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제재와 연동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북 외무성 국장 담화문을 보는 순간 불편했다. 다시는 반복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이미 <민 플러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한미당국: 정상회담은 조문·친서에서 오지 않는다(201990614)에서 충분히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 입장발표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의 인식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라, 다시 한 번쯤은 이 인식문제에 대해 뭐가 문제가 있는지 짚어봐야만 하는 필요성이 있겠다 싶어 이렇게 펜을 든다.

막상 펜을 들고나니 왜 우리정부가 북 외무성 국장의 담화문에서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것도 명색이 촛불정부임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인데도 북의 속내를 파악하는 능력이 그 정도밖에 밖에 안될까 하는 무능력에 대한 실망감도 교차한다.

담화문은 “협상을 해도 북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한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제 더 이상 남을 중재자(혹은, 당사자)의 카드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 읽혀진다.

그런데도 이 담화를 본질적으로 읽어내어야 하는 메시지에는 관심 없고, 일개 국장이 발표했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치부하며(무시하며) 여론을 계속 관리만 하려고 든다든지, 혹은 톤-다운하려고만 든다면 결과는 너무나도 뻔하다. ‘추락하는 늪’만 남게 된다. 

해서 이 글의 목적은 이 악순환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빠져나오기를 기대하고, 의견(자문, 조언그룹 그 어떤 표현을 써도 괜찮다)그룹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제기하고자 하는데 있다. 분명 짚이는 데도 있다. 
 
이제까지 정부와 대통령의 인식 및 대응을 보면 어느 정도 충분히 예감할 수 있다. 이 정부를 도와주는 어떤 정치적 의견그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촛불정부의 성격에 맞지 않아서 그렇다. 예하면 ‘통일’의 ‘통’자도 끄집어 내지 않는다든지, 평화와 비핵화문제에 대해서는 참여정부보다 더 한 철저한 관점의 한미동맹 틀 속에서만 풀려고 하는 것 등이 그 예들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다 잘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인내하면서 기다려 달라고만 한다. 

참으로 뻔뻔하다. 이른바 자신들이 그렇게 북을 비판해 마지않아오던 ‘무오류’의 논리고집이고, 자기정당성의 합리화이다. 

해서 필자의 주장은 의견그룹을 통일담론 중심, 자주담론 중심까지 좀 더 다양화하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청와대나 관료로 입각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장의 북 메시지에 대해서는 ‘일개 국장’의 담화로 치부해버리지 말고, 북의 메시지를 한번 잘 파악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는 필자가 누누이 말하고 있지만, 북 체제의 특성상 ‘일개 국장의 외교적 발언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일개 국장의 외교적 발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외무성의 공식입장이라 할 수 있고, 로동당과 조율된 입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정부는 그 메시지를 잘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이것은 향후 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던진 숙제이다. 진행형으로는 앞으로 아래 두 가지 사례를 잘 극복하느냐, 못하느냐가 관건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첫째는, 여전히 이 정부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이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을 잘못 해석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 ‘근본문제’, ‘정상회담 이행’, ‘오지랖’ 등의 발언을 ‘의례적인’ 외교적 수사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는데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특히, 북 외교)와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외교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외교적 레토릭(rhetoric)으로보다는 메시지 중심으로 읽으라는 것이다. 해서 북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만 기댄 채 북 자신을 압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한국사회의 성격상 한미동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민족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에서 풀어나가라는 것이다. 예하면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이 그것이다. 

둘째는, 번지수를 여전히 잘못 짚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북에 보낼 메시지가 있다면 정상적인 이 대화라인을 통하면 되는 것이고, 만약 이 대화라인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면 작동되지 않는 원인을 파악해 정상적으로 가동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론압박 방식이다. 오죽했으면 예의 ‘일개 국장’을 통해 그래도 한 국가의 원수 발언을 그렇게 일언지하에 면박 주었을까?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6월 말 이전 원 포인트 남북정상 회담을 하자고 언론에 흘렸다. 제안할 것이 있으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나 핫라인을 이용해도 될 텐데, ‘내용적 협의(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에 대한 협의)’가 전혀 없는데도 객관적 조건(친서가 오가고, 6월 말에 G20회의 개최와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의 외형적 조건)만으로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것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미국에 대해 ‘새로운 계산법’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북 자신에게 양보하라는 압박이었으니 하노이 결렬책임을 북 자신에 전가한 것과 똑같은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북의 계산법은 전혀 다르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책임이 미국에 있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문재인 정부에게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미 그전에도 문재인 정부가 사고를 한번 쳤기 때문에 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름아닌, 북미 양쪽으로부터 다 외면당할 1차원적 아이디어가 그것인데, ‘굿 이너프 딜’이라는 ‘황당한’ 절충안이 그것이다. (참고로 이 안을 제안한 전문가들이나, 이를 또 정부입장으로 채택한 관료들이나 오십보백보로 참으로 생각이 없다. 아니, 멍청하다.) 이미 그 인식의 황당함과 관련해서는 <민플러스> “문 대통령의 시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20190422)”에서 충분히 밝히고 있으니 참조하시고, 여기서는 동 매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한미당국: 정상회담은 조문·친서에서 오지 않는다(201990614)”의 문제의식이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연장선상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즉, 더 큰 문제는 이런 오류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인데 김연철 장관까지 투입되었으나 인식개선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보이지 않는 손(어떤 정치적 자문그룹들)’이 작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실망스럽다. 

▲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올 1월 9일 시설점검을 위해 방북할 수 있도록 정부에 승인을 신청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연합뉴스>, “김연철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제재완화 초기국면서 고려 가능’(20190627)", 그 연장선상에서 참모들과 통일부의 잘못된 정세판단과 보고는 문대통령이 계속 헛발질을 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2일 “남북관계가 제대로 발전해 나가려면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여러 경제협력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제적 경제 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고, 제재가 해제되려면 북의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런 상황이 가급적 빨리 조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계속해서 “남북관계가 제대로 발전해 나가려면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여러 경제협력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제적 경제 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고, 제재가 해제되려면 북의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상황에 놓여 있다20190612)” 뿐만 아니라 세계 6대 신문 서면 인터뷰에서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20190626)”이라 했다. 

이 모든 표현들에는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여전히 북이 핵폐기를 해야만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되고 있다. 그렇게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비핵화와 연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금강산 관광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남북 내부의 문제이고, 정상회담 합의사항이다. 또 전임 적폐정권에서 시행된 일개 행정명령이다. 대북제재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서 이 문제는 비핵화 문제와 전혀 상관없으며 약속이행에 대한 책임과 신뢰의 문제이고, 한미동맹과도 심지어 대북제재와도 무관한 사안인데도 이를 미국과 사전에 협의하고, 그것도 모자라 워킹그룹까지 만들어낸 자발적 친미의식이 문제이건만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데 있다. 더 나아가면 미국 눈 밖에 나면 한국경제가 절단 난다는 숭미·사대주의 문제이다. 지켜내어야 할 ‘주권’과 ‘내정’이 있다면 이를 넘어서고 극복할 생각은 없이 지레 겁부터 먹고 스스로 굴종해가는 그런 모습이 더 문제인 것이다. 

문제를 그렇게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더해서 북도 비핵화와 금강산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은 별개의 문제이니 연계시키지 말라고 하고 있고, 어설픈 중재자 역할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 문제를 갖고 북을 압박하고, 남북정상회담 약속이행의 문제를 비핵화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순방에 이어 계속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에 달렸다,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뉴스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20190626)”고만 하고 있으니, 어찌 북으로서도 불만스럽지 않겠는가? 

북은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미국이 계속해서 ‘새로운 계산법’을 거부하고 있는데 있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여기서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보수수구세력과 미국의 눈치 때문에 일언반구 없이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와 비핵화만을 탓하고 있으니, 더 나아가자면 정상회담의 필요충분조건을 만들 생각은 없이 계속하여 ‘빈 수레’로 정상회담만 하자고 하니 이 정부가 얼마나 못마땅하게 보이겠는가?

그렇게 번지수를 잘 못 짚은 것이다. 

북의 주장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석은 정확해야 하고,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다음 정치적으로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런 것 없이 그냥 반복되는 ‘빈 수레’ 메시지만 날린다 하여 정상회담이 열리지도 않고, 비핵화가 풀리지도, 남북관계가 개선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해서 분명해지는 것은 천 번 만 번 그냥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해서 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바탕 한 미국설득,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의지, 비핵화에 연계되지 않는 민족내부문제 이행의지 등 이런 것들이 북에게 분명하게 전달되고 진정성을 보일 때 가능한 것이다.

동시에 바랄 것이 있다면 외교적으로는 이미 구축해놓은 각종 대화라인을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그것이 열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찾아야지) 온 동네방네 다 소문내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했으면 한다. 

집권 3년 차와 내년의 정치적 시기를 생각했을 때 여느 때보다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듯하다. 명심했으면 좋겠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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