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열리는 G20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외교 참사요, 외교 폭망이요”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진다.

비난이야 다 정치적 의도가 있겠지만 우리 정부 입장보다 일본 아베 정부를 편드는 것같아 고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과거사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라고 정부에 촉구한다.

과거 친일파로 오해 받을까 봐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제 대 놓고 친일 외교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일본과의 묻지마 관계개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국익보다 미국의 요구를 우선하는 맹목적인 숭미사대주의자라는 점 ▲한때 친일파 논란에 휩싸인 적 있는 반북 대결주의자라는 점 ▲한민족인 북한(조선)보다 일본을 더 우대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극구 반대한다는 점이다.

‘나베’ 논란에 휩싸였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일정상회담 무산에 대해 “한일관계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통한 한미일 공조가 핵심 기반”이라며, “한일 관계는 단순한 감정적 차원을 넘어 국익 차원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나 대표의 말대로라면 한미일 공조를 위해 한일관계에서 과거사 문제를 지워버려야 한다. 또한 일제가 저지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가 한낱 감정적 문제로 전락해 버린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일본이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본과 전쟁하겠다는 거냐”며 강 장관을 몰아붙였다.

정 의원의 주장은 과거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식민지였다는 일본의 억지에 동조한 것이다.

일본이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1938년 국가총동원법에 의한 합법적인 노동력 동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총동원법은 일제 강점기 전쟁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악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강제징용 문제를 일본의 보복이 두려워 그냥 덮어버리자는 정 의원의 주장은 단순한 친일 발언이 아니라 전쟁범죄를 눈감아주자는 것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우리 정부에 한일관계 개선을 겁박한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친일 외교 강요에 대해 덩달아 굴종 외교를 자임하는 보수 야당의 토착왜구적 행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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