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부산시당, ‘택배없는 날’위해 기자회견 개최

“택배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를! 택배없는 날 함께 만들자!”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택배없는 날을 함께 만들 것을 다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돼 거리는 한산했지만, 일주일 중 가장 물량이 많은 화요일 아침 택배노동자들은 분류작업으로 여전히 분주했다.
분주한 화요일(30일) 오전, 민중당 부산시당은 부산 남구 우암동 CJ대한통운 터미널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방지를 위한 여론 환기와 사회적 연대 확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택배노동자들에게 여름휴가를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 '방학숙제용 사진 속 아빠가 아닌 가족들의 추억에 남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호소중인 6년차 택배노동자 장호성씨

CJ대한통운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장호성씨는 “저는 애들이 좀 많습니다. 5명이나 되지요”라며 말문을 뗐다.
맞벌이 부부인 장 씨는 “방학만 되면 아이들을 친척집으로 보내려는 애들 엄마와 ‘가기 싫다고 말썽부리지 않을 테니 보내지 말라’는 애들 사이의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며 “방학이 끝날쯤이면 바닷가에서 방학 숙제 제출용 사진만 찍고 돌아서곤 해 마음이 찢어진다”고 울음을 삼켰다.
이어 “우리가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거나 CS평가지수(※당일 배송과 반품회수율을 평가하는 지표. 고객만족도 평가에 반영되기도 하며 이 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례도 있다)를 높이기 이전에 단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라며 “땀 흘려 일한 대가로 가족들과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이라 호소했다.

그러나 장 씨의 말에 따르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휴가를 줄 수 없다”라는 것이 택배사의 입장이라며 “왜 우리 택배기사들과는 그런 약속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는)개인사업자라서 휴가가 없다지만, 개인사업자인 우리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은 일주일간 휴가를 간다고 써 붙였는데, 그 사장님한테 ‘고객을 뭐로 생각하냐’고 욕하는 사람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 다친 발을 이끌고 일하러 나온 택배노동자 장호성씨의 사진. 쉴 수 있는 권리가 없는 택배노동자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족을 위해 일하는데 정작 가족과 시간은 제대로 보낼 수 없다는 장씨의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숙연해졌다. 특히 그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일하던 중 기자회견에 참석해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택배기사들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에 적극 나서고 택배없는 날을 만들기 위해 동참하겠다'고 발언중인 민중당 부산시당 노정현 위원장

이어서 민중당 부산시당 노정현 위원장은 “다른 누군가의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이런 기막힌 일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에 여름휴가에 쓸 물놀이용품을 택배로 주문했다며 “오늘 같은 자리에 서서 다시 생각해보니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택배노동자가 여름휴가 때 쓰일 물놀이용품을 배달하는 심정은 어땠을까? 돌아보게 됐다”고 말하며, “‘상식적으로 자신의 하루 치 수수료를 포기해서라도 쉬려면 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택배노동자들은 쉴 권리가 없다”며 자신이 확인한 택배노동자의 계약서 내용의 일부를 밝혔다.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계약서상 의무가 ‘당일배송’이 원칙”이라고 돼 있으며, “이를 게을리하거나 위반하면 계약 해지될 수 있음”이 명시돼있다. 노 위원장은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것’, ‘거래처에서 물건을 받아오는 것’, ‘둘 다 하루라도 지연돼 문제가 발생하면 기사가 전부 책임져야한다는 것’을 계약서를 통해 확인했다며, “한 이틀 쉬고 나면 물량이 확 줄어들거나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각오까지 하고 휴식을 선택할 노동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켜주는 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노 위원장의 주장이다.

노 위원장은 “택배는 전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류 산업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으며 “산업물류와 생활물류는 성격과 역할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별도법으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지만, 법적·제도적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꼬집곤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 즉 기준요금이 없고, 집화분류라는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최소한의 휴식과 안전도 보장되지 않다”고 개탄했다. 이어 노 위원장은 “민중당은 택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기본법, 즉 생활물류서비스사업법 제정에 앞장설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단 이틀이라도 휴가를 주자는 택배 없는 날 만들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참가자들은 택배노동자들의 휴식권을 위해 택배사가 결단할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8월 16~17일을 앞두고는 택배를 가급적 주문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택배없는 날’을 함께 만들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회견을 마무리했다.

▲ 참가자들은 손을 굳게 맞잡으며 택배없는 날을 함께 만들 것을 다짐했다.

“우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턴 우리 와이프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방학 숙제용 사진 속 아빠가 아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 속의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는 장호성 씨의 마지막 말처럼 ‘행복배달부’ 택배노동자 자신도 행복해지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