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 ‘맑시즘 2016’서 열띤 논의… 민주노총 8월 정책대대 관심 집중

▲ 노동자연대 주최로 열린 포럼 '맑시즘 2016'에서 다양한 패널들이 참가해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왼쪽부터 최일붕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이병렬 정의당 부대표, 김창현 진보대통합연대회의 부대표,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사진출처: 김창현 부대표 SNS)

민주노총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정책대의원대회(정책대대)에서 ‘민주노총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의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추진 원칙과 경로를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진보진영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자연대가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진행 중인 포럼 ‘맑시즘2016’에서도 그랬다. 22일 저녁 ‘민주노총 정치방침 논의와 진보좌파 정치의 전망’이란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여기엔 최일붕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이병렬 정의당 부대표, 김창현 진보대통합연대회의 부대표,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발언순)이 참석해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발언을 요약 정리했다.

최일붕 “느슨한 연대의 선거정당연합이 적절… 민주노총 역할 제한돼야”

진보세력 연합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대동단결은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통합정당의 강령을 ‘최소공배수’로 도출하면 될까? 민중총궐기에서 10대 강령이 제안됐지만 이마저도 정치세력에 따라 동의가 되지 않는 조항이 있었다. 민족문제 등 정파 간의 간극을 좁히기 힘든 이슈가 많은데, 이것을 마치 없는 것처럼 뭉개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선거연합정당 수준의 느슨한 연합이 적절하다고 본다. 인도공산당의 경우 후보자가 자신을 소개할 때 인도공산당 뒤 괄호 안에 소속정파를 써넣는 방식을 쓰는데 이런 방식도 참고할 수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노동자정당이 건설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극소수의 혁명세력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방식과 최대한 폭넓은 세력이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브라질 PT(노동자당)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아래로부터의 방식은 처음에는 급진적인 모습을 보이가다도 조금만 기세가 꺾이면 어김없이 혁명성을 상실하고 개혁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 민주노총 중심의 당 건설도 결국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지형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이 조정자랄까, 그런 역할을 가지는 가운데 느슨한 연대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병렬 “민주노총 중심 통합운동, 분열 가져올 수도… 정치세력간 협의로”

정의당은 민주노총 정치방침이나 진보대통합에 대해 어떤 당론도 결정하지 않았으므로 이 자리에서 하는 발언은 개인의견임을 밝힌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현재 정의당은 내부적으로 당명 변경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고 연말 정도 돼야 내년 대선전략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 같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분열 경험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진보세력 간의 재통합은 정말 세밀한 논의와 전략을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을 가보면 평조합원과 현장 간부들이 진보세력간의 통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민주노총 주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진보대통합 정당 건설을 주도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계의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재 존재하는 여러 진보정치세력 간의 협의를 통해 건설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본다.

김창현 “노동·현장 중심 당 건설하려면 민주노총 주도적 역할은 필수”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 그것은 현장에 가서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때가 어느 땐데 갈라져 있느냐’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하나로 뭉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당을 건설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과연 지난 15년간 진보정당에 노동중심성이 있었나? 지난 경험을 보면 국회의원이던 지방의원이던 노동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되더라도 뽑아만 놓으면 지역운동에 매진하고 노동현장과는 분리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철저히 선거승리에만 집중해 현장 당조직 건설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철저히 현장조직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민주노총 중심의 당 건설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민주노총이 많이 보수화되고 대공장 정규직 중심으로 고착되지 않았냐는 비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 민주노총은 아직도 진보진영 내에서 가장 세력이 크고, 가장 변혁적이고, 가장 잘 조직돼 있어 우리사회의 변혁을 주도하고 다른 세력을 지도할 역량을 가지고 있음이 입증됐다. 진보대통합은 대중의 힘으로 강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당 건설도 아래로부터 광범한 대중을 불러 모으는 방식으로 결성돼야 한다. 그래서 8월 정책대대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시발점으로 기층에 있는 단위노조들마다 노동자 정당 추진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구들이 당 건설 이후 현장 당조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양동규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망 밝다… 어떤 세력도 배제돼선 안 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함에 있어 대내외적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본다. 우선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도 선전했고 울산과 창원에서 민주노총 전략후보들이 당선됐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정치세력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를 포함해 전 세계적인 정세도 변혁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저는 너무 낙관적이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준비만 잘하면 진보대통합 정당이 순풍에 돛단 듯이 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떠한 세력도 배제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정당을 두고 “결국 오른쪽으로 끌려갈 사람들”이라며 비판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우리와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벌이지고 있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전선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쟁을 더욱 강화하는 정치세력화가 돼야 한다.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8월 대대까지 최대한 폭넓게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 내년 1월까지 정치방침을 마련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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