식 거수경례, 애국조회나 조회대, 주번제 등도 있었다.

여섯째, 학교 내에는 친일 기념물로 버젓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OO고에 설치되어 있는 안용백 흉상이다. 안용백은 조선총독부 학무부에 근무하면서 내선일체를 찬양하고, 대한국인들을 선동, 회유하여 일본 대동아전쟁 시 징병과 노역 등으로 우리 선조들을 내몰았던 인물이다.

위의 조사 결과를 통해서 보았듯이 학교 안에는 일제잔재가 많이 잔존해 있다. 그것은 해방 이후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주변의 일제잔재를 조사하고 이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정된 시간과 인력으로 더 많은 내용을 조사할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부산시교육청이 나서야 할 때이다.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학교 내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노력할 것이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교육청에 요구한다.

첫째,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내 일제잔재를 전수 조사하라.

둘째,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내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 셋째, 부산시교육청은 학교문화혁신의 일환으로 학교가 자발적으로 일제잔재 청산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시행하라.

넷째,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시 내의 일제잔재 조사를 위해 부산시와 협력하라.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유무형의 방대한 친일잔재 청산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친일잔재를 청산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지, 동참을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8월12일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