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5)

7월 5일 금요일 아침 7시 전화기가 잠을 깨운다. 김종훈 의원의 전화다.

“아직 자는가 보네? 나중에 전화할게.”
“아닙니다. 일어나야죠. 말씀하세요.”

아침 10시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터라 김종훈 의원은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중이다. 올라오는 도중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셨나 보다.(그렇다고 매일 새벽같이 전화하는 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일본 경제보복 관련해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뭐라도 해야죠.”

고민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고, 의원실 소통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하는 규탄 기자회견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국회 결의안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다.

‘결의안 발의나 되겠나?’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실 현실은 그랬다. 법안 발의도, 결의안 발의도 국회의원 10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당론이 있거나 쟁점이 형성된 경우 소수정당 국회의원이 10인의 동의를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의 의도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정부의 기조도 윤곽을 드러내기 전이어서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거의 없었다. 발의에 의미를 두기보다 국회 안에서 여론을 만들어가자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그렇게 급하게 언론에서는 잘 다루어 주지 않는 금요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고 나니 적당한 시기에 한 적절한 기자회견이 되었다. 그 주 주말부터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의 심각성과 의도에 대한 이런저런 언론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교섭단체 간 국회일정 협의 과정에서도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관련 결의안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전체 의원실로 결의안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팩스를 보냈다. 몇몇 의원실에서 공동발의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정의당에도 공식적으로 논의를 부탁했다. 그렇게 10명의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일주일 뒤인 7월 15일 ‘일본의 보복조치 철회와 과거사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 사이 이미 설훈 의원(민주당), 오신환 의원(바른 미래당), 이수혁 의원(민주당) 안이 상정되어있었다. 우리가 법안을 제출한 날 김재경 의원(자유 한국당)도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 당과 의원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다른 의원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 가능한 수위를 낮춰서 작성했는데도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뿐 아니라 강제징용 역사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우리 의원실 결의안이 제일 강경하다.

의원실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대한 김종훈 의원의 정치행보를 이어가기 위한 여러 의견이 나왔다.

7월 19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김종훈 의원은 ‘일본은 경제보복 철회하고 강제징용 사죄하라’ 피켓을 들고 일본대사관앞에 섰다. 전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 규탄 결의안을 의결하지 못한 터였다. 국방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때문에 국회는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종훈의원의 1인시위에 언론도 관심을 보였고 SNS에서도 응원이 쏟아졌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대부업의 현황을 파악해 보도 자료를 냈다.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것들이 많았다. 20일에는 시민들의 촛불시위에 함께 했고, 중앙당과 협의해 25일부터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농성을 계획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소외된 일본이 경제적 조치를 통해 군사대국화 의도를 보여준 것이며, 그 정치군사적 의도를 보면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과거 우리 정부는 일본이 가져다주는 정치경제적 이익에 과거사 문제를 양보해 왔다. 하지만 이제 촛불 국민들이 먼저 나서 맞서자 하는 형국이다.

논쟁이 시작되자 자유한국당의 친일 성향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이제 자유한국당도 위기를 감지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 민경욱 의원이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며칠 전까지 ‘냉철하게 관조하자’, ‘선동질하지 말라!’고 하던 민경욱 의원이 갑자기 ‘독도는 우리 땅’ 피켓을 들고 소녀상 옆에 선 것이다. 자유한국당에 쏟아지는 친일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획한 1인 시위였지만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일본 앞에 당당한 나라를 바라는 민심을 대변한 김종훈의원의 1인 시위와 토착왜구당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급조한 민경욱의원의 1인 시위는 그렇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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