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총파업, 재벌개혁 투쟁에 총력… 노조원들 “투쟁은 이제 시작”

▲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앞에서 진행된 7.22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대회에서 총파업 깃발이 날리고 있다. [사진 민주노총]

“파업 찬성률 86.3% 역대 최고, 상경 인원 3만 명, 20년 만에 최다, 파업 참가자 15만2106명. 금속노조가 모든 투쟁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금속은 녹슬지 않았습니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의 대회사는 이렇게 ‘파업보고’로 시작했다. 다소 흥분된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금속노조의 22일 총파업은 규모도 그렇지만 ‘재벌 개혁’을 촉구하는,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동자 ‘쓰나미’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투쟁의 용광로에서 철의 노동자는 하나가 됐다”고 선언한 7.22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대회장에선 노동가요 ‘투쟁을 멈추지 않으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금속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친재벌 정책을 더는 가만 지켜볼 수 없어서다. “재벌은 배가 터지는데, 노동자는 (직장에서)쫓겨난다. 세금은 우리(노동자)가 더 많이 내는데 정부는 재벌편만 든다. 믿을 데라고는 노동조합밖에 없는데 정권이 노조를 파괴한다. 30년 전 우리가 어떻게 만든 민주노존데…. 오늘 연사들이 87년 얘기를 많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금속노조 소속이 아님에도 투쟁에 연대한 현대중공업 노조원 정모(58)씨.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지만 ‘늙은 노동자’가 왜 거리로 나섰는지를 웅변하는 것 같았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기아차 지부 등 대규모 사업장이 주축이 된 민주노총의 주력이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 잉태한 ‘민주노조운동’이 금속노조가 없었다면 오늘까지 지속될 수 있었을까? 민주노총은 금속노조에서 나고, 금속노조가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데 노동현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거꾸로 “민주노총은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만 대변한다”는 수구보수세력의 여론몰이가 세간에 통용되는 데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곳 역시 금속노조다.

▲ 국회 앞에서 진행된 7.22금속노조 총파업 투쟁대회에서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인정한다. 최저임금, 알바, 기간제 노동자의 일자리 등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과 연대투쟁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20년간 임단협이 아니면 파업해 본 적이 없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투쟁에는 일명 ‘뻥파업’을 했다.” 세상을 바꾸는 청년센터 연시영 회장이 토로하는 ‘편의점 알바’의 고충을 들으면서 금속노조 임원 출신 이모(52) 노조원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20년 전 정리해고법이 통과된 후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불안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규직에게도 ‘강압적 희망퇴직’이라는 정리해고를 시작했고, 대공장에도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이 시행되고 있다”며 금속노조가 재벌개혁을 위한 총파업을 결행한 이유를 힘줘 말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제 금속노조가 다시 일어섰다. 물은 100도면 끓지만 철은 1539도에 녹는다. 예열 기간이 긴만큼 한번 끓으면 삽시간에 세상을 덮친다. 예열을 마친 금속노조는 오늘 박근혜 정권과 재벌에게 최후통첩을 보낸다. 조선산업 구조조정 중단하라! 재벌개혁을 단행하라! 제조업발전특별법을 제정하라! 현대그룹은 그룹사 공동교섭에 나서라! 쉬운 해고 개악안을 철회하라! 모든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국회 앞 투쟁대회에서 울려 퍼진 박상준 부위원장의 외침은 금속노동자들을 용광로처럼 달구기에 충분했다.

………

자정을 넘긴 23일 새벽 2시. 상경투쟁을 마치고 울산에 도착한 현대자동차 노조원 장모(56)씨와 통화를 했다.

“오늘 어땠어요?”

“좋았지.”

“뭐가 좋았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좋지 뭐.”

“아쉬운 건 없어요?”

“아쉽기는 뭐 이제 시작인데. 8월에 현대그룹사도 파업하고, 금속도 2차, 3차 총파업 또 한다 아이가.”

금속노조는 이렇게 2016년 총파업 투쟁의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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