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 : 이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427시대연구원 공저, 2019, 사람과사상

요즘 핸드폰으로 가끔 듣는 유투브 채널이 있다.
바로 <왈가왈북 : https://youtu.be/j2-xX5qeimk>이라는 채널이다.

이 채널은 ‘탈북자’인 김련희씨와 홍강철씨 등이 출연하여 대담을 통해 한국 언론이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 바로잡기’를 시도한다. <왈가왈북> 채널의 기획자와 출연들은 북한에 대해 바로 아는 것도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유투브 채널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는 종편 등에서 북한에 대한 거짓말과 잘못된 정보가 오래도록 그리고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다.

2000년 이후 서점가에도 소위 “북한 바로알기”를 다루는 책이 꾸준히 출판되었다. “이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라는 부제를 달고 출판된 이 책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은 지난해(2018년) 4월 27일 남북 최고지도자의 ‘4.27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설립된 민간연구소 <4.27시대연구원>이 창립 1주년(7월 21일)을 맞아 발간했다.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은 “대중의 눈높이, 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북 바로알기 출판물”을 연구하고 제작하자는 것이 <북 바로알기 100문100답> 첫 출간의 취지라고 밝혔다.

독자들도 알고 있듯이 남북 정상의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8천만 동포가 한겨레, 한민족임을 확인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만들자는 다짐이었다.

<북 바로알기>는 한국의 독자들이 김정은 시대의 북에 대해 궁금해할 100가지를 문답 형식으로 들려준다. 북한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인민생활, 여성, 교육, 보건의료, 과학, 종교, 군사, 대남관계, 역사 등 사회 전반에 대해 모두 13개 주제로 알게 한다.

또한 각 질문에 대한 답변 분량이 몇 쪽 내외이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이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주요 답변들에는 내용을 보충하는 해설용 상자 글을 달았고 독자들에게 생소한 영역과 분야의 경우 영상으로 이해를 돕고자 북에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한 예술영화들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은 그간 일반 북한 소개서들에 비해 북녘 실상을 여러 방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보건의료나 과학기술, 종교나 ‘고대사를 보는 눈’ 등은 기획이 참신하고 그만큼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출판에 참여했다.

예를 들어 <통일뉴스>에 방북기를 연재한 바 있는 최재영 목사는 여러 차례 방북하여 북녘 종교시설 방문한 경험을 담아 북한의 종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특히 ‘종교의 자유’나 ‘가정교회’와 ‘신학교’의 존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이 포함돼 있다.

독자들이 잘 몰랐던 북한에 대한 책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반도 남쪽에 청년들의 유행어와 속어가 있듯이 북쪽도 마찬가지다.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오가는 유행어 중 하나가 '군당지도원'이라 한다. 대체 무슨 뜻일까?

군부대에서 당활동을 지도하는 일꾼이거나 농촌의 어느 군에서 당의 일을 보는 지도원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북쪽 여성들이 선호하는 배우자의 조건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군당지도원은’ 북쪽 여성들이 첫 번째로 선호하는 배우자의 직업이 군인이고, 두 번째는 당원이며, 세 번째가 대학을 나온 남자, 네 번째가 도덕성이 높은 남자, 마지막이 돈(화폐단위 원)이 많은 남자라는 뜻이다.(조중동에서는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남자를 최고 신랑감으로 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북쪽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인 선대의 지도자들인 김일성, 김정일보다 자신감과 배짱이 좋다는 이야기도 한다. 올해(2019년) 초 제2차 전국 ‘당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은은 이 서한에서 최고지도자(수령)의 위대성을 교양하는데서 나타난 ‘신비화’ 경향을 꼬집었다. 북쪽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 한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위대성 교양에서 중요한 것은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령도자라는데 대하여 깊이 인식시키는 것”이라며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부부의 맞벌이 관련한 통계도 의미 있는 내용이다. 남쪽에서 맞벌이 비율이 점차 늘어 최근 통계로는 45%가 넘는다는데, 북에서는 맞벌이가 90% 이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맞벌이 목적이 남쪽과는 좀 차이가 난다고 한다. 남쪽에서 맞벌이의 이유가 대부분 생계유지를 혼자 감당 못해 하는 거라면, 북에서는 생계수단의 의미도 있지만 직장생활과 노동을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이다. 따라서 북의 교육제도는 대학까지를 포함해 모두 무상이다. 북의 교육제도는 무상교육과 12년 의무교육을 특징으로 한다. 남쪽에선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이 의무교육이니 3년이 더 긴 셈이다.

구체적으로 북은 유치원 1년과 소학교 5년, 그리고 중학교 6년이 의무교육 대상이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은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사상과 정치’ 등은 기존에 정면에서 다루지 않았던 민감한 문제들도 문답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3대 세습’ 논란에 김광수 박사를 인용 “후계자는 혈통에 의해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수령로서의 자질과 인품이 있느냐에 따라 인민에 의해 ‘추대’되고 수령에 의해 ‘낙점’되는 것이라는 원리”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서 자질이 주목받은 때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재학시절(2002~2006년)로 짐작된다”(32~37쪽)고 소개하고 있다.

북쪽에서 ‘사상 강국’이라는 개념이 강조된다는 것 역시 서구 자본주의 체제 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여 형성된 남쪽에서 ‘경제’나 군사력’(또는 ‘문화 강국’)이 강조되는 현상과 매우 다르다. 또한 조선노동당의 당원이 350만 명에 이르고, 이들이 북쪽 사회 곳곳에서 핏줄과 신경망처럼 작동한다는 내용도 다당제가 당연한 것처럼 살아온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은 이 책의 장점인 별도의 박스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본 주요 외부인사들의 그에 대한 인물평을 소개하고 있고,(46~47쪽)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사진까지 생생한 칼라사진들도 곁들이고 있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의 특징을 꼽으라면, 무엇보다도 북녘 사회를 ‘내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조선인민군’을 소개하는 장은 제목만 보더라도 “항일유격대 전통 잇는 ‘초모제’”, “‘한가마밥 정신’의 병영문화”, “군민일치, 고기는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 “너무도 ‘정치적’인 군대”, “항일혁명가 다음으로 ’짱‘인 영예군인”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더해 ‘영화로 좀더 깊이 보기’ 코너를 마련해 ‘조선인민군’ 관련 영화로 <중대는 한가정>(1965), <귀한 손님>(2012), <진심을 바치라>(1997), <중대정치지도원>(1985), <내고향의 처녀들>(1991)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시대의 장점을 살려 제목 그대로 ‘좀더 깊이 보기’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북녘에 대한 다방면적 소개와 내재적 접근, 박스글과 영화 소개를 통한 ‘좀더 깊이 보기’ 등을 총동원해 입체적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바로알기를 시도한 셈이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에서 아쉬운 점은, 책 속에 인용하고 있는 사진과 영화가 대부분 북쪽 기관에서 제작한 것이다. 사진의 출처가 최재영 목사를 제외하고는 ‘조선의 오늘’이나 ‘조선신보’이다. 제3자가 보기에는 ‘편향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원은 <북 바로알기>를 시리즈로 몇 권 더 출간한다고 예고했다. 다음 책부터는 최재영 목사 이외에도 김련희씨 등 해외동포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인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책 말미에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국가 안보’란 미명 아래 접근금지 딱지가 붙은 지식영역이 북이다. 북의 정치, 경제만이 아니라, 철학과 사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탄식이 북 바로알기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민중과 청년들의 희망과 대안은 바로 4.27시대의 진전에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는 "이 책의 목적은 북을 미화,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을 보려는 시도"라고 발간 취지를 밝혔다.

남과 북은 다르다. ‘다르다’고 하여 한 쪽이 다른 쪽을 ‘틀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다름’이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이 통일로 가는 과정을 역동적이고 진보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충목 4.27시대연구원 원장이 ‘시작하는 글’에서 밝힌 것처럼 "통일은 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 존중하며 자주와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다름’의 역동성이 미래의 한반도가 남쪽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사는 세상’이나 북쪽에서 이야기하는 ‘강성 국가’로 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은 이처럼 기존 언론의 시각이 아니라 북이 말하는 바를 근거로 한 내재적 접근법에 기초하여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낯설기도 하고 논쟁이 될 만한 주제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접근과 해석이야말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사회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토론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분단의 거짓 장벽들이 하루빨리 허물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이 책이 많은 국내 독자들에게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상을 그려보는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길 기대한다.

-인상 깊은 문장-

“북에서는 거주지를 옮기려면 사전에 이사할 곳의 직장과 협의해야 가능합니다. 인민위원회 입장에서 관할구역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데 무조건 사람을 받아 주택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죠. 자본주의 사회처럼 거주이전을 자유방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전 계획과 협의 속에서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공되는 것입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도 돈이 없으면 거주이전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예컨대 가난한 사람들이 이른바 강남3구의 대형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해서 이사갈 수 있는 건 아니지요.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돈 없이는 외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듯이 말입니다. 결국 거주이전의 자유 문제는 얼마나 실질적이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쪽에서 누리는 거주이전의 자유는 실제 가진 돈 만큼의 자유가 아닐까요?”(93쪽)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북은 내각의 결정으로 고아가 된 아동 수만 명을 동구 사회주의권에 '위탁' 형식으로 보냈고 이때 '조선의 말과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교사들을 함께 보냈다. 폴란드의 경우 당시 6천 명을 받았다. 북은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1958~9년 해외로 보낸 고아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

제2차 세계대전 후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 약 50만 명의 아동이 입양되었는데, 그들의 40%인 20여만 명이 한반도 남쪽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한다."(124~125쪽)

"북은 방대한 인구와 영토, 위력한 군사경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정치사상적 위력에 의하여 담보되지 못하는 나라는 강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회주의 강국은 정치사상적 위력이 최고의 높이에 올라선 ‘정치사상강국’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정치사상적 위력과 군사력, 경제력은 국력의 기본요소이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사상적 위력이라고 주장합니다. 경제강국도 중요하지만 정치사상강국이 먼저이고, 사상강국을 통해서 경제강국을 건설해야 제대로 된 사회주의 경제강국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렇듯 남과 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체제상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도 다릅니다."(225쪽)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위찬미 기자가 평양시민과 미국시민의 생활을 비교한 방북취재기 (2016년 12월 16일자)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북에서 아이 둘을 가진 맞벌이 부부가 미국 LA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집세, 보육비, 건강보험비를 위하여 낮은 수준을 적용해도 매달 약 5,000달러가 필요하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공공요금, 의복비, 긴급비용을 추가하면 적어도 한 달에 6000달러 이상의 세금공제한 수입이 필요하다. 이는 1년 간 부부의 합한 연봉이 8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

US뉴스&월드리포트 2010년 분야별 기준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4인 가정 평균 소득이 7만5300 달러 ~ 7만8500 달러라고 하였으니, 연수입이 8만 달러가 넘으면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 측면에서 평양 시민들의 생활수준은 LA에서 중산층 주민들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285쪽)

“북의 공장들에는 제품 생산부서와 별도로 공장 일꾼들과 가족은 물론이고 인근 애육원, 육아원, 양로원과 소·중학교 등에 공급할 육류와 채소, 과일 등을 생산하는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4000여개의 협동농장과 축산전문조합은 물론이고 전국의 모든 공장, 기업소, 군부대들이 자체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는 거지요.

대부분 육류, 야채, 과일, 버섯 등의 부식을 생산하는데 비료 생산기지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같은 대공장에서는 벼농사까지 지어 주식도 해결한다네요. 그래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경우 전체 공장 종사자는 1만2000명인데 실제 기술직은 3000여명이고 나머지 8000여명은 다른 일, 즉 '후방사업'에 종사한다고 합니다.”(340쪽)

[ 2019년 8월 11일]

(다른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 http://book.interpark.com/blog/connan를 찾아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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