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SNS에 “지금은 마땅히 친일을 해야지 친북을 해서 되겠냐”며 “토착왜구가 아니라 토착 빨갱이를 몰아내야 할 때”라고 핏대를 올렸다.
반일 여론을 이념 논쟁으로 몰아 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이번엔 번지수를 잘못 골랐다.
자유한국당으로선 ‘친일’ 프레임이 아프긴 하겠지만 ‘친일’을 ‘친북’으로 희석하려는 발상은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너무 우습게 본 것.
실제 우리 국민에게 친북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친일은 증오의 대상이다. 친북에 대한 두려움은 조작된 감정이지만 친일에 대한 증오는 역사적 실체가 있다.
친북에 대한 두려움은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해 판문점선언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허상에 지나지 않지만, 친일에 대한 증오는 어릴적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들을 적부터 ‘암살’, ‘아이 캔 스피크’, ‘군함도’에 이르는 영화에까지 우리 삶 곳곳에 깊이 뿌리 내린 불변하는 감정이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에 지는 것은 용서되지만 한일전 축구만을 절대 지면 안 된다고 전국민이 그렇게 응원을 할까.
반일 감정은 일본에 대한 호칭에서도 그 장구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왜놈 : 왜국의 남자라는 의미로 일본이 7세기 중반에 국호를 일본이라 칭하기 전까지 쓰였던 왜라는 호칭에서 비롯됐다. #왜구 : 13~16세기의 일본의 해적집단을 말하며 한반도를 수차례 침략한 일본을 해적떼와 같다는 의미로 비꼬는 표현이다. #쪽발이 : 갈라진 일본 고유의 버선 모양을 ‘쪽발’(두 쪽으로 나누어진 짐승의 발)에 빗댄 말이다. |
이처럼 #왜놈 #왜구 #쪽바리는 모두 길게는 1400년에서 최소 100년이 넘는 세월 우리 민족의 입에 딱딱 붙은 말이다. 지금도 일본사람 이라는 말보다는 ‘일본놈’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 우리네 정서다.
토착왜구로 몰린 자유한국당이 종북 빨갱이 몰이로 전세 역전을 노려보지만 이미 한일전이 되어 버린 내년 총선에서 왜구가 승리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